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기다려줄게 - 아이의 닫힌 방문 앞에서 8년, 엄마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
박성은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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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가르치는 몇몇 아이들이 작가의 아들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작가의 아들은 3학년 때부터 학교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의 대인기피증과 다른 종류의 강박이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는 그 아들을 '과거에' 히키코모리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내성적인 성향으로 매일 도전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보여요. 작가의 아들은 18세 때 고등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아들은 십 대 초반부터 일찍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어머니 박상은 작가가 그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어 다행입니다. 그의 곁에 있었다면, 나는 그에게 응원의 의미로 좋은 식사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에세이를 대충 읽는 일이 많습니다.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이 너무 주관적이거나 표면만 긁는 심미적인 글을 쓰는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박성은 작가는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그의 글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고 차분한 어조로 힘든 과정을 담담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의 문체는 애쓰지 않고, 소리 내어 읽어도 발음하기 편했습니다. 박성은 작가가 우아한 글을 쓰는 몰입하기 좋은 필력을 가진 분이라고 여겨지네요. 무엇보다도 이 작가는 진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여 좋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오늘부터 일기를 쓰고 싶다면, 박성은 작가의 글을 필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희망을 마주한 상태로 글입니다. 아직 아들이 살아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요. 아들이 책을 읽으며 엄마와 따뜻한 관계를 가지기를 자녀의 엄마로서 축복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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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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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멀어지는 철학적인 현대 미술 작품 앞에서 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품이 그리웠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여기에 소개한 북유럽 작품들이었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중에서


사한 근대 북유럽의 풍경과 생활상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이탈리아 우피치에서 받은 감동을 이어가고 싶어진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편을 읽고 있자니, 뭉크의 절규와 마주하고 그의 아픔을 통감하고 싶어졌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책으로 여러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고 화가와 그림의 얽힌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감사했다. 



북유럽의 날씨가 우리의 그것과 달리 많이 어두운 나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극과 극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실내 가구를 강렬한 파스텔톤으로 채색하는 문화는 어쩔 수 없는 어두움을 몰아내고자 하는 시도였으리라. 볕이 좋은 날 그들은 그림 도구를 들고 산으로 들로 나가 아름다운 자연을 담으려고 애쓴 흔적이 이 책 곳곳에 보인다. 무채색으로 꾸며도 적당한 볕과 채도를 듬뿍 안고 사는 우리네 초가집을 생각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반면 어떤 화가는 육체의 질병과 정신적인 피폐로 평생 우울한 그림을 그린 화가도 적지 않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화가는 노르웨이 출신 에드 파브 뭉크이다. <병실에서의 죽음>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회고한 그림이다. 정면을 응시한 누나로 보이는 여인의 눈이 한없는 나락으로 빠지는 듯 해골의 눈을 연상시킨다. 곡선과 강력한 색만으로 뭉크 만의 화풍을 고안했고,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그림 <절규>을 그리고 만다. 나는 이 그림의 미국식 제목이 더 좋다. Scream. 이 그림을 보고 있자면 온통 피비린내 나는 절규가 귀를 때린다.


이렇듯 북유럽의 기후는 그들의 삶에 예술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북유럽 작가의 그림을 나라별로 소개하면서 손보기 작가는 북유럽 출신의 그림과 연계하여 책에 소개하는 그림을 더욱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북유럽 그림에 생소한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책을 더욱 친근하게 이해할 있는 귀한 도구가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20 넘게 세계의 그림을 감상하고 평한 그의 경험이 책에 유감없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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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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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의 사후 에세이 모음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영어 원제는 Embrace Fearlessly the Burning World입니다.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불타는 세계를 두려움 없이 끌어안자!"네요. 로페즈의 제목을 보자니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세기말 지구에 경종을 울리는 건가? 종교적인 글인가? 지옥의 묵시록? 사실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는 곳에서는 화재로 인해 초목과 인명의 피해가 끊이지 않지요. 로페즈는 물리적인 화재를 포함한 우리 마음가짐도 불타오르듯 불안정하지만 기꺼이 조우하고 끌어안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물리적인 불타오름에 관해 짚어봅시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변화 속에서 우리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요. 그 변화에 대처하는 내 모습은 너무 초라하고, 약해빠졌습니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듯 무력해집니다.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그럼에도 이 상반된 현실에 직면하여 동세대를 산 로페즈는 최선을 다해 온 맘으로 불타오르는 세상과 마주하고 절망이 가득할 것 같은 이 세상을 축복하며 살다 불속으로 꺼져갔습니다. 그는 명망 있는 자연 작가였습니다. 그가 죽고 난 후 남겨진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생전 그의 활동에 걸맞은 자연에 고마움을 표하고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서정적인 작품으로 비칩니다. 다만 원제에 비해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은 느낌이 사뭇 정적이어서 저는 늘 그렇듯 원제 '용감하게 불타오르는 세상을 포옹하라(Embrace Fearlessly the Burning World)'가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1989년부터 로페즈의 생을 마감한 2020년의 마지막 해까지 이어진 이 에세이들은 미국 서부를 묘사한 사진집에 대한 반응, 서부 작가 월러스 스테그너에 경의를 표하는 내용, 로페즈 자신의 세계적 탐험 등 다양한 소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여 현대 세계를 세심하게 관찰한 철학적인 관찰자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로페즈는 자신의 삶의 사명이 우리 인간이 조물주로부터 받은 것을 알고 사랑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서사합니다.

