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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책덕후 에게 가장 좋은 대화 주제는 책이다. 한 책, 한 작가만으로도 몇 시간이고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책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몇 시간을 거뜬히 보내게 해주는 존재. 책덕후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책덕후들은 고민 또한 비슷하다. 가장 흔한 문제로는 늘어나는 책을 감당할 수 없는 보관의 문제. 이사때마다 애물단지가 되어 버리는 책장 등등 책에 관한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책 좀 빌려줄래?》의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는 그림 그리는 치과의사이자 지독한 책덕후다. 이 책을 먼저 "책장에서 책을 훔쳐가도 늘 내버려 두셨던 부모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글귀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랜트 스나이더는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 관한 공감 가득 에피소드들을 이 한 권에 총망라하였다.
먼저 책을 좋아하려면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 독서가가 되는 변천 단계를 스나이더는 다음과 같이 그려준다.
책덕후라면 공감이 갈 거이다. 책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책으로 인간관계를 대신하는 그 흔한 과정을. 특히 육아로 외출조차 하기 어려운 엄마들에게 책이 인간관계를 대체해 줄 수 있는 얼마나 근사한 존재인지 공감할 것이다.

타인의 책장은 나와 동생을 연상케 한다. 나 못지 않게 책을 좋아하는 동생은 항상 우리 집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나의 책장을 와 보곤 한다. 매번 책장을 훑어보며 빌려간다는 명목으로 가져가는 동생과 책을 지키려는 나의 방어는 오직 책덕후만이 알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다. 책덕후들에게 책은 인간관계이며 자식이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민폐이다. 정리정돈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좁아지는 방을 보며 눈치를 살펴야 한다. 남의 등쌀에 못이겨 때때로 나눔도 하고 기증도 하며 책장을 비워보지만 어느새 금새 채워지는 책장은 어느 책덕후들에게 마찬가지이다. 특히 가장 받고 싶은 선물에 내 새 책을 모두 모아 둘 곳이라는 답변은 정말 모든 덕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책 좀 빌려줄래?》는 책의 작가별 유형, 장르별 유형 등등 저자의 위트로 가득하다. 정감 가는 캐릭터와 이야기 속에 비록 책으로 주변의 눈치를 볼지라도 책에서 못 벗어나는 책덕후들을 향한 애정이 새겨져있다. 주변에서는 이해해주지 못할지라도 우리끼리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며 책덕후의, 책덕후에,책덕후를 위한 이야기를 공감백배 그려낸다. 책덕후들의 현실과 글쓰는 이들의 현실 또한 유머있게 그려내며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언젠가 읽은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의 <책에 바침> 에세이를 떠올리게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기쁨임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다.
나 또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남편은 내게 묻는다. "이거 돈은 되냐?" 책덕후에게 책이 돈이 아닌 친구이자 자식인 걸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갈수록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이 시대, 책덕후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 슬프다. 그런 때일수록 더욱 책수다를 하자.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책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보이자. 《책 좀 빌려줄래?》는 바로 우리를 더욱 깊은 책덕후와 책사랑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벗어나지 못하면 즐기리라 다짐하는 책이다.
책덕후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책 좀 빌려줄래?》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