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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예전의 세계사 관련 책은 말 그대로 세계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한 책에 불과했습니다.
예를 들어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라는 식으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방면에서 셰계사를 바라보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금융, 전염병, 탈세,전쟁사등 다양합니다.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물건으로 여성들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세계사입니다.
여성의 삶을 바꿀 수 있었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특별한 물건에 대해 설명해주며 그 이후 여성의 역사가 어떻게 뒷받침되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책은 몸과 모성, 아내와 가정주부, 과학,패션, 여행, 노동, 창작과 문화, 정치 등 여덟 챕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Ⅰ부인 몸과 모성은 여성을 출산 또는 양육의 도구로만 바라보았던 시절 여성의 물건 중 인상 깊었던 물건은 바로 "런던 고아원의 토큰"이였습니다.
미혼이거나 남성에게 버려져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런던의 미혼모들이 고아원에 아이를 맡길 때 후에 아이를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증표로 사용된 물건입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시설에 맡겨야 하는 여성들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그 여성을 심판하는 사람이 바로 남성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줍니다. 남성의 눈으로 '죄'의 유무를 판단하며 아이를 받아들이는 권한이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은 여성이 얼마나 사각 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었는지 설명해 줍니다.
이 사실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현재까지도 미혼모에 대한 법적인 제도 및 보호 체계가 없이 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윤리적으로 몰아부치는 현실을 바라보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가방은 포셋 부인의 가방입니다. 포셋 부인은 가방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지만 법정은 그 지갑에 있던 돈이 바로 지갑의 주인 포셋 부인이 아닌 남편 헨리 포셋의 돈이라고 말합니다.
지갑 주인은 포셋 부인인데 왜 재판부는 남편의 돈이라고 말했을까요? 그건 바로 여성의 재산권이 남편에게 속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결혼하면 자동적으로 남편의 소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계기로 밀리센트 포셋 부인은 여성참정권협회국민동맹(National Union of Women's suffrage Societies) 의 리더가 되는 계기가 됩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인물들이 입당 선언문을 듣다보면 그들은 일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길은 정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고 사회 활동이 가정에 국한되어 있던 시절, 당연히 남성들은 기득권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왔습니다. 여성들은 남성에게 빼앗긴 재산권을 되찾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을 위한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 일이 여성 참정권 운동에 초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잔소리 굴레] 또한 충격적입니다. 여성이 남성이 듣기에 불편한 말을 할 경우 굴레를 채워 고통과 수치심으로 여성의 행위를 억제하게 합니다. 말도 할 수 없고 당연히 먹을 수도 없으며 자신의 치부를 타인에게 보임으로 공개적인 수치를 당한다는 건 여성의 목소리가 얼마나 억제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 굴레는 없어졌을까요? 저자는 현재까지 여성 굴레가 모양만 바뀌었을 뿐 아직도 굴레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가장 가깝게는 여성 혐오부터 미투 운동 피해자들을 향한 비난등까지 굴레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물질적인 형태가 없기에 잘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위장할 뿐입니다. 이런 제약 속에서 끊임없이 말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가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발전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결국 여성의 삶을 바꾼 건 여성이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홍성은 작가의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사회 속에서 부당한 제도 및 관습에 그대로 안주하며 살아간다면 절대 세상은 바꿔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불편함을 불편하다 말하며 바꿔 나갈 것을 말하는데요 이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또한 기득권 사회에서 고통 받고 있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가며 변화 시켜 온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남성은 절대 알 수 없는 여성들만의 고통이기에 함께 연대하며 나누고 참정권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역사가 펼쳐집니다. 비록 그 발전이 더디다 할지라도 그 더딘 발전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세계가 만들어졌음을 저자는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