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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 - 운영자와 참여자를 위한 비대면 모임 노하우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6월
평점 :
코로나가 우리 삶에 영향을 주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2020년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삶의 방식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우리의 일상이 됐다. 이전에는 대면 활동이 당연했던 것들이 점점 비대면 활동으로 전환됐다. 처음엔 비대면 활동이 낯설었지만, 현재는 수업, 회의, 업무, 취미 활동할 것 없이 대부분의 활동이 비대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활동을 통해 편리성과 효율성을 만끽하고 있다. 독서모임 역시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내가 참여하는 서울교대 독서 동아리 역시 모임 방식을 바꿔야 했다. 사실 온라인 활동에 대한 거부감과 대면 활동의 익숙함 때문에 작년 1학기는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직접 만나서 동아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독서 모임 방식을 의도치 않게 온라인으로 바꾸게 됐다.
온라인 독서 모임을 1년 하면서, '온라인'에 품고 있던 나의 걱정과 의심이 기우라는 걸 느끼고 있다. 생각보다 온라인 독서 모임이 감정이 엄청나게 많다. 특히 온라인 독서 모임은 구성원이 지닌 공간적 한계를 극복시켜주었다. 나 역시도 옥천에 살지만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과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온라인 독서 모임 덕분이다. 독서 모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독서 모임을 하지 못하고 옥천에서 고립된 생활을 했을 것이다. 서울에 살면서는 이러한 모임에 쉽게 참여할 수 있었지만, 지방에 사니 서울이 가진 강점을 더욱 알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온라인 독서 모임은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간편하게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참여에 부담이 덜하다. 이동 및 준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간 약속도 용이하다. 항상 이동거리를 생각하면서 독서 모임 일정을 잡았는데,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밤늦게도 독서 모임이 이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독서 모임은 대면 활동 당시엔 평일 6시에 만났다면, 현재엔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8시에 독서 모임이 이뤄진다. 그리고 온라인 독서 모임은 참여자들이 어떻게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대면 모임에선 나의 시선을 돌려가며 다른 구성원의 반응을 살펴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비대면 모임에선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 다른 구성원들의 반응을 살피기 쉽다. 구성원들이 나의 생각에 동조하는지, 의구심을 품는지를 쉽게 알아차림으로써 더욱 확장적인 대화가 용이해졌다.
온라인 독서 모임이 주는 편리성과 효율성은 독서 모임 참여의 장벽을 낮춰준다. 아마 나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온라인 독서 모임을 지속적으로 할 것 같다. 분명히 온라인 독서 모임의 단점도 존재한다. 예컨대, 나의 경우 독서 모임 일정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대면 모임 같은 경우엔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그 공간으로 모인 것이니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모임은 다른 구성원들 역시 이 모임에 큰 기회비용 없이 참여하는 것처럼 느껴져 이 일정이 그렇게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만약 대면 모임으로 약속을 했다면, 불참하고 싶은 유혹이 있더라도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어떻게든 참여했을 텐데, 온라인 모임은 나의 상황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GRE 시험 때문에 독서 모임을 3연속 참여를 하지 못했는데, 이 역시 독서 모임에 대한 나의 태도가 진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적 동기가 충분하고 주변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장 독립형 인간이라면), 온라인 독서 모임도 책임감 있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은 온라인 독서 모임에 빠져있는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독서 활동가들이다. 나는 이 책을 공저자 중 한 명인 오수민 작가에게 받았다. 오수민 작가는 또 다른 공저자인 김민영 작가 덕분에 알게 된 분이다. 서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김민영 작가의 서평 쓰기 특강을 통해 서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그전엔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풀어내는 것에 겁이 많았다. 완벽한 이해 없이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요약하는 것을 서평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민영 작가와의 만남 덕분에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용기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서평을 독서의 기본값이라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 인연이 또 다른 독서 활동가인 오수민 작가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그는 김민영 작가와 함께 숭례문 학당에서 활동하며 책을 읽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오랫동안 블로그 이웃을 하면서 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코로나 이전에도 비대면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 책은 코로나 상황으로 생긴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 독서 모임에 시선을 주지 않을 때, 이것의 이점을 먼저 알아차리고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얻어낸 기록들이다.
