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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처음 접해보는 저자의 이름과 저자가 겨우 25세에 미국의 500만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사업자를 두 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선입견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공에 혹시 이 글이 가볍지나 않을까, 30대도 아닌 저자가 세상을 알면 얼마나 알까라는 생각과 자아도취인 면이 강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저자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오늘날 세상에서는 시간이 점점 돈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바쁜 삶, 정확히는 바쁘다는 우리의 관념이 우리 자신을 빼앗아가고 있다.
나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전자기기를 끄고 나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이 세상은 온갖 전자기기의 향연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등 많은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장식한다. 그 기기들 속에 우리가 잃어가는 건 뭘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을 알지 못한다. 과연 현대 사회 속에서 자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니 자신만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핸드폰 없이 온전히 한 시간만이라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전자기기 속에서 우리는 삶을 풍요롭게 누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삶을 도둑맞고 있다. 나 자신도, 시간도, 심지어 가까운 지인과의 친밀성까지도...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고,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 자신을 격려해야 한다.
나를 위한 일들을 해야 한다. 삶의 전체를 다듬는 기술이자, 날마다 의식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행동이다.
저자는 보수적인 미국 중서부의 영향으로 오랜 시간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이성애자라는 가면을 쓰며 타인에게 맞추며 지내왔다. 심지어 심리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마저 남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걱정해야 했다. 나의 경우, 부모님은 체면을 매우 중요시하게 여기는 분이셨다. 자존심이 강하셔서 절대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셨고 우리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분이셨다. 그 부모님의 기준은 항상 타인의 시선이고 타인 위주였다. 그 부모님 밑에 자란 우리 형제는 그 기준이 항상 버거웠다. 남의 시선을 맞추는 건 절대 기준이 없기 때문이고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게이임을 숨기고 살아왔던 때에도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지 못했다. 타인을 신경쓰지만 정작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한 인생은 소모적이다. 저자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년의 세월동안 자기 자신에게 소홀해 왔음을 고백하며 자신에게 충실했을 때의 느낌을 이 책에 기록해두고 있다.
다행인 건 이제 한국에서도 타인에게보다 자기 자신에게 중점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의 기준을 떠나 자신에게 충실했을 때 기쁨을 저자는 책 곳곳에 표현하고 있다.
데이트 앱이든 그냥 앱이든 앱 전성시대에서 가장 애석한 점은, 그것이 우리의 태도나 타인을 대하는 방식과 체제 전반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저자가 2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 기계 문명이 우리의 삶에 대한 진단이 매우 정확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커피 한 잔도 배달되고 SNS로 집 안에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과 접촉할 수 있게 되는 편리함을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에게는 빨리 빨리와 편리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그 방식은 큰 타격을 주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N번방이 바로 그런 사례가 아닐까? 컴퓨터로 클릭하면 모든 게 다 이루어지는 온라인 세상에서 우리는 타인을 쉽게 생각하고 쉽게 말하며 쉽게 버리는 방식으로 변화되곤 했다.
처음 나의 우려와 다르게 저자 코너 프란타는 글과 나이가 결코 비례하지 않음을 차근 차근 보여주었다. 그에게도 거짓 가면 속의 자신으로 힘들었던 때가 있었고 각자 모두에게 결코 편하기만 하는 삶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문제들 속에서 부딪치고 깨지기도 하면서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가 지쳐 힘들었을 때 그에게 따뜻한 말을 걸어 우버 기사의 충고처럼 "무슨 일로 속상해하는지는 모르지만 괜찮아질 거예요. 결국은 괜찮아져요."라며 다독여주고 더욱 자신을 껴안아줄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은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이지만 영문으로는 note to self 직역하면 "자신에게 쓰는 메모"이다.
어린 시절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자신에게 그리고 미래의 자신에게 더욱 사랑하고 충실할 것을 다짐하며 써 내려간 이 25살 청년에게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나도 이 저자처럼 오늘도 나 자신을 사랑해 주자고 나를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