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지식인마을 31
조숙환 지음 / 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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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이란 인간이 어떻게 사물, 글자, 얼굴 등 다양한 개념을 인식하고
각 개념에 얽힌 정보를 처리하는가에 대한 답은 연구하는 학문이다.

초등영어교육론 노경희 교수님 시간에 배운 인물들이다. 사실 수업을 듣기 전에 행동주의 학자인 스키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스키너 박스, 조작적 조건화로 유명한 스키너. 조주연 교수님 수업인 아동 발달과 학습 때 배웠지만, 학부의 특성상 모든 걸 깊이 다루지 못해 배웠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강의 시간에 조금이라도 배웠던 학자들의 책이나 학자에 대한 책을 읽으면 낯선 이유다. 그래도 강의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그 이상의 배움을 얻으니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런 스키마 없이 학자들의 책을 읽었더라면, 배운 후의 독서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 에너지를 쏟지만, 얻는 것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배우는 중, 배운 후에 학자의 책을 찾는 게 내 사소한 독서 습관이 돼버렸다. 수업 시간 중간중간에 스치는 학자들은 무수히 많은데, 그중에 내가 좀 더 알아보고 싶은 학자를 읽는 것. 참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활동이다.

 
언어 형태와 그 형태로써 특정한 개념을 가리키거나 연관 짓는
마음의 작용은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과연 인간의 언어 습득, 활용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이 질문을 이젠 유효하지 않다. 모든 사람은 인정한다. 언어 습득에 있어서 본성과 환경은 모두 중요하다. 이 둘은 이분법적으로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이 둘의 상호작용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양육이냐 본성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의 질문이 아니라, 이 둘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탐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책은 스키너와 촘스키로 대변되는 행동주의와 생득주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학습된 것으로 파악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언어 또한 선천적인 것이 아닌 오직 환경에 주어진 경험적 자료에 의한 조건 반사적 행동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행동주의는 인간에게 적용되기엔 인간의 자율적, 창의적 주체라는 특징 등이 고려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단순히 작용, 반작용, 자극에 의해서 인간이 행동하고 배우는 것이 아니란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인간이 본능이 없고 오로지 학습만이 본능이라면 아이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학습의 결과물 일 것이다. 행동주의는 인간에게 모든 게 적용되기엔 한계가 많기에 책은 주로 촘스키에 대해 다룬다.
언어학에서는 언어 체계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심리학에서는 언어의 습득이나 사용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상호 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진다면 언어의 구조, 습득, 처리 양상에 대해 일관성 있고 융합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촘스키의 생각이었다.

촘스키는 인간에겐 일반적인 장기뿐 아니라 언어 장기가 내재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보편문법이라 부르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언어생활이 가능하다. 세계 언어 사이에서 나타나는 공통점들은 보편 문법의 존재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창의적으로 언어를 쓸 수 있는 것도 우리가 환경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으면 절대 가능하지 않다. 학습하지 않은 창의적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본래 그런 특징을 가졌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말을 할 때, 문법적 오류가 있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학습의 단계라면 분명히 이상한 말을 할 것도 싶은데, 그렇지 않다는 게 이 가설을 지지한다.

본성과 양육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 되며, 본성이냐 양육이냐의 이분법적 사고와는 무관해진다. 본성이냐 양육이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본성과 양육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물을 때이다.

 

책 중에서
촘스키
인간의 모방은 로봇이나 침팬지의 모방과는 질적으로 다르며,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마음 읽기 능력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선택적 행위다. 마음 읽기 능력은 직관이다. 인간은 모방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타인의 의도를 간파한다. 인간의 마음 읽기 능력은 환경을 모방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서 당면하여 여러 번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구체화된다. 즉 타인의 의도 믿음 희망 등에 대해 직관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설거지를 하거나 병 마개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행동이 뜻하는 개념의 일반적인 특징인 심성 표상을 충분히 간파해 원만한 의사소통이 개진될 수 있는 것이다. 환경의 혜택이 있어도 마음 읽기와 같은 직관적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으면, 인간은 로봇이나 침팬지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영장류로 남아 있을 것이다.

언어의 세계에는 풍부한 창의성뿐 아니라 한정된 구조적 틀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 보편 문법, 우리가 직접 듣고 말하는 피상적인 언어 형태 저변에 기저 구조가 있으며,
이 기저 문법은 모든 인간 언어를 지배하는 보편 문법이라고 규정했다.

