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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미국 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셀 오바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긴박감 넘치던 백악관 생활에서 나와 평범한 (?) 생활로 돌아온 미셀 오바마는 회고록 《비커밍》을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미셀 오바마는 첫 장에 [내가 되다]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1층 로비 할머니로부터 피아노 교육을 받을 수 있던 과거부터 시작한 그녀의 터전은 시카고의 사우스사우드 지역이다.
미셀 오바마는 호숫가 정수장에서 보일러 기사로 재직하셨던 아버지와 전업 주부로 가정에 헌신적인 어머니 그리고 농구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던 오빠 그리고 미셀 오바마 네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정에서 태어났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평생에 걸쳐 고생하셨지만 병원을 다니지 않으시고 묵묵히 출근하신 아버지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장애'에 눈을 뜨게 되었고 책임감을 배우게 되었다.
노예 해방이 되었지만 아직도 인종 차별이 행해지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미셀의 가정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셀의 고향에서 백인들이 점차 다른 부자 동네로 이사하고 흑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 거의 흑인들로 가득한 현실, 이사간 옛 이웃의 집들이에 놀러간 사이 누군가 차를 긁어 흠집을 냈지만 이러한 만행을 덤덤이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미셀은 미국에 사는 흑인으로서 감당할 짐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프린스턴 대학 입학 등 여러 사건이 있지만 미셀 오바마에게 최고의 사건은 바로 남편 버락 오바마의 만남이었다.
이 자서전을 읽기 전까지 버락 오바마가 미셀이 근무하던 로펌의 인턴이였다는 사실은 매우 뜻밖이었다. 인턴 첫 날부터 지각에 흡연가였던 오바마의 첫 인상은 그닥 좋지 않았으나 버락 오바마와 가까워져가는 그들의 연애담은 읽는 내 마음까지 설레게 했다.
《비커밍》에서는 버락과 결혼 후 본격적으로 정치 판에 뛰어든 버락으로 인해 정치인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뇌,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남편의 정치 활동을 내조에 집중해야 하는 현실 등 많은 고민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이대로 멈춰주었으면, 이 상태로 만족했으면 하는 미셀의 바램과 달리 사회를 바꾸고 싶었던 버락 오바마의 꿈을 알기에 남편의 정치 행보를 막지 못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자신에게 가해진 미국 언론의 차별적인 보도였다. 미셀 오바마는 기성 언론들이 남자인 '버락 오바마'의 연설에는 관대하면서 여자인 자신이 한 연설이나 힐러리 클린턴이 연설을 하면 한 부분만을 도려내 마치 전체인양 부풀러 문제를 일으키는 언론의 남녀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이였다. 경쟁자였지만 같은 여자로서 동일하게 겪는 차별에 대해 분개하는 미셀의 모습은 같은 여자로서 너무 멋있었다.
그것도 물론 또 하나의 고정관념, 또 하나의 올가미였다.
여성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손쉬운 방법은
그를 잔소리꾼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먼저 자기 자신을 규정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규정되어질 것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얻게 된다.
내가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규정하지 않으면,
남들이 얼른 나 대신 나를 부정확하게 규정한다.
퍼스트레이디는 엄밀히 따져 직업이 아닌다. 그러하기에 특정한 지침이 없다. 미국 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라는 최초의 타이틀과 남편 버락 오바마의 정치 일정 동행 이외 미셀은 자신의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간다.
'텃밭 가꾸기', '군인가족 지원'등등 힘을 모을 수 있는데 함께 하며 흑인 또는 소수 인종들에게도 주류인 백인들과 같은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기 위해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미셀은 노력한다.
《비커밍》에서는 미셀 오바마가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기 보다 흑인이었기 때문에 겪는 고민, 흑인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한 무게감, 출산 후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워킹맘으로서의 고충,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지 못하는 대통령 가족으로서의 고민등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그녀의 고충이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미셀 오바마에게는 흑인으로서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 있었고 결혼 후 둘이 되고 백악관에 들어가고 퇴임한 현재도 계속해서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남편 버락 오바마가 힘들게 세워 놓은 정책들이 후임자인 트럼프에 의해 철회되기도 하며 역행하는 듯한 미국의 행보에 화가 나지만 결코 포기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그녀의 글은 어려서부터 고모할머니 피아노 선생님과 논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녀의 인생과 닮아있다.
으레 많은 자서전이 그렇듯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글이려니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인생 고비고비마다 마주친 그녀의 삶은 많은 고뇌의 결과였고 그 어쩔 수 없는 결과에서도 최선을 다해 나가는 여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먼저 자신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셀 오바마는 자신의 역할이 징검다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이제 더 많은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수가 동등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징검다리로의 역할에 앞장서나갔다. 그리고 지금도 그녀의 역할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