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황정은 작가의 글은 내게 쉽지 않다.

작가의 전작 《계속해보겠습니다》와 《아무도 아닌》 속의 쓸쓸하면서도 그 상황 속에서 담담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신작 『디디의 우산』을 읽을 때도 몇 번이나 읽다 책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생각하며 읽느라 이 책을 끝마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왜 작가는 제목을 디디의 우산이라고 정했을까?

디디의 우산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였을까? 읽는 내내 골똘히 생각했다.



주인공 d는 동창회에서 dd를 다시 만난다. 우산을 잃어버린 d에게 dd는 자신의 우산을 권한다.

그 우산을 쓰고 집에 간 d는 다시 되돌려주며 둘은 함께 살아간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dd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산. 그건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주는 매개체였다.

그냥 동창회에서 만나고 헤어졌을 그 둘이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 줄 수 있게 해 주는 매개체였다.



dd의 죽음 이 후 작가는 세운 상가에서 20년 넘게 수리 일을 하는 여소녀를 보여준다.

거의 많은 가게들이 떠나고 몇 남지 않은 상가들만이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이 세운상가에 d는 택배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잘못 배달된 물건으로 인해 여소녀는 d를 찾아가며 묻는다.



"너 나 알지?"


매일 택배로 물건을 배달하면서 얼굴은 알지만 이름도 모르고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가 무색한 사이가 잘못 된 택배로 인해 서로 알아가는 이웃이 되어간다. dd의 우산처럼.


우리 속에 지나쳐 가는 수많은 사람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아는 사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수많은 이웃들.


작가는 《dd의 우산》 속에 그 무명의 이웃들의 존재를 생각해보게 한다.

같은 고시원에 살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옆 방 사람들이 d의 음악 소리에 화가 나 비로소 벽을 치며 반응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처럼...




그 많은 이웃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고 여소녀의 딸이 묻는다.

우리의 이웃은 과연 어디에 있나 작가는 진지하게 묻는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거대한 명분으로 상가를 살리겠다며 보행 데크를 건축한다는 시장의 계획에 콧방귀를 뀌는 여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명분의 주체는 죽어가는 상가를 살린다는 명분이지만 막상 그 혜택의 대상이 되어야 할 여소녀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제발 자신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달라는 여소녀의 마음은 시장의 귀에 들릴 리 없다.

어떠한 이유든 사람이 먼저고 그들의 이야기가 먼저인 곳에 자신들의 이익과 성과를 위해 자신들의 기준에서 남을 위한답시고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준다.


어쨌거나 저곳을 오가는 사람이 늘고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 임대인들은 즉시 세를 올려 받으려 할 것이다.

재정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자들의 계획에 따르면 여소녀 자신과 같은 기술자들이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콘텐츠였으나...

기술자이자 상인인 그들 모두 결국은 세입자이며... 세가 오르면 특별히 영세한 업체가 많은 이 상가에서 상인들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상가가 사는 거지 내가 사는 것은 아니지.

p. 94


최소한 이 공간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는 펼쳐져야 하는 거 아니냐...

p.95


이 소설에는 끊임없이 이웃에 대한 이야기, 타자를 향한 관심과 연민의 글이 보인다.

우리 곁에 있지만 없는 듯한 존재 이웃을 말한다.

《dd의 우산》 과 함께 책의 또다른 소설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역시 우리의 상식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배타적이고 남을 향한 무관심인지 그려나간다.

특별한 관계인 서수경과 나. 사람들의 이상한 관심 속에서 자신들을 지켜야만 했던 둘은 서로가 무사히 귀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만약 서로에게 문제가 발생할 시 자신은 배제될 게 뻔하므로..

시신경을 잃기 시작한 후에야 알게 된 비맹인의 글자를 "묵자"로 불린다는 사실.

용산역 플랫폼에서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송되는 열차 안내 멘트..

무엇이 상식인 거냐고 작가는 진지하게 묻는다. 그 상식이라는 이름 하에 비상식이라고 자신들이 명명하고 그들을 무시하고 배제해왔음을 말한다.

사람들은 그런 걸 상상할 정도로 남을 열심히 생각하지는 않아.

p.263


보는 이는 보지 못하는 이를 보지 못한다.

p.275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우산이 필요하다고 말한 기사를 읽었다.

소외된 이들에게 연민과 따스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작가 황정은의 글에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전히 내게 쉽지 않은 작가이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는 작가의 신작 『디디의 우산 』을 읽으며 과연 나는 누구를 향해 우산을 씌워 주는 지 고민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