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차하고 기나긴 사정을 다 듣고 난 선생님은 세 가지를 이야기하셨다. 첫째, 이제 아무 걱정 하지 마라. 둘째, 나는 네 편이다. 셋째, 글 쓰는 사람은 원래 어느 정도 불행해야 한다. 당신도 그것을 알지 않느냐?
- P6

로 우리 사회에는 ‘곁길‘이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한번 길을이탈해버리면 다시 그 길로 들어갈 방법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야구로 치자면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좁다고 할까요. 사회와 어른들이요구하는 삶의 스펙을 충족시킬 수 있는 청년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잠시 방황하다가 사회 전선에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이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 P72

현진의 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처한 상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 편하고 쉬운 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일천하지만 제 경험입니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불행하게 마련입니다.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은 어떤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처한 보편적인 상황에 관한 묘사일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한 도처에서 사람들은 불행하고 불만스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생각합니다.
- P77

성장기 근본주의 적인 부모님에게서받은 상처가 아직도 현진에게는 매우어려운 시련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한 가지 현진이 이야기 하지 않는것이 있습니다. 아니면 그것을 의식하고있지 못아 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진의 예리한 비판 의식은 그리고 그것을 섬뜩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재주는 어디서나왔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현진의 책을 대했을 때 매우 부러웠습니다. 남들이 예사롭게 볼수 있는 문제들을 캐어내고 더구나 글을 그렇게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이 말입니다.
그런 능력은 현진이 허공에서 혼자 얻은것입니까?( …) 

현재의 현진을 이루고
있는 어떤 자질은 선천적으로나 혹은 후천적으로라도 부모님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입니까? 부모님은 현재 현진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이고 상처만 주었을 뿐입니까?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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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책 읽을 곳이 없다. 읽을 수는 있겠지만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이것은 독서라는 문화를 생각했을 때 너무 아쉬운 일이다.
하나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무성히 틔우려면, 그리고 그 무성한 잎을 생기 있게 유지하려면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장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 P129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 (2018년도)를 보면, "독서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한 답변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였다. 질문하는 쪽이나답변하는 쪽이나 ‘독서는 누구나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듯 보인다. 미디어에서는 독서 인구가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을수 있는 중요한 독서를 사람들이 멀리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떠들어댄다. 우습기 짝이 없다. 다른 취미에 대해서도 같은 소리를 해보라지.
"애니메이션 감상의 장점은?"
"뜨개질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 P51

 "책 읽는 게 어디든 다 똑같지. 자기 방이든 집 근처 카페는 어디서든 읽을 수 있잖아." 하지만 정말 그렇게 쉬운 일일까. 책의 세계에 몰입한 경우는 꽤섬세한 상태다. 책에는 영상도 소리도 없다. 오직 글자를 읽어야만들어지는 세계(더구나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꼭 붙들고 있는 상태다. 그 열띤 내면과는 반대로 독서를 하는사람은 고요하게만 보인다. 하는 일이라곤 가만히 종이를 응시하는 것뿐, 몸짓만 놓고 생각하면 명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방비하고 약하다. 명상이 그렇듯 자칫 잘못하면 금방 현실세계로 돌아오고 만다.
IT - P22

아무리 그래도 안내문이 좀 길다. 글자 수로 치면 약 1만 2000자에 달한다. 제정신으로 한 행동 같진 않다. 거의 강박에가까운 장황함이다. 이렇게까지 구구절절 실명하는 가게는 본적이 없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투박함‘이다.
- P169

 그러니 가게 콘셉트와 상관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제대로 매력 없는 가게로 만들어야 한다. 책 읽을 장소를 원하는 사람 외의 사람들은 확실히 불편해야 한다. 메리트가 없어야 한다. 협조를 구하는 몇몇 규칙도 요금 구조도, 어떻게 보면 상관없는 사람을 분명히 무력화하면서 이곳에 올 이유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그것을 관철하여 미움을 받더라도 좋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타깃이 아닌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 쾌적하게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만족도를 떨어프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 P179

유기하그나저나 조금 전의 리뷰는 이렇게 끝난다. "언제까지 이런콘셉트를 지키며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곧 콘셉트를 바꾸거나 폐점을 하리라고 넌지시 말하는 이 리뷰를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가끔 떠오를 때마다 지키기는커녕 더 엄격해졌는데? 아직 유지하고 있는데2호점도 냈는데 어쩌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뒤끝 있는 스타일).
- P180

멋진 카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재미가 없다. 진검승부를 하자.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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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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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창비에서 가제본을 제공받고 작성되었습니다.

