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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
강병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전세 만기가 가까워져 집을 알아보고 있던 시기였기에 우리 가족 역시 새로 살 집을 찾아 표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점은 저자는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였고 나의 경우 또 다른 전세집을 찾는 표류기였다. 날마다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서울 인구의 90퍼센트가 집을 찾아 표류하는 시기 저자의 집을 사기 위한 고군분투기가 이 책 속에 그려진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독립을 한 후 어머니가 살 집을 찾기 위해 집을 구입하는 여정을 브런치에 연재를 한 글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세입자의 삶을 살고 있는 이 서울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받았고 제 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마흔 가까이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던 저자가 독립을 위해 오피스텔을 찾아 이사하기까지의 1부와 자신이 독립 후 어머니를 위해 집을 구하는 여정인 2부로 나뉘어져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 많은 지인들은 똑같은 질문을 한다. "왜 빌라를 사?" "아파트를 사야해" 저자 또한 알고 있었다. 빌라는 잘 오르지 않는다는 걸. 노년을 위해서라면 아파트가 좋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자신이 사는 집의 월세도 감당해야 했고 비싼 아파트 값의 대출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다. 설사 아파트를 구입한다해도 빌라에 비해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빌라를 구입하되 역세권이고 조금이라도 재산 가치가 있는 집을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빌라 관광을 시작한다.
저자가 빌라를 구매하기 위한 목표금액은 처음 1억 3500만원이었다. 부동산 앱을 설치하고 전봇대에 붙어 있는 신축 분양 빌라 분양 사무실에도 가보기도 하며 깨닫는다. 이 금액으로 절대 자신이 원하는 집을 얻지 못한다는 걸.
1억 3500만원이 1억 7000만원까지 뛰고 다시 2억을 넘게 되며 저자는 그 때마다 열심히 금융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출금과 이자를 계산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를 몇 번이나 계산한다. 발픔을 판 끝에 집을 계약하기로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은행 대출 심사 승인을 받기 위해 은행에 수십 번 출근 도장을 찍고 대출을 받기 위한 분투기가 그려진다. 아파트 대출 조회는 간단하지만 빌라는 대출 조회가 불가능해 직접 감정평가사를 불러야 하는 문제 등 저자의 고군분투기가 그려진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의 여정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가 집을 어떤 관점으로 보게 되는지가 자세히 그려진다.
저자는 중개인에게 몇 번이나 임대할 집이 아닌 어머니가 거주할 집을 구한다고 강조했음에도 중개인들은 집을 투자대상으로 설명하기에 주력한다. 실 거주자보다는 월세를 얼마 받을 수 있다는 등, 역세권이라 잘 팔린다는 등의 설명 속에 이 집과 부동산이 투기로 자리잡은 현재의 모습에 씁쓸해지도 한다.
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나중을 위해 좋은 아파트를 구매한 후 대출금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인가. 아니면 현재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가격의 집을 구매하고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인가. 저자의 경우 후자에 속했다. 어머니 또한 이제 2년마다 전세집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과 함께 빌라에서 자신의 생활을 시작해 가고 저자 또한 오피스텔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노후 하나만을 위해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얼마나 포기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하지만 이 카피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이 문구가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에서 집은 투기 대상일 뿐인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이 현실 속에, 빌라 한 채도 구매하기 힘든 이 현실의 모습을 과감없이 보여준 저자의 분투기가 많은 호응을 받은 건 바로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 전문 기자이자 뉴스 에디터인 저자가 소개해 주는 영화 속의 집 이야기와 양념처럼 집 구매에 관한 팁을 전수해 주는 실용성까지 갖추어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집을 위한 우리의 관점 또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