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책의 제목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요즘 그의 삶이 힘들다는 뜻이겠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자신의 마음이 내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나 외부 환경에 의해 억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적성이 우리 삶에서 갖는 의미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적성일 수는 없다. 게다가 그 일이 적성인지 아닌지는 그 일을 겪어본 후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단순한 체험으론 그것이 적성인지도 판단할 수 없다. 적성을 판단하기 전의 과정에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린 어쩔 수 없이 적성이 아닌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성이 맞지 않는 일을 한다고 무조건 낙담만 할 필요 없다. 작가는 자신을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입장에선 안락한 곳에서 안정된 수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추위와 더위를 버텨야만 하는 무급 봉사를 선택한 것이 정신 나간 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만약 돈과 자신의 편안함을 기준으로만 생각하면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엔 그것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가 ‘찾아가는 행복 충전소’를 이끄는 일은 다른 사람을 위한 그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타인을 위한 선택이지만,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찾아가는 행복 충전소를 끌고 다니며 그는 인생에 적성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감정이입과 공감을 잘하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역할을 누군가를 치료해주기보단, 들어주는 역할이다. 들어주는 것에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는 상대의 감정에 이입하고 공감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내담자와 같이 울어주기도 하고 그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한다. 정신과 공부를 하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병을 알고 있던 나(환자로서 나)는 병을 치료해보려는 나(의사로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환자였던 내가 의사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그러자 내 모습이 한심하고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 안타깝고 안쓰러워 보였다.그 역시 힘든 시절이 있었다. 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좌절의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적성을 발견하게 된다. 적성이 아니었던 게 아니다. 단지 적성을 늦게 발견했을 뿐이다. 그에게 상담을 오는 사람들 역시 인생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적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는 것도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는 찾아가는 행복 충전소를 이끌며 그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언제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만나자 살아 있으니 넘어질 수 있는 것이고,살아 있으니 아파할 수 있는 것이다.넘어졌으니 눕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고,아프다 보니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넘어지더라도, 아프더라도제발 살아 달라. 눕고 싶더라도, 죽고 싶더라도살아만 달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