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제린
크리스틴 맹건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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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탕헤르는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도시로 익숙하다. 태양이 내리쬐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바다를 끼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곳. 그 매력적인 도시 탕헤르가 두 여인의 운명을 가르는 탐욕적인 도시로 돌아왔다.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지는 소설 《탄제린》은 독립을 앞둔 모로코의 정치적 열광과 혼란 , 그리고 외국인이 드나드는 그 특유의 분위기 아래 전개되는 두 여인의 사랑과 우정, 배신을 다룬 로맨스릴러다.

먼저 《탄제린》의 저자 크리스틴 맹건은 작가의 처녀작인 이 소설로 인지도를 얻은 작가이다. 《탄제린》은 조이스 캐럴 오츠의 호평과 함께 조지 클루니가 출간 전에 이미 영화 판권을 구입해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소설 《탄제린》은 남편 존의 설득으로 모로코의 탕헤르에 온 앨리스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탕헤르의 생활에 만족하는 존과 달리 앨리스는 이 낯선 곳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후견인인 고모가 보내주는 돈에 만족해하는 존, 그리고 홀로 쓸쓸이 아파트를 지키는 앨리스는 외롭기만 하다.

앨리스를 찾아 미국 뉴욕에서 모로코까지 온 대학 룸메이트 루시는 앨리스를 만날 생각에 설레인다. 대학 시절, 그들의 뜨거웠던 우정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녀는 마음이 급하다. 설렌 마음을 안고 앨리스의 아파트에 도착한 그녀는 앨리스가 예전 자신이 알던 그 때의 모습이 아님을 직감한다. 깡마르고 생기가 없는 모습의 친구를 바라보는 루시는 과거의 친구 모습을 회복해주리라 다짐한다.

소설은 앨리스와 루시 두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교차되며 서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추억은 전혀 상반된다. 루시가 기억하는 추억은 함께 웃고 어울리며 뜨거웠던 모습인 반면 앨리스의 기억 속의 루시는 자신을 미행하고 남자 친구 톰과의 사이를 질투하며 힘들게 했던 섬뜩한 추억들이다.

앨리스와 루시가 모로코에서 처음 재회하며 느낀 놀라움과 반가움을 이어 두 인물의 감정의 변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바뀌어간다. 반가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다시 미래를 약속하는 우정과 사랑, 하지만 곧이어 밝혀지는 과거의 진실 앞에 들이닥친 분노,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음모와 배신 등의 감정의 소용돌이가 독립을 앞둔 모로코의 혼란과 열광 속에 어울러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탄제린》의 작가 크리스틴 맹건은 이 책의 배경인 모로코의 탕헤르를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왜 작가가 이 책의 제목을 《탄제린》이라고 지었는지를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외국인과 현지인이 뒤섞인 이국적인 분위기, 그림 작업실이 있는 넓은 바닷가, 그리고 바닷가에 있는 무덤들, 사람들이 붐비는 수크(시장), 사람들이 독립할 거라는 희망에 부푼 광장 등, 탕헤르의 모든 풍경과 배경들이 루시와 앨리스의 분위기를 고조시켜준다. 그리고 미국에서 갓 건너온 루시가 바로 이 모든 탕헤르의 요소를 이용하여 모로코에 정착한 앨리스를 비극으로 몰아가는 상황 또한 이 소설의 아이러니이다.

작가 크리스틴 맹건은 소설에서 탕헤르를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도시로 독자를 안내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탕헤르의 열기와 그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하게 그려낸다. 마치 그 곳에 가 있고 싶다는 듯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탕헤르의 번잡한 도시에서 루시와 앨리스를 상상하게 만든다. 바로 그 매력이 이 소설의 영화화가 확정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소설을 읽기 전, 탕헤르는 <연금술사>의 도시로 다가왔다. 하지만 《탄제린》을 읽고 난 후 이제 나는 모로코 탕헤르를 떠올릴 때면 루시와 앨리스를 떠올릴 것이다. 두 여인의 운명이 갈라지는 곳, 그러하기에 루시와 앨리스 두 사람에게 절대 잊혀질 수 없는 도시 탕헤르, 그들이 탄제린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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