언어능력은 언어 장기(language organ)와 같은 개념-> 심성주의, 심리적 실재주의
실재주의: 인간의 보편적 언어 능력, 언어 지식이 마치 가슴, 손발, 날개 등의 신체 기관과 해부학적으로 유사한 일종의 장기와 같다는 일원론을 의미. 심성적 현상들을 행동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철저한 육체 중심적 일원론을 발전시킨 스키너의 행동주의와 큰 대조

회귀성이란 동일한 구나 절이 회귀적, 순환적으로 산출됨으로써 창의적으로 무한히 생성되는 언어의 특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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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 100세 철학자의 대표산문선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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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두 손으로 물을 밀어내면 밀려 나가는 물보다는 밀려들어오는 물이 더 많은 법이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애쓰면 더 큰 외로움이 찾아들곤 한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어야 하나 또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수필집은 자주 읽는 것 같다. 사람은 다양한 결로 이뤄진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무엇 하나로 평가하기 힘들다. 우린 인간을 호불호로 판단해 좋다, 안 좋다고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은 이렇게 단순한 존재가 절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를 절대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우리를 모르는데 어떻게 타인이 우리를 알겠나?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을 평가할 땐 '쟤는 원래 저래. 어떻게 저러지? 이상하다' 등의 평가를 함부로 한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다양한 결의 존재인데 말이다. 수필이란 인간의 다양한 결을 보여주는 최고의 문학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엄청난 부분 중 일부분이라도 보여주는 문학이니깐. 수필이 없다면, 그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 알아보기란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수필이 나에겐 어려운 문학이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내면을 따라가기가 참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을 하나의 주제에 따라 순차적으로 말하기보단, 경험에 따른 생각을 흐름대로 적어가는 게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갈대와 같이 모든 꿈을 길 위에 뿌려놓았고, 앞으로 찾아올 삶의 파노라마를 무수히 그렸다가는 지우곤 했다. 그때부터 산길을 좋아했고 자연을 소요하는 습관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됐다.

이 책 역시 김형석 철학자의 생각이 듬뿍 담긴 그릇과 같은 책이다. 그가 약 100년을 살면서 경험한 후 느낀 삶, 죽음, 종교, 일상생활에 대한 생각을 적은 책이다.  갈대와 같이 모든 꿈을 길 위에 뿌려놓은 김형석 철학자. 그 꿈을 위해 걸으면서 어떤 삶은 살았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 철학자라는 생각에 엄청 딱딱한 문체의 글을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의 일상을 대화식으로, 이야기식으로 그가 경험을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내 사유의 깊이가 더욱 넓어지면,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내 생각의 책이 나오겠지. 이번 독일 여행은 글을 위한 여행이 될 듯싶다.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담은 글로써. 아직 많이 부족하겠지만, 나 자신을 찾아보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책 중에서
성공에서 오는 행복과 즐거움은 인생을 끝낼 즈음의 노년기에 속하는 것이고,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는 무거운 짐을 진 고난의 역정이라고 곡해한다. 그러나 인생의 등산은 그렇지 않다. 한때 한때의 전진이 행복을 더해주며 계곡을 넘고 험준한 등성이들을 정복할 때의 즐거움은 더 값진 것이다. 기쁨에 기쁨을 더해가고 성취에서 오는 만족을 계속 쌓아가는 것이 인생의 길이다. 그 노력과 정진이 마침내 노년기의 영광과 명성도 얻게 해주는 것이다. 99의 고생 끝에 100의 만족과 영광이 오는 것이 아니라, 1에서 100까지 지속적인 기쁨과 행복을 차지하는 것이 인생의 등산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최후의 목표와 최고의 정상을 향하게 되며, 그 정상까지 즐겁게 등정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도중에 포기하거나 등산을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고 남보다 앞섰다고 자만할 바도 아니다.

진정한 자기발견은 자아의식에서 오며 그 자아의식은 문제의식에서 싹튼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어떤 문제를 갖고 사느냐가 어떤 인간이 되느냐이며, 어떤 문제를 해결 지었는가가 어떤 생애를 살았는가와 통한다. 우리가 젊은 지성인들에게 문제의 소유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생을 길게 반성해보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으면서 사는 사람은 불행하며 보람도 적어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작더라도 선한 도움을 주면서 사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행복하며 감사한 인생을 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정의의 표준이 어디에 있는가. 모스크바에 사는가, 워싱턴에 사는가에 있다. 평양에 사는가, 서울에 사는가에 있다. 자연은 아직 한 번도 지구에 줄을 그어준 일이 없다. 오히려 인간들이 만든 줄들을 거듭해서 지워주었을 뿐이다.
과연 나는 꼴찌인 어린이에게 상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는 교육자가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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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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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버지는 저명한 고고학자였다.
하지만 거짓말로 인해 명예는 실추되고 사람들의 비난으로부터 도피를 한다.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소설은 아버지 죽음에 대한 추리와 더불어 페이스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의 범인은 누구인지.
페이스는 누구보다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 역시 아버지와 같이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를 당한다.
기본적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경시의 눈빛이다.

