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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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생리 경험은 생리혈이 묻은 나의 팬티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짓던 엄마의 모습이였다.

어리둥절한 내게 엄마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생리대를 주시며 앞으로 생리대를 착용할 것을 말씀하셨다. 그래서였을까. 내게 그 이후로 생리는 숨겨야 할 것, 조심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친구들끼리 생리에 대해 말 할 때도 귓속말로 '그 날이야'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생리대를 살 때도 점원들은 보이지 않게 신문지에 별도 포장을 해 주거나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 주었다.

그렇게 생리는 내게 남에게 말 할 수 없는 나만의 문제였다.

나의 몸인데도, 여성의 일반적인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왜 쉬쉬해야만 하는가? 저자 오윤주씨는 2017년 발생한 생리대 발암물질 파동으로 인한 여성의 몸에 대해 무책임한 정부의 모습을 보며 충격과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기 위한 시작의 첫걸음으로 생리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그 생리 일기가 바로 《네, 저 생리하는데요》로 출간되었다.

《네, 저 생리하는데요》 의 저자 오윤주씨는 '생리'라고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는 현실, 귓속말로 이야기하며 같은 동성끼리도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꺼리는 이 현실 속에서 저자는 여성의 생식기에 대한 '언어의 부재'에 주목한다.

남자들에게 확실한 생식기의 명칭이 있지만 여성에게는 정확한 생식기의 명칭마저도 주어지지 않고 단지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만 인지되는 현실 속에 여성의 생리 또한 정확한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말한다.

그 '언어의 부재'는 침묵을 강요하고 남들에게 공개적인 담론이 될 수 없는 현실로 이어졌다. 왜 여성의 생리가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되어야 하는가?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발화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월경이라 부르든, 생리라 부르든, 정혈이라 부르든,

어떤 용어든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발화하고 호명할 수 있는

그 힘이 중요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침묵이다.

생리를 돌려 말하는 표현 중 '그 날'이나 '그것'은

너무 특정성이 떨어지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침묵시키는 언어라는 점에서 최악이다.


저자는 생리일기를 써 내려가고 친구들과 생리에 대한 경험담을 나누며 생리 경험이 똑같은 사람이 없이 모두 다른 경험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월경 전 증후군으로 겪는 우울증과 감정 기복등을 더 깊게 알게 되고 자신의 몸인데도 매달 겪는 현상이 다름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게 된다.

몸의 불규칙한 호르몬 치료제로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경구 피임약'으로 분류하고 '사후 피임약'으로 명명하거나 성병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한 콘돔을 굳이 임신 억제제라는 용도로만 가르치는 이 현실이 여성의 생식기를 여성의 몸이 아닌 단지 임신과 출산이라는 용도로 받아들여왔음을 강조하는 글 속에 이 사실 속에 무지했던 나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여성의 몸에 대해 여성이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회. 조신하고 순결할 것을 강조하며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사회 속에 결국 여성들의 몸에 대해 침묵을 지킨다면 결코 이 현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생리대 발암물질에 대해서도 여성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며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수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을 담은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하며 여성들이 연대할 것을 주장한다.

나 자신 또한 수십년을 침묵을 강요받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첫 경험 때 엄마가 내게 당당하게 설명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 딸둥이들이 커서 생리를 하게 될 때 축하와 함께 생리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몸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우리의 몸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닌 우리의 권리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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