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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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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박사님을 쌍용차 사태때 처음 알았다. 무자비한 국가 폭력으로 상처받고 세상에 내던져진 이들을 품고 상처를 치유해주었던 정혜신 박사님은 그들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주었다.
쌍용자동차, 5.18 민주혁명, 세월호 사태 등 사회적인 아픔이 있는 곳에 정혜신 박사를 만날 수 있었고 박사님은 "다정한 전사", "치유자"라는 말로 불리웠다.
그리고 선생님이 쓴 이 <당신이 옳다>는 정혜신 박사님이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었던 선생님의 무기가 무엇인지 이 한권에 풀어 보여주는 책이다.
[적정심리학], 정혜신 선생님은 자신의 심리학을 적정심리학으로 명명한다. 정신과에 가서 의사에게 우울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고 몇 개의 알약으로 치료를 받는 정형화된 치료가 아닌 우리가 집에서 밥을 스스로 해 먹듯 자신을 치료할 수 있는 심리치료법을 적정심리학으로 명한다.
그리고 그 적정심리학의 근본원리는 바로 "공감"이다.
저자는 먼저 "나"가 사라져 가는 이 사회를 진단한다. 사람이 공기처럼 취급받는 사회,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어 쓸쓸한 고독사가 늘고 직장동료가 죽어가도 상황 확인도 없이 무단결근으로 해고 처리 해버리는 사회, "나"가 소외되어 가는 이 사회에서 저자는 심리적 CPR을 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저자가 진단하는 첫번째 심리적 CPR은 바로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이다. 그 사람의 물리적인 상황, 지위 등 외부적인 조건 모두를 벗고 상대방의 순수한 감정에 집중한다. 그 사람의 말에 충고,조언,평가,판단 (충조평판) 등을 내던지고 "당신이 옳다"라고 공감해 주며 들어주는 것을 뜻한다.
"공감"은 우리의 많은 상처나 관계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공감"은 쉬운 일일까? 우리가 흔히 쓰는 "네 의견에 공감해"라는 말을 종종 하지만 그 공감이 저자가 말하는 공감과 같을까? 대답은 아니다.
" 공감이란 한 존재의 개별성에 깊이 눈을 포개는 일, 상대방의 마음,느낌의 차원까지 들어가 그를 만나고 내 마음을 포개는 일이다.
한 개인에게 집중하고 그 사람의 마음과 느낌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그냥 습관으로 대충 공감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묻고 물어 그 사람의 상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에 나의 마음에 내 마음을 포개야 한다. 그럴 때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고 치료가 될 수 있다. 이건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전문가인 어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치료책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정혜신 선생님의 치료 원리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심리적 CPR이 "나"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을 돕는다면서 막상 중요한 "나 자신"이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 공감은 "나"도 있고 "너"도 있다라는 전제하에 공감이 이루어진다. 그러하기에 공감하는 과정에 상대방을 보면서 나도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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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받기 위해선 내 자신이 공감받아야 하며 자기 중심을 놓치지 말하야 한다. 내가 있어야 남을 도울 수 있다. 갑을관계에 갈등하는 사람들도, 자신을 희생해가며 일을 하는 먹고 사는 일도 나 자신을 지킬 때만이 할 수 있다.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을 비쳐주듯, 나의 마음도 비출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정혜신 선생님의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한 마디는 책을 덮고 난 이후로도 계속 내 마음에 맴돌았다. 그리고 내게 그렇게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았다. 특히 아이 엄마가 된 이후로 엄마인 내 마음을 물어봐주고 걱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슬펐다. "요즘 마음이 어때?"라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엄마, 회사원 등 내 위치를 설명해 주는 직함말고 내게 온전히 집중해 주는 이 한마디의 힘이 내게 중요한 것을 비춰준다.
책 말미에 어느 분이 하루 일과가 저물때 "너 오늘 잘했니?"라는 말보다 "너 오늘 마음 어떠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제 나도 내 자신에게 물어야겠다.
"현경아 요즘 마음 어떠니?"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