페이스는 거짓말 나무를 통해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에겐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 고난들이 닥쳐 온다.
만약 페이스가 남자였다면, 겉으론 당당하게 굴지만 남자들에게서 위협을 느꼈을까?
발굴 현장에 자연스럽게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고충들이 너무 많다.
그녀 역시 이를 알고 있었고, 이것은 그녀에게 크나큰 고통을 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실에 얽매이지 않는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틀에 갇히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똑같이 능력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남자보다 여자가 열등하지 않다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준다.
남자이기 때문에 잘난 것도, 여자이기 때문에 잘난 것도 아니다.
페이스는 페이스라서 재능이 있는 것이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쳐 가는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이보단 페이스의 심리/ 여자로서 겪는 상황을 느껴보며 책을 읽으면
새로운 독서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난 나쁜 선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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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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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come she will
When streams are ripe and swelled with rain;
May, she will stay,
Resting in my arms again.

June, she'll change her tune,
In restless walks she'll prowl the night;
July, she will flyAnd give no warning to her flight.

August, die she must,
The autumn winds blow chilly and cold;
September I'll remember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Simon & Garfunkel-

삼척 여행 중에 오고 가며 단숨에 읽은 소설책이다.
책과 여행.
엄청 행복한 하루였다.

처음 읽는 일본 소설이라 걱정을 했다.
일본식 이름이 낯설기도 하고, 문체가 익숙하지 않을까 봐.
하지만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후지시로 슌, 이요다 하루, 사카모토 아요이, 오시마, 사카모토 쥰, 태스크
중심인물들만 기억하면 이름만 기억하면 이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와무라 겐키의 문체 역시도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어서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가와무라 겐키를 찾아보니, 유명한 작가였다.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1년을 제목으로 하는 각 장들은,  후지시로를 중심으로 현재, 과거를 다룬다.
과거의 시간 역시 다양하다.
과거의 사건들은 현재를 더욱 잘 느끼게 해준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말 사랑을 할까? 왜 사랑을 할까?
틀에 갇혀서, 해야 하니깐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닐까?

연애 소설을 읽은 경험이 없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연애는 색다른 측면이다.
한때 사랑했던,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 감정을
잊고 잃은 채 살고 있다.
사랑했던 시절이 싫었던 건 아니다.
그 감정이 익숙해져 무뎌진 것일 뿐이다.
이는 자신뿐 아니라 상대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다.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지만,
좋았던 기억들은 있지만
그것들이 일상이 돼버린 것이다.
끝내 새로운 사랑을 찾기도, 사랑을 포기하기도 한다.

모르겠다.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나보다 상대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감정.



지금의 너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해
-4월이 되면 그녀는-

인간만이 누군가를 생각하는 동물이니깐 재밌는 거야. 타인의 일로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있지.
그런데 최근에는 인간이 개나 고양이 쪽에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도 들긴 해.
-5월의 옆 얼굴-

다 포기해버리면, 시간이 날 맞춰주게 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던 것 하나를 잃게 되나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인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6월의 여동생-

나는 시계가 아니라, '시간'을 찍고 싶었던 거라고

4월에 찾아온 그녀를 나는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차츰 멀어지고, 마침내 떠나간다.
그런데도 나는 그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오직 나만을 위해 사람들이 몇 십 명, 몇 백 명씩 모이는 건 결혼식과 장례식뿐이잖아.
그런데 그런 인생 일대의 이벤트가 컨베이어시스템으로 돌아가다니
-7월의 프라하-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무서워요.
미워하는 사람보다  내 곁을 지키면서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가혹한 상처를 입히니깐.
-8월의 거짓말-


