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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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급 후 사람들은 궁금증이 생기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네이버에게 물어봐." 

이제 질문이 생겨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꺼내며 검색을 하며 답을 찾는다. 
영어 표현마저도 "Just google it!"이라는 동일한 표현을 배우고 난 후 스마트폰 등 디지털 도구가 우리의 사고를 얼마나 지배하는지에 대해서도 놀란 적이 있다. 

『속도에서 깊이로』는 사실 신간이 아닌 2011년 1쇄 발행 후 개정판으로 출간 된 책이다. 
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책의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4G 시대를 넘어 5G로, 무선 초고속을 자랑하는 한국의 디지털 사회에서 저자 윌러엄 파워스는 속도가 아닌 깊이를 강조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자가 강조하는 속도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다. 눈 앞에 클릭만 하면 곧바로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과 언제든지 접촉할 수 있으며 자신의 게시물에 바로 피드백을 받는 초고속 사회. 하지만 과연 "깊이"가 무엇인지 그 의미는 다소 난해하다. 


"깊이"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흡수하는 '의미'라고 말한다. 

디지털 사회로 넘어가면서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항상 디지털 사회의 군중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게 되는 사회를 살아간다. 밥을 먹으면서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하고 앞의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 

심지어 지인을 만나도 지인과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온갖 요소가 다분하다. 이는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넘쳐 나는 온갖 스팸메일과 고객 전화, 미팅 및 이러한 멀티 기능을 가능하도록 디지털 도구는 지원하며 풍성한 삶을 약속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여유'와 '의미' 그리고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속도에서 깊이로』는 바로 이 디지털 도구들이 앗아간 여유와 의미등을 찾기 위한 첫째,둘째, 셋째 걸음으로 인도한다. 


첫째 걸음, 거대한 방에서 벗어나는 문을 찾다. 


거대한 방이란 바로 스크린 세상을 의미한다. 그 스크린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유혹들, 한 화면에 끊임없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구독,좋아요 버튼과 팝업 뉴스 기사들, 스크린 세상은 우리에게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한다. 유튜브에서는 동영상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광고를 보게 되고 구독 버튼을 누르도록 유혹하고 페이스북 또는 SNS 등에서도 우리는 원치 않은 광고 배너 또한 기사를 접해야만 한다. 

너무 분주한 사회, 종일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과 손짓이 얼마나 분주한지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그 분주함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낸 분주함이며 가장 최대의 적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인정하자 가장 최대의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쉬고 싶어 먼 휴양지로 휴가를 왔지만 무선 인터넷이 제공되는지를 확인하는 아이러니와 휴대전화로 마음을 표현하는 현 세대의 모습을 저자는 결국 제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도는 강아지 꼴이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일상이 보여주기식 과시로 비춰지지만 막상 일상의 깊이와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 거대한 스크린 세상 속의 위험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크린 세상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첫째 걸음이다. 


둘째 걸음, 시간의 숲으로 들어가다. 


시간의 숲은 일곱 명의 철학자들을 통하여 대안을 찾아간다. 


시골의 거리를 걷는 소크라테스, 편지쓰기를 통한 세네카, 홀로 책 읽기를 통한 구텐베르크, 아주 중요한 책 한권에만 자리를 내줌으로 자신의 분주함을 해소한 세익스피어, 네트워크를 지향하지만 자신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실천한 13가지 목표, 그리고 숲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한 소로, 그리고 "우리가 자초한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라고 물드며 우리 안의 내부 온도를 낮출 방법을 찾을 것을 외치는 매클루언 등의 철학이 소개 된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세네카의 시대에도 구텐베르크 시대에도 구두 언어에서 문자어로 전환되거나 인쇄술이 발달하는 등 기술혁명의 전화기가 있었다. 그 전환기에 그들 역시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바쁜 시절을 보냈다. 항상 군중을 찾는 프랭클린이었지만 그들은 기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내적인 삶의 깊이를 잃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들의 철학은 아직까지 유효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셋째 걸음, 내 안의 윌든 숲을 발견하다. 


마지막 셋째 걸음은 둘째 걸음에 대한 일곱 철학의 현실적 방법을 제시와 동시에 저자 가족의 디지털 홍수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48시간 "인터넷 안식일"이 소개되며 책은 마무리된다. 


많은 군중들과 가까워졌지만 막상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정작 깊이 있는 지식이 사라져 가는 지식의 보편화 시대 속에서 우리는 그 문제점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및 네이버 등 정보통신 분야 기업들은 우리가 이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끊임없는 기술로 우리를 "끊임없는 영원한 접속상태"로 유혹하고 있다. 이 대안을 옛 철학자들의 방법에서 대안을 찾는 건 끊임없이 사고하며 대답을 찾아가는 그들의 철학이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 아닐까? 


출간된 지 10년이 된 이 책의 내용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의 디지털 의존도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함을, 이제 새로운 미래는 빠름보다 깊이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함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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