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하기 전 과연 나에게 맞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을 한 후, 남편과 다툼이 있을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과연 우리는 서로 맞는 걸까? 내 선택이 잘못되었던 걸까? 자문하곤 했다. 상대방에게 일편단심일 순 없다. 어른들은 결혼 후에는 사랑이 아닌 정으로 산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결혼을 지켜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헤어짐을 택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나만의 DNA와 일치하는 나의 짝을 맞는다면 과연 그 관계는 영원할 수 있을까?

소설 《더 원》은 자신의 DNA 정보를 제공하면 컴퓨터가 그 DNA 정보에 적합한 상대방의 DNA를 찾아 짝을 매칭해 주는 서비스로 만난 다섯 명의 이야기이다.

소설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두 아이를 유산한 아픔과 함께 자신 몰래 DNA 정보를 등록하고 그 짝을 찾아 떠나버린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맨디, 데이트어플에서 알게 된 여자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마 크리스토퍼,

결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커플 닉과 샐리,

먼 지구 반대편인 DNA 매칭 연인인 케빈을 두고 매일 장거리통화로만 사랑을 키워가는 제이드,

'DNA 매칭' 서비스의 창립자이자 과학자인 엘리가 그들이다.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전개되어간다,

맨디는 DNA 매칭으로 연하의 리처드라는 상대방을 알게 된다. 페이스북을 탐색하며 그와의 만남을 상상하며 희망을 꿈꾸지만 리처드가 뺑소니 사고로 죽게 되며 만나기도 전에 추도식에 참석하게 되는 불운을 겪는다. 맨디는 추도식에서 처음으로 리처드의 누나와 어머니를 마주하게 되고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병원에 보관 중인 리처드의 정자로 임신할 것을 권유받는다.

여자들만 죽이는 연쇄살인마 크리스토퍼는 매번 살인 후 사진을 찍어 시체 위에 사진을 올려 두고 훌훌 떠나는 화제의 살인범이다. 그 또한 호기심에 시작한 DNA 매칭으로 에이미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자기 소개를 하는 중 에이미는 경찰임을 알게 되고 경찰과 사랑에 빠지는 연쇄살인마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범죄행각을 벌인다.

결혼을 약속한 닉과 샐리는 DNA 매칭 서비스로 만난 연인은 아니지만 주변의 강권에 정보를 입력하게 된다. 샐리는 아직 적합한 상대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닉은 동성인 알렉스와 매칭이 되면서 이 커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DNA 서비스로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엘리, 하지만 항상 외롭고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엘리는 자신의 상대방인 팀을 만나게 된다. 자신에게 목적을 갖고 접근해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친 엘리는 팀을 경계하지만 순수한 그와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순탄했던 연애는 DNA로 인하여 큰 변환점을 갖는다. 과학적 근거에 맞춰 사랑에 빠질 거라고 확신하며 자신의 DNA로 찾았으니 이 매칭으로 만나는 상대방이 자신의 완벽한 짝일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결혼 생활 중에도 확신이 없을 때 이 매칭 서비스로 또 다른 짝을 찾아 떠나버림으로 부부들의 이혼율이 증가한다. 하지만 모두 올바른 짝을 찾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더 원》의 커플 또한 처음부터 사랑에 빠지는 맨디와 크리스토퍼가 있고 조금씩 사랑에 빠지는 엘리와 같은 커플도 있다.

과연 사랑이 DNA 정보로 완벽할 수 있는가? 소설은 과연 사랑을 선택할 자유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소설 초반은 DNA 법칙에 의해 사랑을 하게 되며 이 서비스를 확신하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조금씩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과연 인간의 순수한 마음이 아닌 이 서비스에 의존하여 선택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부작용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과거 담배회사 소송에서 원고측에서는 폐암 등 각종 질병을 만들게 한 원인인 담배회사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소송이 있었다. 그 소송에서 회사는 비록 담배가 원인을 제공하나 흡연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졌으므로 회사는 책임이 없다고 강변한다. 소설 《더 원》은 바로 이 소송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매칭 서비스로 가정이 깨지고 상처 받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과연 이 책임은 'DNA 매칭' 서비스의 책임인가 아니면 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행동한 사람들의 책임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걸까? 서비스일까? 인간일까?

이 질문에 'DNA 매칭' 서비스의 창립자인 엘리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버튼을 누르고, 세상이 다시 실수를 저지르게 하세요."

이 엘리의 말 속에 인간의 욕심이 결국 이런 서비스를 창조하게 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인간의 숨겨져 있는 불안, 욕구 등을 반영하여 사람들은 이러한 서비스에 응답해왔다. 서비스 또한 잘못이지만 인간들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살인마인 크리스토퍼와 경찰인 에이미와의 매칭은 압권이다. 크리스토퍼가 경찰인 애인을 두고 살인 행각을 벌이며 목표치인 30명의 살인을 채워나가는 그의 행위는 매우 담대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한다. 떄로는 옆에 범인을 두고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찰 에이미의 행동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가장 큰 반전을 안겨주는 커플이기도 하다.

다섯 커플이 DNA 매칭을 두고 벌어지는 그들의 연애 이야기는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 다섯 커플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지금 나의 배우자,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이 사람이 맞을까? 하지만 선택은 분명 자신에게 있다. 분명한 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황에 맞추어 살아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후회가 없을 순 없다. DNA 매칭 서비스를 만나도, 아니면 순수한 인간의 감정만 믿고 선택해도 완벽한 관계는 있을 수 없다. 다만 걱정하기보다 지금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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