독서 모임에 대한 책을 읽으면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이 기대하고 얻는 것이 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경험의 보편성이랄까? 분명히 우린 서로 다른 독서 모임을 했는데, 그 경험이 개인에게 주는 감정, 생각은 놀랄만치 유사하다. 그래서 이러한 책을 읽을 때마다 '나 역시 그런데! 오 나도 이런 경험 있는데~'와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 역시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5년간의 독서 모임의 경험이 장면 장면 떠올랐다. 독서 자체로도 가치가 엄청나지만, 독서 모임은 그 과정을 더욱 가치롭게 만들어준다.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기도 한다. 아마 독서 모임을 참여한 사람만이 이러한 가치에 공감할 것이다. 만약 독서 모임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기웃거리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독서 모임의 생생한 경험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오랫동안 독서 활동가로 활동한 작가들의 경험 기인만큼 독서 모임을 다양한 층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은 온라인 독서 모임에 초점을 맞췄지만, 독서 모임이라는 큰 범주에서 나에게 몇 가지 생각거리를 남겨줬다. 이 생각거리들을 정리하고 글로 풀어내면 지금보다 더 나은 독서 모임이 가능할 거란 확신이 든다.
1. 말과 침묵에 대하여
나는 독서 모임에서 말을 많이 하는 구성원이다. 논제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다.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더욱 정교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독서 모임에선 생각을 나누고 각자의 생각에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 자유롭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 같다. 최근에 독서 모임을 참여하지 못했다. 내가 참여했을 땐 독서 모임이 항상 2시간을 넘겼는데, 내가 없으니 독서 모임이 40분 - 1시간 정도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적잖이 당황했다. 우리 독서모임에서 모임을 시작하면서 하는 활동 시간을 고려하면 독서 모임이 30분도 안 돼서 끝난 것이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우리가 다루는 책들은 농도가 짙은 책이라 말할 소재가 없을 이유가 없다. '근데 왜 이렇게 모임이 일찍 끝난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내가 말을 많이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 내가 정말 말을 많이 하는구나'.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논제에 대해서 내가 먼저 의견을 내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선 말을 많이 하는 구성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나의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대해 다른 참여자에게 물어봤다. '제가 독서 모임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때문에 말할 기회를 빼앗기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그 참여자는 내가 말이 많다고 좋다고 했다. 내가 없으면 할 말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나의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봐 줘서 좋다고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그들에게 피해는 주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왜 내가 없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고 표현했을까? 앞으로도 계속 관찰해봐야 할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우리 독서 모임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서툰 것이 아닌가 싶다. 가끔씩 하나의 논제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논제를 이야기하는 참여자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끌고 온 깊숙한 대화가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그럼 추가적인 논의는 없어지고, 새로운 논제로 바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화의 꼬리를 엮는 역할을 누군가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듣기 없는 대화가 되고, 대화가 아닌 독백적 방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사람들이 말이 많아지면 이 책에서 그리는 것처럼 부정적인 대상이 되겠지. 이러한 관점에서 발화의 빈도나 양의 정도가 아니라 유의미하거나 관련이 있는 발화의 양과 정도로 발화를 평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심도 깊은 대화에선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과연 독서 모임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예전의 나는 침묵이 있는 상황을 싫어했다. 침묵은 어색함과 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독서 모임을 하면서 침묵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깨닫는다. 어떠한 논제에 대해선 침묵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다. 내가 이전부터 관심 있거나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선 판단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고민의 시간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할 때 침묵이 찾아온다. 침묵은 문제를 고민하는 것에 있어서 필수적인 시간이다. 내가 침묵을 싫어했던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한다는 것은 항상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을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침묵을 억지로 깨는 것은 고민하는 시간을 빼앗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끝낸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유의미할까? 침묵은 한 명이라도 고민을 끝냈을 때 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발화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지금의 고민과 그 발화가 합쳐지는 경험을 한다. 이를 통해 나 혼자서 끝내지 못했던 고민이 선명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것이 독서 모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 보는 것! 이 모임에서의 침묵은 그저 멍 때리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표지이기도 하다.
