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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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요?"

농부과학자 이동현 대표가 소설가 김탁환에게 자주 말하던 질문이다. 그 질문을 작가는 받고 다시 독자에게 되묻는 말이자 이 책을 한 마디로 압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름답지요?"

저자 김탁환씨는 쉼없이 작품 활동을 해 오며 오십을 맞은 지금, 자신의 문학 인생을 되돌아본다. 독서인구는 급감하고 젊은 작가들처럼 변화무쌍하지 못한 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길을 가야 할 것인지 저자는 고민한다. 자신의 길을 돌아보고 싶었고 그 여정에서 우연히 전남 구례 식당에서 이동현 대표를 만난다. 첫만남에서 그들은 좋은 벗이 될 것임을 알아보았고 도시소설가 김탁환은 농부과학자인 이동현 대표의 자취를 따라 두 번째 발아의 시간을 함께 견뎌가기로 결심한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는 농사 시기에 맞춰 농부과학자 이동현 대표와의 만남과 그의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이동현 대표는 일본 유학 후 자신을 붙잡는 교수의 권유를 만류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교수가 되고자 지원하지만 그의 수많은 논문과 업적에도 대학교수의 길은 요원하다. 대학교수를 바라며 기회를 엿보는 대신 자신의 첫 회사 창업 후 미숙한 경험으로 실패하고 우연한 기회에 발아현미를 개발하며 부인과 함께 '미실란'농업법인을 설립하여 발아현미를 연구해 간다.

당신의 고향은 무사한가.


소설가 김탁환씨와 이동현 대표는 고향도 친분도 없지만 동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바로 고향의 소멸이다.

도시소설가는 창원 기계공업단지 조성 정책에 따라 자신이 살던 동네가 전체적으로 수몰된 경험이 있다. 살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경험은 당한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슬픔이다. 이동현 대표 또한 시골, 농촌의 소멸로 고향의 학교가 폐교되고 길이 바뀌며 어린 추억들이 사라져간다. 사라져가는 아픔을 두 사람은 공유한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의 고향은 무사한지, 소멸되어 가고 있지 않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이동현 대표는 박사 학위까지 받은 유학파이지만 농부이자 과학자임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가 대학교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실란'법인을 세우며 좋은 품종의 발아현미를 만들기 위해 내세운 원칙은 한가지이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이다.

무엇이 아름다움일까? 이동현 대표가 직접 씨를 뿌리고 낫질을 하며 농사일을 하는 그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바로 지금까지 많은 농부들이 해 오는 화학비료와 유기합성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 농법을 따르는 대신 친환경 농법을 따르는 것이다. 벼가 농약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견뎌나갈 수 있도록, 잡초와 싸우고 흙과 싸워나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동현 대표는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한다. 온실 속의 화초가 거친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듯 이동현 대표는 자연 스스로의 능력을 존중하며 친환경 원칙을 지켜나간다. 그리고 그의 원칙이 잦은 태풍으로 힘들었던 올해 여름에 그가 심은 논의 벼만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미실란의 벼가 쓰러지지 않은 것은 그가 세운 원칙, 친환경 농법의 힘이었다.

벼는 6월 초 모내기부터 8월까지 하루하루 싸우며 단단해졌다. 잡초와도 싸우고 흙과도 싸웠다.

싸우면서 벼는 땅으로 더 깊이 내려가는 법을 익혔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와 같은 일상이 쌓인 탓에 무사할 수 있었다.

많은 기사들이 농촌의 소멸을 이야기한다. 어디 농촌뿐이랴. 수없이 많은 지방과 소도시들이 사라져간다.

그 사라짐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로 이어져간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또한 소멸을 이야기한다.

특히 곡성과 같이 서울 인구의 3분의1도 안 되는 소멸 고위험지역인 농촌에서 젊은 사람은 보기 힘들다. 아무도 가망이 없다 할 수 있지만 이동현 대표는 자신이 부인과 세운 '미실란'을 통해 '연대'를 한다. 곡성의 농민들과 연대하여 농사지은 벼를 무조건 사들이고 중장년층을 채용하며 교육에서 소외된 농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곡성교육희망연대'를 꾸려 마을 공동체가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책임져간다. 함께 하는 그의 손길에 미실란 직원들도 노년까지 그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며 마을 공동체는 이동현 대표가 없는 곡성을 생각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단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김탁환 작가가 이동현 대표와의 만남 속에 농부들이 땅과 벗하며 뱀, 우렁이 등과 벗하며 겪어 내는 이 모든 과정, 발아부터 추수 그리고 또 다시 파종하는 과정속의 경이로움과 소멸되어감을 끝까지 지켜가고자 길을 멈추지 않는 이동현 대표의 삶에 대한 아름다움을 함께 말한다. 농부과학자가 저자와 교감하며 "아름답지요?"라고 했던 질문에 잘 답하지 못했던 도시소설가가 아름다움을 체험해가며 "아름답다"고 답하며 다시 독자에게 되묻는다. "아름답지요?"

아름다움은 지키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 아름다움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저자는 책 곳곳에 안타까움을 피력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저자는 곡성과 농촌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현 대표의 질문에 그리고 김탁환 작가의 질문에 응답했으면 좋겠다.

"아름답네요. 이 아름다움 결코 포기하면 안 되겠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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