왜 타인을 사랑할까.
왜 그 감정이 사라져가는 걸 막을 수 없는 걸까.
-9월의 유령-

지구를 하나로 합해버린 것처럼 극적으로 변화하는 아이슬란드 대지 위를 내 의식이 날아다녔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지금 여기로 밀려드는 파도 같은 감정은 입에 담는 순간부터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상대의 반응에 마음이 흔들린다. 슬픈 결말을 피하고 싶기에 마음은 너무 혼란스럽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인간은 사랑을 한다. 왜 그럴까.
왜 인간을 사랑을 하는 걸까.
-10월의 푸른 하늘-

사진의 네거필름 같은 걸지도 모르죠. 해가 지날수록 상대가 숨기고 있는 부분에 끌리게 됐죠.
그리고 숨기고 있는 부분이란 건 대체로 그 사람의 약한 부분이죠.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손에 넣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11월의 원숭이-

정신과 의사만 그런 건 아니에요, 선생님. 누구나 타인의 문제에는 매우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정작 자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죠.
-12월의 아이-

우리는 사랑을 태만히 했어요. 귀찮아했죠.
사사로운 감정을 쌓아가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노력을 게을리했어요.
이대로 우리가 함께할 수는 없어요.
나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싶어요.
설령 그것이 파편일지라도.
-1월의 파편-

살아 있다는 실감은 죽음에 가까워짐으로써 선명해진다.
이 절대적인 모순이 일상 속에서 형태를 갖춘 것이 사랑의 정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연애 감정 속에서 한순간이나마 지금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고독해진다고.
그건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니까.
-2월의 바다-

슬픈 감정과 행복한 감정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해요.

그런데 지금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깨달았죠.
나는 나를 만나고 싶었던 거예요. 당신을 좋아했던 무렵의 나를

나는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받았다.
그것은 흡사 일식 같았어요.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진 건 지극히 짧은 한순간의 찰나.
거역할 수 없이 오늘의 사랑에서 내일의 사랑으로 변해가죠.
그렇지만 그 한순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두 사람만이 변해가는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난 생각해요.

살아 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순간이 지금 살아 있는 생에 윤곽을 부여해준다.
서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 모은다..
-3월의 끝자락에 그는-



4월이 오면 그녀가 올 거예요
봄비로 시냇물이 풍성하게 넘쳐흐를 때
5월엔, 그녀는 머물 거예요
내 품에 다시 안겨서

6월엔, 그녀는 그녀의 태도를 바꾸어
불안한 걸음으로 밤에 배회할 거예요
7월엔, 그녀는 날아갈 거예요
날아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8월엔, 그녀는 죽고 말 거예요
가을바람이 싸늘하고 차갑게 불어올 때에
9월엔 나는 기억할 거예요
한때 새롭던 사랑이 이제 시들어 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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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식
구가야 아키라 지음, 홍성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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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오랜만에 읽은 자기 계발서랄까?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 뭐 하나?

'마인드풀니스'라는 명상의 효과와 방법을 서술한 책이다.
다양한 논문과 사례를 인용했지만,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작년에 읽었던 'YOU&I 화법으로 시작하라'라는 책과 형식이 너무 비슷해 깜짝 놀랐다.
조력자와 상담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조력자의 가르침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총 7가지의 마인드풀니스 , 명상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뇌과학에 기반을 둔 객관적인 효과 역시 볼 수 있다.
1학기 때, 뇌과학에 기반을 둔 교육, 삼위일체 뇌를 공부해서 그런지
익숙한 뇌의 부위와 기능이 보였다.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뇌 회로에 사용된다.
이는 뇌가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작동하는 기초 활동이다.
즉, 우리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공회전하며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뇌의 휴식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마인드풀니스가 뇌 휴식의 열쇠다.

이 책은 과도하게 힘들 때, 명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찾으면 적합한 책인 것 같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책에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뇌의 피로를 예방하는 점에서 미리미리 하면 좋겠지만,
계기가 없다면 명상을 의식적으로 하기란 힘든 것 같다.

명상의 습관화를 위해 책 뒤에 구체적이 계획까지 제시되고 있다.
혼자 실천하기가 힘들어, 마인드풀니스의 부분을 차용해
연극 연습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미래에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현재 지금에만 집중하도록!

뇌가 지쳐 있을 때
정신을 차려보면 딴생각에 빠져 있을 때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스트레스로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잡념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분노와 충동적인 행동에 휩쓸릴 때
몸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느껴질 때

이 책을 다시 찾는 날이 없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다시 찾는 날이 올 것이다.
마인드풀니스의 방법을 단번에 외울 순 없겠지만
실천할 때마다 익히면 습관화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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