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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April come she will
When streams are ripe and swelled with rain;
May, she will stay,
Resting in my arms again.
June, she'll change her tune,
In restless walks she'll prowl the night;
July, she will flyAnd give no warning to her flight.
August, die she must,
The autumn winds blow chilly and cold;
September I'll remember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Simon & Garfunkel-
삼척 여행 중에 오고 가며 단숨에 읽은 소설책이다.
책과 여행.
엄청 행복한 하루였다.
처음 읽는 일본 소설이라 걱정을 했다.
일본식 이름이 낯설기도 하고, 문체가 익숙하지 않을까 봐.
하지만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후지시로 슌, 이요다 하루, 사카모토 아요이, 오시마, 사카모토 쥰, 태스크
중심인물들만 기억하면 이름만 기억하면 이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와무라 겐키의 문체 역시도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어서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가와무라 겐키를 찾아보니, 유명한 작가였다.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1년을 제목으로 하는 각 장들은, 후지시로를 중심으로 현재, 과거를 다룬다.
과거의 시간 역시 다양하다.
과거의 사건들은 현재를 더욱 잘 느끼게 해준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말 사랑을 할까? 왜 사랑을 할까?
틀에 갇혀서, 해야 하니깐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닐까?
연애 소설을 읽은 경험이 없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연애는 색다른 측면이다.
한때 사랑했던,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 감정을
잊고 잃은 채 살고 있다.
사랑했던 시절이 싫었던 건 아니다.
그 감정이 익숙해져 무뎌진 것일 뿐이다.
이는 자신뿐 아니라 상대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다.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지만,
좋았던 기억들은 있지만
그것들이 일상이 돼버린 것이다.
끝내 새로운 사랑을 찾기도, 사랑을 포기하기도 한다.
모르겠다.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나보다 상대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감정.
지금의 너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해
-4월이 되면 그녀는-
인간만이 누군가를 생각하는 동물이니깐 재밌는 거야. 타인의 일로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있지.
그런데 최근에는 인간이 개나 고양이 쪽에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도 들긴 해.
-5월의 옆 얼굴-
다 포기해버리면, 시간이 날 맞춰주게 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던 것 하나를 잃게 되나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인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6월의 여동생-
나는 시계가 아니라, '시간'을 찍고 싶었던 거라고
4월에 찾아온 그녀를 나는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차츰 멀어지고, 마침내 떠나간다.
그런데도 나는 그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오직 나만을 위해 사람들이 몇 십 명, 몇 백 명씩 모이는 건 결혼식과 장례식뿐이잖아.
그런데 그런 인생 일대의 이벤트가 컨베이어시스템으로 돌아가다니
-7월의 프라하-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무서워요.
미워하는 사람보다 내 곁을 지키면서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가혹한 상처를 입히니깐.
-8월의 거짓말-
왜 타인을 사랑할까.
왜 그 감정이 사라져가는 걸 막을 수 없는 걸까.
-9월의 유령-
지구를 하나로 합해버린 것처럼 극적으로 변화하는 아이슬란드 대지 위를 내 의식이 날아다녔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지금 여기로 밀려드는 파도 같은 감정은 입에 담는 순간부터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상대의 반응에 마음이 흔들린다. 슬픈 결말을 피하고 싶기에 마음은 너무 혼란스럽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인간은 사랑을 한다. 왜 그럴까.
왜 인간을 사랑을 하는 걸까.
-10월의 푸른 하늘-
사진의 네거필름 같은 걸지도 모르죠. 해가 지날수록 상대가 숨기고 있는 부분에 끌리게 됐죠.
그리고 숨기고 있는 부분이란 건 대체로 그 사람의 약한 부분이죠.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손에 넣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11월의 원숭이-
정신과 의사만 그런 건 아니에요, 선생님. 누구나 타인의 문제에는 매우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정작 자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죠.
-12월의 아이-
우리는 사랑을 태만히 했어요. 귀찮아했죠.
사사로운 감정을 쌓아가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노력을 게을리했어요.
이대로 우리가 함께할 수는 없어요.
나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싶어요.
설령 그것이 파편일지라도.
-1월의 파편-
살아 있다는 실감은 죽음에 가까워짐으로써 선명해진다.
이 절대적인 모순이 일상 속에서 형태를 갖춘 것이 사랑의 정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연애 감정 속에서 한순간이나마 지금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고독해진다고.
그건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니까.
-2월의 바다-
슬픈 감정과 행복한 감정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해요.
그런데 지금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깨달았죠.
나는 나를 만나고 싶었던 거예요. 당신을 좋아했던 무렵의 나를
나는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받았다.
그것은 흡사 일식 같았어요.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진 건 지극히 짧은 한순간의 찰나.
거역할 수 없이 오늘의 사랑에서 내일의 사랑으로 변해가죠.
그렇지만 그 한순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두 사람만이 변해가는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난 생각해요.
살아 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순간이 지금 살아 있는 생에 윤곽을 부여해준다.
서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 모은다..
-3월의 끝자락에 그는-
4월이 오면 그녀가 올 거예요
봄비로 시냇물이 풍성하게 넘쳐흐를 때
5월엔, 그녀는 머물 거예요
내 품에 다시 안겨서
6월엔, 그녀는 그녀의 태도를 바꾸어
불안한 걸음으로 밤에 배회할 거예요
7월엔, 그녀는 날아갈 거예요
날아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8월엔, 그녀는 죽고 말 거예요
가을바람이 싸늘하고 차갑게 불어올 때에
9월엔 나는 기억할 거예요
한때 새롭던 사랑이 이제 시들어 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