2. 운영자의 존재
나의 독서 모임엔 운영자가 없다. 발언권도 없고 자발적으로 대화가 이뤄진다. 사실 운영자가 있는 독서 모임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발언권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공감이 쉽지 않다. 하나의 논제에 대해서 대화하듯이 모임이 이뤄진다. 굳이 인위적으로 운영자가 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할까? 우리의 독서 모임은 4-5명이 매번 참여하는데, 2시간은 항상 넘게 모임이 이뤄진다. 이를 5로 나누면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 24분 정도이다. 책과 그 책과 연관된 경험, 생각을 나누는데 24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선 4-5명일 땐 1시간이 적절하다고 묘사돼 있다. 인위적으로 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건가? 이 짧은 시간에 얼마나 깊은 대화가 오고 갈 수 있을까? 인원에 따른 시간 운영. 이것을 굳이 표준화해야 하나 싶다.
3. 사담의 필요성
어떤 모임이든 유대감은 필수적이다. 사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우리 독서 모임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좀 더 서로가 알아갔으면 좋겠지만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 유대감 없이도 독서 모임 참여하는 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독서 동아리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의무감에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아마 독서 모임은 '일'과 비슷할 것이다. 마음이 끌린다기 보다 의식적으로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하지만 이 모임에 유대감을 느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 모임에 오는 것이 즐겁고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겠지. 서로 저마다의 이유로 독서 모임을 찾겠지만, 그들이 활동을 통해서 그 이유에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유대감이 없는 모임은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무언가가 없으니깐. 이 동아리를 교대생들이 교육을 읽고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많은 구성원이 이 활동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있어 보이는 것 같진 않다.
4. 책을 반드시 다 읽어야 할까?
나는 독서 모임의 기본 조건을 완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란 책이 완독의 부담에서 나를 해방시켜줬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전에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낀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독서 모임은 '완독 후'가 아니라 '독서 전', '독서 중'에도 빛을 발한다는 걸 느낀다. 독서 전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었는지 감상을 들으면서, 나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책의 경우 그들이 나누는 것을 통해 배경지식을 기를 수 있다. 책을 읽는 프레임도 생기게 된다. 또 독서 중에 읽었을 땐 내가 지금까지 읽은 감상과 타인이 읽은 감상을 비교할 수 있다. 이것을 통해 다음의 읽기에서 생각의 변화를 겪기도 하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관점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독서모임은 언제 하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읽었을 때 모임 하는 것만큼 다양한 분량을 읽은 독자들이 참여할 때도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그러니 독서모임에 참여에 있어서 완독의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5. 서평의 습관화
서평은 정말 습관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독서의 끝을 서평이라고 생각한다. 독서에서 얻은 생각과 깨달음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지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진다. 서평을 썼더라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록한 걸 다시 볼 때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평을 쓰지 않는 것은 똥을 싸고 똥을 덜 닦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습관화하는 것은 독서를 습관화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우선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 이미 읽고 생각 정리를 마친 것처럼 여겨지는 책에 또 다른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머릿속에 산재된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선 구조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과정은 귀찮고 힘들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시간에 새로운 책을 읽거나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독서의 양을 늘리고 싶은 사람에겐 하나의 책 온 정신을 쏟는 것보다 여러 책을 가볍게 다루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하다. 독서 모임과 서평. 이 둘은 독서와 독립적인 사건이다. 이 둘은 독서를 좋아한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독서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시킨다고 억지로 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은 자발성과 필요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책을 읽어보고 나의 생각이 부족함을 느끼거나 내가 읽었던 책들의 내용과 감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걸 직접 경험할 때. 그때 비로소 이 추가적인 행위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