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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ㅣ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평점 :
대중과 멀어지는 철학적인 현대 미술 작품 앞에서 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품이 그리웠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여기에 소개한 북유럽 작품들이었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중에서
사한 근대 북유럽의 풍경과 생활상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이탈리아 우피치에서 받은 감동을 이어가고 싶어진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편을 읽고 있자니, 뭉크의 절규와 마주하고 그의 아픔을 통감하고 싶어졌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책으로 여러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고 화가와 그림의 얽힌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감사했다.
북유럽의 날씨가 우리의 그것과 달리 많이 어두운 나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극과 극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실내 가구를 강렬한 파스텔톤으로 채색하는 문화는 어쩔 수 없는 어두움을 몰아내고자 하는 시도였으리라. 볕이 좋은 날 그들은 그림 도구를 들고 산으로 들로 나가 아름다운 자연을 담으려고 애쓴 흔적이 이 책 곳곳에 보인다. 무채색으로 꾸며도 적당한 볕과 채도를 듬뿍 안고 사는 우리네 초가집을 생각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반면 어떤 화가는 육체의 질병과 정신적인 피폐로 평생 우울한 그림을 그린 화가도 적지 않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화가는 노르웨이 출신 에드 파브 뭉크이다. <병실에서의 죽음>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회고한 그림이다. 정면을 응시한 누나로 보이는 여인의 눈이 한없는 나락으로 빠지는 듯 해골의 눈을 연상시킨다. 곡선과 강력한 색만으로 뭉크 만의 화풍을 고안했고,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그림 <절규>을 그리고 만다. 나는 이 그림의 미국식 제목이 더 좋다. Scream. 이 그림을 보고 있자면 온통 피비린내 나는 절규가 귀를 때린다.
이렇듯 북유럽의 기후는 그들의 삶에 예술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북유럽 작가의 그림을 나라별로 소개하면서 손보기 작가는 북유럽 외 출신의 그림과 연계하여 책에 소개하는 그림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북유럽 그림에 생소한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이 책을 더욱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귀한 도구가 될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20년 넘게 전 세계의 그림을 감상하고 평한 그의 경험이 이 책에 유감없이 잘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