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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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초년생 시절,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며 회사에서의 생활이 최고인 줄로만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직장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된 말은 “네 월급이면 바깥의 젊은 애들 몇 명은 쓸 수 있어”라는 말이었다. 취업시장은 치열하고 사람은 널렸다는 회사의 심리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위축하게 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단행하는 회사의 조치는 바로 인력축소를 위한 구조조정. 그 잔인함 속에 함께 일했던 세월과 정 모두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다.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의 저자 민경주씨 또한 그 구조조정의 바람을 피해가지 못하고 직장에서 강제 퇴사하는 실업자가 된다.

자의적이 아닌 타의에 의해 퇴사해야 하는 신세로 추락한 저자가 지하철에서 엉엉 우는 모습과 그 자신의 모습에서 지하철에 또 다른 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울음을 참고 있었을까?

울 수 있는 장소를 찾지 못해 지하철에서 울고 있을까?

전엔 보이지 않았던 타인의 눈물이 자신이 눈물을 흘린 후에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회사의 메신저창에서 단번에 차단당하고, 회사로부터 제공받던 노트북과 4대 보험 납부 등의 혜택이 퇴사와 동시에 자신의 힘으로 이루며 겪는 좌충우돌 속에 저자는 혼자임을 절실히 깨달아간다.

그 슬픔을 견디어갈 시간도 없이 회사 거래처로부터 예기치 않은 업무 전화를 받게 되는 해프닝은 퇴사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일에서 놓이지 못하는 직장인 모습을 보는 듯한다.



같은 조직 안에서 회사의 고통 분담을 당연시하며 일심일체를 강요하지만 필요없으면 가차없이 내던져 버리는 이 자본주의 논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일해왔을까?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자도,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시간도, 해고로 인한 우울증을 치료받을 수 있는 자도 결국은 모두 있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현실은 더욱 마음을 씁쓸케 한다.

재취업이라는 가장 흔한 선택지를 떠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 보기 위한 카페 창업, 스타트업을 위한 정부 지원금, 아이템 사업 등은 결국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우리의 인생을 떠올리게 해 준다.

그렇게 돌고 돌아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 글쓰기로 돌아오기까지 이 모든 과정들이 비록 돌고 돌아 왔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길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 나 역시 학원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 나 몰래 후임을 채용하고 그 후임 앞에서 해고 통지를 당하는 비참한 기분은 정말 비참함 그 자체였다.

지하철에서 엉엉 눈물을 쏟는 저자의 마음에 깊이 감정이입할 수 있었고 저자의 고군분투기가 웃프면서도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 정글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저자의 치열한 고군분투가 안타까우면서도 힘껏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저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저자는 애매하게 붕 뜬 삶을 살아왔구나라며 '언젠가'를 막연히 기다리고만 있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게 저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 해 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남기 바쁘느라 모두 그런 삶을 살아올 수 밖에 없었노라고,

사회가 많은 사람들을 붕 뜬 삶으로 살아가게 만들었지 결코 저자가 잘못 살아 온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이 웃기고도 슬픈 이 에세이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의 부끄러운 실패도 정직하게 써 낸 저자의 진실성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다른 글을 써 가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저자와 이 힘든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 및 취업 준비생들 모두에게 박수를 쳐 주며 응원하게 해 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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