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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 박영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1월
평점 :
힘내. 괜찮아질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다 잘 될 거야...
우리가 흔하게 내뱉는 일상적인 위로들이다.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의 저자 장민주씨는 제목에 맞게 우울증 환자로서 이러한 위로를 거부한다.
모두의 기대를 업고 명문고에 진학했지만 치열한 입시경쟁과 친구들의 따돌림 등으로 저자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힘들어한다. 흔히 많은 부모가 자녀들이 내뱉는 고통을 공부에 치우쳐서 받는 일종의 가벼운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만 잘 지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위로한다.
부모님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자녀의 고통과 마음을 해석하고 처방한다. 저자 또한 부모님에게 자신의 증상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 라는 흔한 충고 뿐이였다.
"앞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하면 돼. 좀 즐겁게 살아봐!"
우리는 왜 우울증 환자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조금만 힘을 내!"
라고 쉽게 말할까?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네 세포들이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고 있잖아.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 돼!"
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지금이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정신과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이였다. 극심한 정신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격리되어 있고 음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의 정신병원을 떠올렸으며 정신과에 갈 때는 비밀리에 치료를 받곤 했다.
저자의 부모님 또한 우울증을 치부처럼 여기며 그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할 뿐이였다.
신체의 고통은 치료하려 하면서 왜 마음의 증상은 치료하라고 말하지 못할까?
주위의 무관심과 사회의 일방적인 기준.. 이 모든 건 결국 증상을 가린 채 억지로 '웃는 가면'을 쓰며 살아가게 만든다.
내면의 감정 기복이 아무리 심할지라도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하찮은 돌덩이처럼
무의미하게 여기더라도
우리가 가진 능력으로 충분히 부정적인 감정을 숨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나타난 우울증의 증상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무기력증, 자살 충동, 기면증, 인지능력 감퇴 등 점점 저자의 일상 속에 치밀하게 공격해오는 우울증은 저자의 일상을 위협한다. 신체의 고통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의 질병인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저자는 이론이 아닌 자신의 일상에 대입하며 그 위험성을 알린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우울증은 대학에 가서도 끊임없이 저자를 공격한다. 시시때때로 공격하며 인간관계를 좀먹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 힘든 과정에서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심리학과로 편입을 결정한 저자의 노력은 매우 큰 용기이자 도전이였다.
심리학을 배우며 저자는 우울증을 이해하고 치료해 가지만 저자는 이 우울증의 치료에 자신을 도와주는 부모님 외 지인들이 함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비록 학창시절에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단순한 충고로 저자의 마음을 무시했던 부모님이였지만 조금씩 딸의 증상을 바라보며 달라져가는 부모님과 자신이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던 때에도 자신의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던 라오황과 티아오티아노의 우정은 저자가 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부모님이 조금만 더 일찍 저자를 이해해 주었더라면, 라오황과 티아오티아노를 조금 더 빨리 만났더라면 저저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아도 됐을텐데라는 마음이 드는 한편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느끼게 된다.
저자는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 같은 증상이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협적인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치료했다 하더라도 수시로 재발할 수 있는 질병이자 이 우울증을 빠져나오기 까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 힘든 여정 속에 "곧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이야기한다.
괜찮아질 것이다라는 것 또한 하나의 가면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저자가 발견한 진리는 이 모습조차도 자신의 "소중한 나"임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설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에 주눅들며 가면을 쓰기보다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저자는 그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그 과정을 지켜보는 지인들에게 가벼운 말 한 마디보다 묵묵히 지켜봐주며 곁에서 응원해 줄 것을 이야기한다.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같은 우울증 환자로서 축복받지 못한 출생부터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 나이를 하며 살아가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이다.
이 책 또한 본인의 우울증과 그 치료과정을 다루며 우울증은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질병임을 이야기한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두 책의 저자들 모두 주변의 무관심 속에 치료가 계속 지연되었고 방치되어 왔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그 심각성을 알고 도와주었더라면 이런 아픔 속에 견디기 수월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우울증을 부정적으로 대하는 시선보다는 공감의 시선이 필요하다.
앞의 두 책의 저자들 모두 그 무관심 속에 우울증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우울증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감기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 또한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자신의 마음을 충실히 관찰하며 치료해 나가려는 의지와 주변의 응원만이 우리는 힘이 되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