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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되는 남자 - 남녀차에 대한 새로운 사회진화적 해석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 서은국.신지은.이화령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9월
평점 :
남성과 여성 연구에 관한 목차가 100개가 넘어 보입니다. 세부 목차 모두 흥미로운 제목이 많습니다. 지은이는 프란시스 에이스로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미국 과학정보 기구가 가장 만히 인용한 심리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의 사회 연구가 실생활에 적용할 만한 연구 자료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이런 책은 더 일찍 출판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일단 지은이가 정의하는 남성 여성은 전통적인 기준으로 나눈 남성과 여성입니다. 제가 영미권 유튜브나 드라마를 보통 분에 비해 자주 보는 편인데요. 오래전부터 she, he 대명사를 they로 퉁쳐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시절 남성과 여성에 관한 연구라는 게 은근히 신선합니다. 위 이미지를 살펴보시면 뭔가 하실 텐데... 오늘날 구분하는 성의 종류입니다.
지은이는 지구에 사는 우리가 명명백백하게 성대결에 집착하는 태도를 바꾸자고 말합니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누가 어떤 방면에서 더 우월한가에 대한 질문을 넘어선 이야기들을 하고자' 썼습니다. 그는 '남성이 어떤 것들을 잘하는 지만 알고 싶은 것'을 넘어 '무엇을 위해' 이런 것들을 잘하는지 설명하고자 애썼습니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나의 20대에 들었을 때 양성평등에 관한 말이구나 정도로 이해했고, 사회 전반에서 소외되는 여성의 상대적인 박탈에 대한 논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한 양궁 선수가 금메달을 받으며 온 국민의 박수를 받는 도중 누군가 그녀가 여대 출신에 쇼트커트 머리를 했다고 저격하는 댓글을 올렸더군요. 지금도 저는 100%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여대 출신이면 제가 90년대 대학을 다닐 때 여성성을 강조하는 이화여대가 먼저 떠올리며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정도로 생각했지 페미니스트를 양성하는 학교라는 생각은 1도 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일부 몰지각한 분들의 쇼트커트에 대한 불편한 댓글이나 의견은 아마도 오늘날의 페미니즘이 제가 처음 그 단어를 접했던 80년대, 90년대와 양상이 사뭇 다른 데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그런 페미니스트 일부를 나머지 모든 여대 출신과 쇼트커트 머리의 여성 모두를 일반화하여 편협하게 떠드는 무식한 발언은 참으로 듣기 역겹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197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은 좋았다고 말하지만, 최근의 페미니즘은 '매우 다른 가치들'과 비벼졌다고... 고로 그들의 주장은 오히려 편협한 사고를 고집하며 새로운 생각을 억압하고 남성의 규탄하는 데 이른다고 말합니다. 이런 트렌드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퍼져나가는 듯합니다. 저는 페미니즘은 반남성 주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편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은 절대 읽지 않을 책입니다. 이미 그분들은 답을 정한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니까요. 아쉽네요. 그러나 아직 이런저런 생각에 쏠리지 않은 분이라면 여러분의 여성과 남성에 관한 견해를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균형을 잡아 발전시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사견으로 저는 남자니까 언어에 약하다... 여자니까... 언어에 강하다는 주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건 그저 제 취향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 자리 잡았던 편협된 생각을 버릴 수 있어서 좋았고요. 제 종교관에 드러나는 성에 관한 저의 생각이 더욱 곤고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심하게 한쪽으로 쏠린 생각을 가진 분은 이 책을 들지도 않으시겠지만, 혹, 그런 분들이 읽으시면 어떤 반응을 가지실지 무척 궁금하네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지원 받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