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메리 파이퍼 지음, 김정희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분간 글쓰기 책을 보지 않으려했다. 최근에도 <위반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구매했고 책장에 이미 10권 가까이 있는 글쓰기 책을 보며 이제 충분하다고, 실천이 중요하니 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이라는 제목은 나의 다짐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글쓰기라니! 이건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을 위한 글쓰기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의 저자 메리 파이퍼는 임상 심리 치료사이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또 다른 나라],[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등등 자신의 풍부한 치료 경험을 살려 책을 출간했던 저자가 이제 글쓰기를 말한다. 전업작가가 아닌 심리 치료의 대가 메리 파이퍼의 글쓰기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은 심리 치료와 글쓰기의 공통점을 말하며 글쓰기의 기본부터 형식에 따른 글쓰기 방법까지 모든 지식을 이 책에 알려준다.

저자는 먼저 언어가 폭력이 되는 현실을 우려한다. 타인에 대해 함부로 비판하며 <나와 너>를 잇는 글쓰기가 되어야만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1부 나만을 위한 글쓰기에서 저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더없이 평범해 보이고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나 자신이야말로 이야기할 소재가 무궁무진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책 또는 물건을 쓸 수 있고 나의 과거 중 아픈 기억으로도 우리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자신의 영혼을 더 깊이 탐구할수록 글도 더 깊고 풍성해진다.


글을 쓸 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라는 사실이다. 등단 또는 출간하지 않아도 글을 쓴다면 우리는 자신을 작가라고 정의를 내려야 한다. 자신을 작가로 인정하며 글을 쓰는 사람과 불확실한 인정 앞에 글을 쓰는 사람의 글은 차이가 크다.



1부에서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책상 앞으로 가게 했다면 2부 헤엄치듯 글쓰기에서는 본격적인 글쓰기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저자의 심리 치료에 글쓰기를 대입하여 방법을 설명해준다는 사실이다.

심리 치료가 글쓰기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우선 심리 치료는 상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다. 상대를 판단하기보다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며 존중해주며 공감함으로 관계를 맺는다. 관계 맺기 후 이야기를 하기 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치료가 시작된다.


고백하자면 내 쌍둥이 딸 중 첫째가 최근 놀이치료를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첫째에게 문제가 있는지 알기 위해 테스트를 받았다. 그 결과 아이는 처음부터 친구이자 부모 또는 주변의 사랑을 나누는 쌍둥이 동생으로 인한 소외감, 그리고 첫째이지만 뒤쳐지는 자신감 저하로 심리적 불안정이 크다는 결과를 받았다.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 하에 아이는 치료를 시작했다. 상담 시간 아이에 관해 말해주기 바랬던 나의 바램과 다르게 선생님은 보호자인 내 말을 경청하셨다.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셨고 그에 맞는 아이의 태도를 설명해주셨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먼저 말하지 말고 우리의 주변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주변에 민감해지며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그 상대를 면밀히 관찰하고 묘사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저자는 자신의 심리 치료와 더불어 설명해간다.

3부에서는 다양한 형식의 유형별 글쓰기가 소개된다. 연설문, 편지글 등 실제 예문과 경험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우며 왜 그 때 그 글이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한 반면 다른 글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에세이에 관한 부분은 그동안 모호하게만 알고 있던 에세이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해 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심리 치료는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저자는 글쓰기 또한 심리치료처럼 변화를 이끌어내는 걸 목적으로 말한다. 쓰는 이 뿐만 아니라 읽는 이를 변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더욱 효과적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단순한 고객과 은행원의 관계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세상을 잇는 글쓰기가 되도록 저자는 격려해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글쓰기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적절한 방법을 알려준다.


코로나로 인종 혐오 및 사회적 약자들이 더 소외되는 지금이야말로 공감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 우리에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공감과 연대의 말과 글이 더 없이 필요하다. 우리가 쓰는 글이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리고 그 1밀리미터가 모인다면 세상은 분명 따뜻해 질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 책이 따스한 온기를 더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