로페즈가 지구를 탐험하면서 외적인 경관에 못지않게 자연 내면의 풍경에도 주목했습니다. 한 편의 에세이에서 캘리포니아의 지형은 그에게 어린 시절의 자유를 상기시키며 로스앤젤레스 주변이 아직 농업지대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 아동 학대자로부터 받은 상처와 그 상처가 수십 년 동안 그를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아픈 유년 시절이지만 자연이 그를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네요.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이 모음집은 집중적인 시선을 집으로 되돌리며, 로페즈가 오레곤 숲에서 50년 동안 살았던 곳과 그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깨달음을 강조합니다. 그에게 오레곤은 자아 바깥의 세계와 가장 오래 대화를 나눈 장소로 남아있습니다.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삶 - 평안과 고요함이 느껴집니다.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보존하고, 그 자연 안에서 우리를 알아가며 좀 더 적극적으로 자연을 돌보고 끌어안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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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라이프 - 한 정신과 의사가 40년을 탐구한 사후세계,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브루스 그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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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책은 독자들에게 순서를 무시하고 내용을 자유롭게 탐험하도록 허용하는데, 특히 제13장 '천국과 지옥은 있을까?'를 선행으로 읽은 후에는 작가의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해설이 독자를 더욱 매혹시킵니다. 제13장에서의 일시적인 심심함은 작가가 제시한 흥미로운 질문과 객관적 서술을 통해 대가로 받게 되어 만족스러운 읽음을 제공합니다.

 

작가는 화학자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회의주의자로 선언하며, 이는 사후 체험자들의 경험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속에서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 작가의 접근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사고의 폭을 제공하여 별점 4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부처님, 예수님, 죽은 아버지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탐험합니다. 그러나 작가가 제시하는 예수를 구세주로 보지 않으면 천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주장은 독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더불어 여러 사후 체험이 소개되면서 이것이 모두가 정상적인 경험이 아닐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작가의 회의주의적 입장과 객관적 서술은 독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편안한 읽음을 제공하는 목차를 통해 독자들은 특히 자신의 흥미에 맞게 부분적으로 읽을 수 있어, 이 책은 다양한 독자층에게 호소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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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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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사에서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을 표지 디자인을 산뜻하게 바꿔 출간했다. 일본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가 지은 책이다. 동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지 디자인-진열하기 앙증맞은 책이다.

" 그 사람의 눈앞에서 내가 이 무기를 손에 들면-. "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중에서 제목과 아기자기한 표지에서 눈치챘지만, 무기는 칼이겠지. 세상만사 시끄럽고 오해도 받는 에밀리는 '친족'을 찾아 어느 날 어촌을 향한다. 그곳에 에밀리의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무런 연락을 십수 년 끊고 살던 손녀가 찾아왔지만 큰 감정의 동요는 없다. 늘 그 자리에 함께한 듯 낚시나 하러 가자 한다. 그리고 이름도 낯선 쏨뱅이를 잡아 할아버지는 손녀의 미각을 살리고 쓴 기억도 살려낸다.


예전에 읽었던 카모메 식당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또 다른 음식 힐링 책이다. 왜 이토록 일본인은 음식에 매달리는가. 일본 드라마를 여러 편 볼 때마다 꼭 등장하는 밥상, 진심으로 던지는 "쓰고 이 すごい" 의 홍수.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도 어쩔 수 없구나. 내가 분명 우리말 책을 읽고 있지만 계속 내 귀에서 들리는 쓰고 이의 대행진.


에밀리는 소박하지만, 인생이 진짜로 녹아든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과정 중 내려놓지 못했던 불편한 가족을 마주할 수 있었고, 배신감에 사로잡힌 친구와의 기억도 마주하며 용서하고 회복하게 된다. 한편의 귀여운 만화를 보는 듯한 귀여운 이야기 -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편하게 이 가을 읽을만한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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