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시대의 탄생 - 1980년대의 시간정치
김학선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위를 보면 24시간 영업하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찜질방, 커피숍, 식당 등등 이제 24시간 영업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24시간 시대를 살면서 언제부터 우리가 24시간을 살아오게 되었는지 궁금해 본 적이 있는가? 그 24시간 시대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사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 24시간 시대의 기원을 저자는 1980년대의 시간정치라고 말한다.

《24시간 시대의 탄생》의 저자 김학선씨는 대한민국의 시간 가속화에 대한 연구하는 박사로 특히 1980년대의 사회적 시간의 개발에 대한 논문을 썼다. 왜 저자는 1980년대를 주목했을까? 왜 저자는 시간정치라고 명명했을까?

저자는 먼저 전두환 정권의 딜레마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대내적으로는 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을 통치하고 통제해야 했고 대외적으로는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전두환 정권이 그동안 정부에 의해 유지되던 야간통행금지를 해제함으로 24시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24시간 해제가 결코 국민들을 위한 조치가 아님을 강조한다.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유치 때문이고 정부는 이 늘어난 시간을 철저하게 국익 위주로 생산성 있는 삶을 살 것을 국민에게 주입하며 시간을 자원으로 여기게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설명한다. 금지되었던 시간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리고 난 후 과연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정부는 이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게 되었는지 저자는 설명해준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많다면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에서는 바로 우리가 알고 있던 이 논리가 다르게 적용했다고 말한다.


야간통금 해제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심야시간 4시간을 새로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자원으로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 분투했다.

당시의 성공주의와 성과주의 속에서 남들과의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낮과 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 없이 노동하거나 경쟁하려는 시간의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경쟁의 시간의식은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시간 압박으로 작용해서 더욱 시간의 가속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1980년은 자본주의가 한국사회에 도래하기 이전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시간을 자원으로 보며 더 많이 벌고 아껴야 한다는 시간 압박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온갖 디지털 기기가 업무 시간을 줄여주지만 더 많은 시간 단축을 시도함 효율성을 꾀한다.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인식이 바로 1980년대부터 시작했음을 이 책은 알 수 있게 해준다.

왜 저자가 1980년대 시간정치라고 명명했는지는 텔레비젼에 대한 부분에서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시간과 텔레비젼이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전두환 정권은 텔레비젼이 국민들을 통제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임을 적시하고 프로그램 시간 편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24시간 시대가 개막함으로 통제 수단에 맞게 프로그램 시간대를 재조정하며 언론사를 통폐합하며 관리를 아끼지 않는다.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프로 스포츠를 중계방송으로 장시간 방송하게 하며 정치적 일정에 따라 컬러방송 시작 시점을 조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9시 뉴스, 아침에 주로 방송되는 교양 프로그램 등이 어떻게 이 시간대에 정착할 수 있었는지 또한 저자는 1980년대를 통해 정부의 기획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당시 텔레비전 정책과 편성이 신군부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되고 신속히 진행된 까닭은 그것이 정권 창출과 유지에 필요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은 편성을 통해 시청자의 사적 시간에 간섭할 수 있으며, 편성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시간이 개발되거나 일상시간과 구조가 재구성되게 할 수도 있다.


1980년도에 재구성된 사회적 시간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을 수 업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는 시간의 변화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며 이 시간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예전 어르신들은 전두환 시절 경제가 좋아 살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씀을 하시곤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 무자비한 정권에서 어떻게 살기 좋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하곤 했다.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그 배경을 찬찬히 설명해 주며 이 또한 시간정치의 하나라고 말해준다. 이 밖에도 서머타임제, 명절 및 법정기념일에 대한 시간제도를 다루며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분석한다.

주위의 24시간 영업하는 사업장들을 보면서 과연 사람들은 자유롭게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생각을 할까? 2교대 또는 3교대로 일을 하며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떠올릴 수 있다. 통제하기 위해 시간을 이용하고 돈을 더 받기 위해 시간을 아껴 일을 하며 살아가던 그 시대로부터 지금 우리는 얼마나 더 시간을 풍성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1980년대로 살펴본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갈수록 빨라져가는 시간의 기원을 이야기하며 시간이 갖는 의미를 다시 되새김해 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