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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Art & Classic 시리즈
진 웹스터 지음, 수빈 그림, 성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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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주일 교회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던 텔레비젼 만화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일요일마다 방영되던 만화가 있었습니다. 일요일에만 방영되었던 그 만화를 보기 위해 교회를 늦게 가기 위한 꼼수를 쓰다 엄마에게 혼이 나곤 했습니다. 혼나면서도 꼭 놓칠 수 없었던 만화는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습니다.
그 때는 이 만화가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 만화 속 개성 강한 아가씨 주디와 멋있는 저비 도련님을 보면서 매번 마음이 설레이곤 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고전이니만큼 여러 형식의 콘텐츠로 제작되어왔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를 읽어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책 제목만큼은 많은 독자들에게 친숙한 작품입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주디가 한 후원이사의 도움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편지를 써 내려가는 편지 형식의 이 소설이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만화에서 보던 주디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인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가씨로 그려져서 책을 본 순간 '주디가 이렇게 이뻐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제게 다가온 주디의 이미지는 피상적이였습니다. 가난한 한 고아가 운이 좋아 한 부자의 도움으로 대학을 가게 되고 멋있는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여주인공이였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본 주디는 제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주체적이고 독립성이 강한 여성이였습니다. 비록 주디는 자신이 고아원 출신이고 남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자격지심이 있지만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이 받는 혜택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이 주는 도움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며 누리는 일상을 주디는 감사하고 다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하기에 공부도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고 그 장학금 수령을 거부할 걸 명령하는 키다리아저씨게 반항할 수 있는 건 바로 남의 도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일어서려는 주디의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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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에 발표된 《키다리 아저씨》가 쓰여진 시기는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었던 시절입니다.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이 1920년에서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책 곳곳에 여성 참정권이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는 주디의 말은 아마 작가 진 웹스터이 주디를 통해 참정권을 외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비록 상류층이지만 그들과 달리 고아들을 후원하고 부의 재분배를 외치는 사회주의자 저비스 펜들턴과 뉴욕 상류층의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을 동경하기보다 덜 화려하지만 그들만의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샐리 가족의 삶을 더 동경하는 주디의 모습은 저자의 사상이 들어가있지 않을까 추측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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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는마치 다른 사람의 연애편지를 읽은 듯 설레기도 하고 키다리 아저씨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전혀 알지 못하는 주디를 보는 저비스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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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주디가 대학에 가서 자신의 신분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며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키다리 아저씨》는 재독의 기쁨을 알게 해 준 책이였습니다.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정치적인 상황 등 또한 엿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의견을 교류해가며 키다리 아저씨이자 정신적인 동반자로 함께 사랑을 키워가는 주디와 저비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전은 시대를 떠나 후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는 문학을 말합니다. 《키다리 아저씨》 또한 제게 고전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재탄생과 함께 한 키다리 아저씨 이 우울한 코로나 일상에 휴식이 필요한 분들꼐 강력 추천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대단한 기쁨이 아니에요.
소소한 기쁨을 한껏 즐기는 것, 그게 중요하죠.
아저씨, 제가 참된 행복의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지나간 일을 영원히 후회하거나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최대한으로 누려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