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쾌변 -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박준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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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중에서 시청률 불패 드라마를 꼽으라면 의학드라마와 법조계 드라마를 말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려니와 생명과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학과 법은 우리에게 일종의 환상을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여기 우리의 환상을 와장창 깨뜨려 주는 변호사가 있다. 정의는 커녕 당장 눈 앞의 생계를 위해 의뢰인에게 시달리며 하루 하루를 버텨가는 생계형 변호사 박준형씨다. 카카오 브런치에 자신의 고달픈 좌충우돌 변호사 생활을 연재해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오늘도 쾌변》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변호사 생활을 이야기한다.


《오늘도 쾌변》의 저자 박준형씨는 변호사 9년 차이다. 법에 문외한인 우리의 입장에서 변호사는 멋져 보이지만 박준형씨는 이 책에서 변호사가 일반 직장인과 달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버텨가는 변호사의 일상을 소개한다. 텔레비젼에서 보여지는 멋진 드라마의 이미지에 의뢰인이 많은 기대를 안고 변호사를 찾아오지만 실상과 다른 변호사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며 의뢰인으로부터 성공 보수를 받지 못해 끙끙대는 그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선과 악, 빌런과 히어로, 정의와 불의 등 법을 등을 따지기보다 자신에게 당장 월급을 줄 수 있는 의뢰인의 편을 들어주고 승소를 위해 전전긍긍하는 현실은 때론 회사에서 따르기 싫은 명령일지라도 꾹 참고 감내하는 일반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저자의 유머와 자조 섞인 말 속에서 동병상련을 느끼게 된다.



의뢰인의 편인 변호사에게마저 거짓말을 일삼기도 하고 약속한 보수를 받는 것조차도 끙끙 대는 저자의 일상은 우리가 흔히 보는 의뢰인에게 군림하는 모습이 아닌 때론 의로인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역할이기도 하고 때론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의뢰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기 위해 완곡한 표현을 쓰며 눈치를 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직장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변호사가 이렇게 솔직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 글은 웃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Ⅰ부에서 의뢰인과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그려지고 Ⅱ부에서는 저자의 생계형 변호사란 이런 것이다라고 작정한 저자의 현타 (현실 자각 타임) 가 그려진다. 전혀 화려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는 변호사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재판 법정의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변호사의 발언에 "존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받아치는 판사의 모습, 단 10분만에 종결되어 버리는 허무한 재판, 때때로 다른 변호사의 복대리인으로 재판에 참석해서 망신을 당하기도 하는 일상에 때려치울까 결심도 하지만 대출원리금을 알리는 은행 문자에 다시 또 하루를 버텨가는 그의 모습 속에 남들에게 말 못하는 자신의 일상을 독자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저자의 하소연이 들리는 듯 하다.



작가는 브런치에서 자신의 글을 연재하게 된 계기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 뭔가 소소하게 재밌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의뢰인에게 치이고 법정에서 치이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생계형 변호사로서 다른 생계형 직장인들에게 다른 누구도 이렇게 치이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동병상련'이 되어 주고 싶다고 썼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그래도 변호사가 회사원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기 위해 오늘도 사표를 가슴 속에 꺼내지 못하고 의뢰를 한 건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저자의 글 속에 변호사도 어쩔 수 없구나, 모두 사는 건 똑같구나라는 감정에 살며시 위안이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론문을 작성하며 맞춤법을 검사하는 변호사답게 유머러스한 작가의 필력이 매우 놀랍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를 알 수 있을만큼 생계형 변호사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재미있게 그려냈다. 좁은 세계이니만큼 미처 못 한 이야기도 많다고 한 저자의 경험담이 모두 펼쳐진다면 그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가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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