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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평점 :

자신의 예측 가능한 운명을 알 수 있다면 행복할까? 하지만 그 운명이 불행하다면? 그리고 그 불행한 미래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유 미 에브리싱》의 주인공 제시카가 그렇다.
젊은 시절 애덤과의 사랑으로 윌리엄을 낳았지만 술주정이 된 채 출산 때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애덤에 대한 분노,
애덤과 헤어진 후 전해 듣게 된 엄마의 헌팅턴병 소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 헌팅턴병이 유전될 수 있으며 제시카 또한 최근 검사에서 양성 반응 결과를 받았다는 것.
날마다 야위어가며 변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가족이 느끼는 고통과 앞으로 언젠가 자신에게 닥칠 미래에 두려워한다.
소설은 제시카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격자로 보여준다. 제시카카의 출산에 연락이 없던 애덤부터 엄마의 투병을 지켜봐야만 하는 고통.. 그 현실의 무게에 짓눌러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가 없다.
싱글모로 윌리엄도 돌봐야하며 부모님도 챙겨야하는 제시카에게 인생은 십자가일 뿐이다.
아들 윌리엄이 아빠인 애덤과 가깝게 해야 한다는 엄마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헤어진 애덤이 있는 프랑스로 간다.
비록 두 사람에게 아들이 있지만 서로에게 이미 각자의 삶이 있고 애덤에게는 어여쁜 여자친구 시몬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며 더욱 자괴감이 드는 제시카. 엄마의 권유로 이 곳에 오긴 했지만 이 선택이 잘 한 것일까?
소설은 단지 제시카의 삶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먼저 주인공인 제시카와 애덤,
투병하는 엄마를 끝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제시카의 아빠와 끝까지 살아가는 엄마.
세 아이의 양육으로 하루 하루가 버거운 제시카의 친구 베키와 남편 셉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인 또 다른 절친 나타샤.
이 소설의 장점은 바로 주인공 제시카의 삶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삶에도 세세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쌍둥이를 둔 엄마로서 솔직히 제시카보다 친구 베키와 셉 부부의 버거움이 더욱 공감이 갔다.
날마다 아이에게 치이며 사느라 어느덧 서로에게 무관심해고 뜸해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다.
나타샤 또한 잘 나가지만 속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며 안정적인 만남을 찾고 있다.
그렇게 모든 인물들은 삶 자체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모두 삶의 무게에 버거워하며 무감각하거나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제시카와 헤어진 후 잘 나가는 애덤의 삶 마저도.
하지만 여기 삶에 기쁨을 느끼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날마다 비틀어져가며 운동 능력을 잃어가는 제시카의 엄마와 그 엄마와 끝까지 함께하는 아빠이다.
그들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기뻐하며 하루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충만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제시카에게 끝까지 즐기며 살아가도록 조언하는 부분에서 끝내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애덤이 왜 제시카의 출산에 함께 해 주지 못한 비밀이 공개되며 또 다른 반전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알고 싶어 점을 보거나 무속인을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미래를 안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중요한 건 미래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더 중요함을 말해준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책 끝부분에 이르러 달라진 애덤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조금 더 에피소드가 있어 두 사람의 관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면 더 자연스럼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해 준다는데 이견이 없다.
지금을 충만하게 느껴주는 소설이다. 특히 모두가 정서적으로 힘든 이 시기에 이런 로맨스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기분을 감성으로 무장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