얼마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내 블로그가 너무 평범하다는 조언을 받았다. 서평을 하는 블로그가 너무 많다는 그 말에 너무 허무했다. 다른 사람들은 직업 이외에도 다재다능한데 나에게는 내 몸만 있는 이 사실이 나를 좌절케 했다. 이런 내 심정을 이야기할 때 동생은 내게 말했다. "그냥 언니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안 돼? 꼭 성공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를 위한 말이었지만 내 마음은 동생의 말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빨리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성공해야 하는 초조감이 나를 압도했고 내 자신을 원망케 했다. 이 지옥 같은 마음 속에서 만난 책이 바로 <보통 사람들>이였다. 제목부터 <보통 사람들>이라고 명명한 이 책은 "6개월 후에 책을 내고 만다"는 이름으로 모인 다섯 명들이 함께 책을 펴낸 에세이다. 제목 그대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인 이 다섯 명의 공저자는 전업주부, 직장을 그만 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출판을 하는 분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보통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이 책의 제목이 성공 강박증에 초조해하던 나의 흥미를 자극했다. 각자의 사는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만큼 이 다섯 분의 작가들 또한 삶이 다르다. 안지영씨는 목동에서 오랜 세월 살다 남편의 이직으로 강남으로 터전을 옮긴 후 새로운 장소에 적응해야만 한다. 또한 뒤늦은 전학에 힘들지도 모르는 딸의 학교 생활에 대한 걱정도 한가득이다. 반면 엄혜령씨는 출판사를 설립하고 아이를 돌보며 워킹맘의 생활을 하는 모습 또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스토리가 있지만 이 다섯 분 중 나를 자극하게 한 건 이 다섯 명 중 유일한 남자인 신용민씨의 이야기였다. 왜 하필 유일한 남자인 저자 신용민씨의 이야기가 내게 공감이 되었을까? 아니 공감이라기보다 위로가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40대를 훌쩍 넘어 50대를 향해 가는 나이에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좋아하는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서? 틀리진 않다. 뒤늦은 사표는 아내와 이혼할 뻔한 위기도 맞긴 했지만 꿈을 향해 직진하는 모습이 멋있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분을 주목하게 된 건 비록 자신의 꿈이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해도 계속 해 나가는 열정 때문이었다. 유튜브를 하며 자신이 작곡한 곡을 공개하며 콘텐츠를 만들지만 항상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없다. 특히 뒤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음악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저자보다 더 많은 지식과 재능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젊은 인재들도 많다. 하지만 저자 신용민씨는 자신의 일을 성공과 실패로 구분하지 않는다. 혹평이 들리면 그대로 인정하기도 하며 구독자 수가 적어도 조바심내지 않는다. 그저 꾸준히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걸 멈추지 않고 정진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이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 자체로 만족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성공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찌들어있던 나를 자극하게 했다. 결국 한 번 뿐인 인생, 행복하게 사는 것을 목적으로 자신의 꿈인 음악을 하면서도 결코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 자체를 즐기는 삶을 살아나가는 저자의 글을 읽을 때 마치 성공하지 못하면 어때. 그냥 네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 봐라고 위로해 주는 듯 했다. 동생이 내게 "그냥 언니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안 돼?"라고 했던 말을 저자의 글에서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였다. 열정도 좋지만 종종 숨 고르기를 하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란 말처럼'다 행복하자고 하는 짓' 아닌가? 우리 나라의 모유 수유 환상에 젖어 있는 현실을 지적한 저자 박세미 씨의 글을 보면서는 내 출산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유난히 모유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던 나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시며 "뭔 놈의 젖꼭지가 그렇게 생겼다냐"라며 혀를 차시던 시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여성에게 족쇄처럼 채워진 '모성애'라는 굴레가 얼마나 여성의 삶을 옥죄는지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저자의 글이 같은 엄마로서 감정이입이 되었다. "우리는 지극히 정상인 엄마예요"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아직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다만 짧은 글 안에 이 한국의 모성 신화의 부당성은 같은 엄마로서 이해되지만 미혼 여성 또는 남성의 경우는 공감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되기 전과 된 후의 경험은 하늘과 땅 차이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저자가 출산하고 육아하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삽입했더라면 더욱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이 이야기들이 보통 사람들이라서 너무 좋았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웃 같은 사람들이고 흔히 겪는 이야기들이지만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중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각자만의 경험과 스토리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이들은 보여준다. 내가 짬을 내 책을 읽고 서평을 블로그에 올리는 게 비록 시시하고 평범하지만 결국 이 행동들도 소중한 나의 이야기임을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해 보기로 다짐해 보았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우선 내가 행복하다면 이 일을 해 보자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