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은 채 살아간다.

특히 인생의 청춘기에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며 만사에 욕심이 넘친다.

욕심내며 이것 저것 계획도 해 보고 그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때론 분노가 때론 좌절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나 청춘의 다리를 건너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인생은 항상 100% 우리의 뜻대로 들어맞는 법이 없었음을.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 있음을.

우리에게도 이제 욕심을 내려놓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된다.

박애희 작가의 에세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또한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걷는 글을 담는다.

함께 30대의 길을 지나와서일까? 작가의 글에는 공감이 가는 많은 문장들이 마음을 적신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이 글을 꼽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우정을 지키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늘 그들을 인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때때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는 출산과 동시에 많은 친구들을 잃는다. 육아와 가사로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친구들과의 만남이 뜸해지고 연락이 뜸해진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평일은 회사, 주말은 육아로 인해 더욱 시간을 내기 힘들다.

아이들이 다 클 무렵 연락을 취하려 해도 그 때의 절친했던 우정을 찾기 힘들다.

우정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어디 기혼여성뿐이랴. 미혼 여성 또한 직장일에 쫓기고 자신의 생활에 바뻐 친구와의 만남을 가지기 힘들다. "언제 한 번 만나자."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는 정말 알 수 없는 '언제'임을.

그렇게 언제를 기약하기만 하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쉽게 잃고 만다. 친구가 있었다는 아쉬움만을 남겨놓고서.

그래서 어른은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 내 주변의 한 사람에게 내가 그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야 함을 더욱 더 많이 말해주어야 한다.

지금 바로 이 자리, 이 시간,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토양이 되리라는 것을.

귀하지 않은 시간은 없고,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인다는 것을.

그걸 믿어야 우리는 다시 걸을 수 있다.

최근 연예계에서 젊고 예쁜 연예인들보다 오랜 세월 묵묵히 조연으로 연기를 하다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연기로 신스틸러라는 소리를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최근 영화 '정직한 후보'로 최초 단독주연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라미란, 그리고 드라마에서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동백이 엄마로, 영화 <기생충>으로 여러 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은씨가 있다. 왜 그들이 갑자기 연예게의 대세로 떠올랐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그 긴 시간을 이겨내고 대세배우로 떠올랐을까.

그건 아마도 비록 남을 빛내주는 조연이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 그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대중들이 위로를 받지 않아서였을까. 매일 힘든 세상을 살아가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생이지만 그들처럼 이 길을 묵묵히 열심히 걸어가다 보면 우리 스스로가 빛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믿으며 위안을 얻어서이지 않을까.

지금은 비록 초라하지만 그래도 앞서 긴 시간을 견뎌내고 난 후 빛을 낸 사람들을 보며 우리 또한 하루 하루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게 좋다고 넘기지 않고, 귀찮다고 지나치지 않고,

"이건 왜 이런 거죠? 이렇게 바꾸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하고 물을 수 있을 때

무엇이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질 수 있다.

그것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다음에 내 자리에 올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기에

조금 더 당당하게 깐깐해지고 싶다.

어른이란 그런 게 아닐까? 이젠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닌 내 뒤를 이어 살아갈 내 후배, 아이들을 위해 먼저 팔을 걷어부쳐야 하는 사람. 비록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앞장서서 싫은 소리도 하고 싫은 소리도 들어주는 사람.

어쩌면 이 세상에 꼰대들은 많아도 어른들이 없다고 하는 건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또 다른 잣대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책임있게 행동하며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어른이 있을 때 후배들은 선배를 믿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 글을 보며 함혜숙 영상번역가가 떠올랐다. 번역가에 대한 대우가 지극히 낮지만 당당할 것을 요구하며 절대 재능봉사, 무보수등을 요구하는 악덕업체에 당당히 NO라고 말할 것을 주장하는 번역가이다.

한 두명씩 양보하는 번역가가 있을 때 번역가가 살 수 있는 틈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함혜숙 번역가 또한 다른 번역가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총대를 메고 당당해질 것을 말한다.

그 뜻에 동의한 후배 번역가들이 지지를 표하며 번역가의 권리를 위해 NO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한 어른의 행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깨닫곤 한다.

그 한 어른의 행동으로 한 명의 삶이 바뀔 수도 있음을,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젊었을 때는 모든 것들이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줄 착각하곤 한다.

부모님도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것 같고 나의 건강도 영원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인생의 한 다리를 건너면 우리에게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님을 인정하게 된다.

그 인정함 속에 새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인생은 원래 네 뜻대로 되는 게 아니야라는 걸 받아들이며 분노 대신 그 어긋남 위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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