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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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개 10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직장생활을 10년을 훌쩍 넘긴지가 오래되었음에도 풍월은 커녕 여전히 헤매며 좌충우돌 실수투성이다. 신입일 때는 실수도 경험이라며 눈감아주곤 하지만 이제는 직장 생활 몇 년 차인데 아직도 못 하냐는 비아냥을 듣는 지금, 하루라도 더 오래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직장 생활이라는 게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능력 하나로만 좌우되는 건 아니다. 이 정글 같은 전쟁터에서 살아 남기 위해 저자 김봉석 기자는 자신만의 생존 철학을 이 책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를 통해 자신의 비법을 전수해준다.

생존 철학이지만 그 흔한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다. 소문난 만화 덕후로 알려진 김봉석 기자는 즐겨 본 인생 만화에서의 대사와 자신의 경험치를 살려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5년 직장 생활, 7,8년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지긋지긋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본 그만의 경험과 인생 만화가 만난 작품이다.

저자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세 가지 1. 전투력 2. 방어력 3. 결단력을 이야기한다.

직장은 소리 없는 전쟁터라는 말이 있다. 같은 동기간에도 서로 먼저 승진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상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경쟁하며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투력은 필수이다. 저자는 이 회사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개인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회사의 술수로 월급의 반을 떼일 위험에 처하자 압류 딱지를 떼며 본보기를 보여 주었던 자신의 경험 등을 이야기하며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하며 작게 질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할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말이 앞서면 결국은 무너져내린다.

스스로를 단련하고, 자신을 성숙시킨 후에

언어로 정련이 되었을 때 무게가 실리고, 스스로에게도 다짐이 될 수 있다.

체험이 없다면, 경험이 없다면 내가 조직해서 하는 말은 그저 공허하게 흩날릴 뿐이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의 저자 김동우씨는 말을 잘 하기 위해서 글쓰기 연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말을 하기 전에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연습을 한 후 말을 해야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말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섣부른 항명이나 반발보다 자신의 언어를 단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말할 것을 조언한다. 스스로를 단련한다라는 건 신뢰받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신뢰를 쌓고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무기를 쌓을 때 우리는 항명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개인은 약자이다.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서 기다리며 때를 보고 철저한 준비가 있을 때이다.

사실 직장 생활에서 전투력 보다는 방어력이 더 빈번하게 쓰인다. 상사의 공격과 질책, 동료들과의 경쟁,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항상 방어 상태에 있어야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많은 방어력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공감이 갔던 건 바로 <라 퀸타 카메라>의 대사를 응용한 이 책 제목이었다.


이 글을 읽었던 시점이 신의 계시였을까? 외국에서 주문을 잘못 발주하는 바람에 정신을 놓고 다닌다는 핀잔을 듣고 오전 내내 상사의 질책에 시달렸던 하루, 나는 식당에서 이 글 한 문장에 긴장이 풀리며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나이가 들어가면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드물다. 특히 직장에서는.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회사에서는 위로보다는 채찍이 먼저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비참함이 내 직장 생활의 끝이 결코 아님을 말해준다.


자신을 끝까지 믿는 것. 그것 이상의 방어력이 또 있을까?

비록 여전히 실수투성이지만 내가 나 자신을 다독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내 인생을 기대하며 믿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방어력일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아직 우리의 장편 인생은 읽어야 할 미지의 에피소드가 남아 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결국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 나 자신이 살아 있지 못할 때 직장에 있다 해도 생존한 것이 아니다.회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듣는 말이 있다. "나가면 다시 구하기 힘드니 꼭 붙들고 있어라." 라는 말로 세뇌시키며 서커스장의 코끼리처럼 세뇌시키곤 한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며 자신이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끊임없이 실험한 저자의 글을 읽노라면 결코 쉽지 않은 대가였지만 그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고 이 소중한 책이 나올 수 있었음을 말해준다. 책 한 챕터마다 실려 있는 만화의 대사와 함께 전해지는 저자의 경험은 생생하게 다가오며 다시 나 자신을 붙잡게 한다.


지금은 내가 여전히 제자리 걸음 같지만 이 책 제목처럼 아직 끝은 아니다라는 방어복을 입고 다시 한 번 전투에 나가보려 한다. 이 전쟁이 내가 승리하는 전투가 되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출근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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