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하나가 자랄 때
김그루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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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하나가 자랄 때>는 소설가 김그루 작가의 6편의 단편이 있는 단편소설집이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대사 중 인디음악이 뭐야라는 질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음악이라고 대답하는 극 중 인물들의 대사를 응용해 스스로를 인디소설가라고 칭하는 작가 김그루씨가 첫 번째로 펴 놓는 단편소설집이다. 


6편의 단편소설 중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단편소설을 꼽는다면 <낙엽 하나가 자랄 때>, <황보 사영>, 과 <일어났어> 등이 내게 가장 인상깊었다. 

<낙엽 하나가 자랄 때>는 아내를 잃고 딸마저 시집 보내고 혼자 쓸쓸히 살아가는 노인이 매점을 운영하는 부부의 어린 아이와 친구가 되며 지내다가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내에 대한 슬픔도, 딸을 시집보낸 허전함도 이젠 삶의 일상이 되어버린 노인에게 한 아이가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하며 마을 사람들에 대하여 하나 하나 소개해 주며 추억을 쌓아 간다. 
소년을 통해 사람들을 알아가고 벤치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한 두 마디씩 응대를 해 주는 노인은 마을 사람들의 좋은 상담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매점운영권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고 헤어짐을 맞이하는 소년과 할아버지에게 소년은 묻는다. 

"할부지, 근데 떨어져 산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그건...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거란다. 

"나뭇잎이 다시 나무에 찾아오는 거죠?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나뭇잎이 떨어졌다 계절이 흘러 다시 찾아오는 거라고 설명하는 노인의 설명에 소년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지만 노인은 예전과 같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한다. 그가 사람들에게 헤어짐과 외로움에 대한 그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노인이 다른 이웃들의 고민을 들어 줄 수 있었던 건 소년이 할아버지와 함께 해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로웠던 일상에 꼬마 벗이 문을 두드렸고 할아버지의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외로움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잠식함으로 깊은 슬픔을 만들어냈다. 
이제 그 소년을 보지 못하리라는 슬픈 미래를 말하는 할아버지의 슬픔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황보사영>은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를 지향하는 화가 사영이 실수로 자기가 의도하지 않은 빨간 점으로 말미암아 평단의 극찬과 함께 유명세를 받는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작품세계와 믿음에 어긋나지만 주변의 인정을 감히 포기할 수 없어 말을 만들어내고 평단이 인정하는 대로 자신을 억지로 만들어며 끝내 좌절하고만 화가의 이야기는 자신들의 잣대로 평가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 평론가의 세계와 자신과 자신의 명성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어 고민하는 예술가의 고민을 심오하게 그려낸다. 

명성을 포기하지 못해 자신을 억지로 끼워넣으려고 하고 변하려고만 하는 화가 사영의 내적 고뇌는 단지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마저 사회에 맞추기 위하여 나다움을 포기하고 억지로 웃으며 포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씁쓸함을 자아내게 만든다. 

6편의 소설 중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면 내겐 단연 <일어났어>이다. 
특별함을 추구하는 동호는 그의 일상이 단조롭다고 생각한다. 매일 똑같이 일어나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에 특별함을 주고 싶어 2년 전 소개팅에서 만나 교제 중인 미주에게 결혼 이야기를 하지만 거절당한다. 

 이 단편에서 작가는 동호의 지난 연인 영서의 이야기, 미주와 동호의외 첫 만남 이야기, 추억 이야기, 첫 직장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그 이야기 속에 작가는 평범하다고 생각한 동호의 일상들이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모든 사람의 삶에 평범한 인생은 없다. 각자의 인생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호는 알지 못했다. 그 과정 속에 특별함을 찾았던 미주에 비해 항상 동호는 뭔가 대단한 것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러하기에 상대와 함께 있을 때 그 과정에 함께 즐겁게 동참하지 못했고 미주는 동호를 떠났음을 작가는 말해준다. 
나와 함께 즐기지 못하는 사람을 평생의 반려자로 맞아들이지는 못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외에 다른 3편의 단편소설들도 얇으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선물해준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작가의 첫 단편소설은 가을마다 생각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누군가가 그리울 때, 또는 외로울 때 좋은 길동무가 되어 줄 것 같은 소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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