155. 엄마 (우사미 린,2009; 한국번역판 2021)

<최애, 타오르다> 로 올해 내게 가장 강한 첫인상을 남긴 젊은 일본소설가 우사미 린의 19세 데뷔작. 우사미 린의 작품은 이게 고작 두번째지만 거기엔 벌써부터 선명한 특징이 보인다.

하나는, 자신 혹은 자신 나이대의 사람 (10대 후반 여성) 의 일상에서 제일 중요할 만한 것에 대한 면밀한 상황 및 심리묘사다. <최애....> 에서는 덕질하는 아이돌, 그리고 그와 관련된 커뮤니티였다면 <엄마> 에서는 자신의 가족, 특히 엄마 와의 관계이다. <엄마> 를 읽으며 난 사실 자주 괴로웠다. 분명 가독성 좋고 주인공 우짱이 가는 여행도 궁금하고 그랬는데, 우짱과 엄마의 징글징글한 애증관계가 너무 피부에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짱은 엄마를 보며 오만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할머니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못한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 그 사랑을 대체해줄까 싶어 만난 아빠의 폭력성과 그로인해 깨진 결혼으로 심신이 미약해진 엄마에 대한 연민과 한심함. 그리고 나를 온전히 관심가지고 사랑해주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 일반화는 안하겠지만, 사실 한국의 딸들도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며 마냥 한가지 감정만일 사람이 그리 많을까. 마냥 좋거나 마냥 밉거나 가 아닌, 이현주 님의 책제목처럼 엄마가 <나의 가련한 지배자> 인 딸들이 얼마나 많을까. 꼭 가정에 불화나 드라마틱한 설정이 없어도 가족은 생각보다 미성숙한 사랑과 혈연으로 묶인 집단일때가 많다. 특히 그 안에서 엄마와 딸은, 서로가 가련하면서도 징그러울때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짱이 알게되는 ‘아기가 생기는 방법‘ 과 연결되는데, 거기서 우사미 린 유니버스의 두번째 특징이 나온다.

둘째, 사춘기 소녀가 듣고 받아들이는 성에 대한 돌직구적이지만 충분히 문학적인 묘사. 우사미 린의 두 소설에선 생리를 하는 여성과 ˝다리 사이 금붕어˝ 라는 메타포 가 등장한다. 그리고 <엄마> 에선 <최애...> 보다 더 직접적으로 우짱이 자신이 아빠와 엄마와의 육체관계를 통해 태어난 존재임을 자각하고 그로인해 괴로워하는것을 자세히 서술한다. 거기에 우짱이 엄마를 같은 여성으로 보고 엄마의 순결을 뺏어 나온게 나, 그리고 말미에 신께 빌어서라도 엄마를 임신해서 내가 낳아 잘 키워주고 싶다 라고 까지 한다. 이건 여성으로서의 깊은 연대에 비롯한 사랑이 아니면 나올수 없는 말 같았다. 그리고 우짱 말고도 우짱의 sns 친구들의 대화속 성인식을 보여주며 우리가 박제하고 싶었던 10대 소녀의 성 이라는 인식을 와장창 깨부수고, 그 소재를 되려 더 주체적으로, 문학적으로 그린게 인상적이고, 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난 <엄마> 가 딸이 엄마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가 보통 주입된 모성애보다 더 깊을수도 있음을 이 소설이 알려준게 반가웠다. 이것도 인간관계이기에, 어떤 집은 자식이 부모보다 더 성숙한 사랑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학과 미디어는 부모의 내리사랑, 특히 모성애에 아직 너무 고정적인 모습만 그려온다. 조금 더 자주, 그리고 다양히 그 모성애를 넘어선 가족의 사랑과 관계군상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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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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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신이 살고 일해오던 곳을 마음에 큰 상실의 상처를 입고 도망치듯 떠난 세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라디오 방송작가로 열심히 일하던 자신의 노력을 가십과 웃음거리로 삼은 동료들과 연인과의 이별에서 도망가기위해 영등포에서 제주로간 윤주, 3달을 만났지만 6년을 잊지못한 옛 애인을 혹시라도 만날까 싶어 홍콩에서 영등포로 윤주의 집을 에어비엔비로 렌탈한 시징, 그리고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했다는 죄책감으로 로스쿨 모의법정에서 변론을 마치지 못한 트라우마로 제주도에서 제2공항 철회운동을 하며 활동가로 살아가는 미정.

<완벽한 생애> 는 이렇게 완벽과는 거리가 먼 마음의 빈공간과 트라우마를 피해 어디론가 도피 온 그들의 흔적을 따라다니며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슬픔과 고통을 들여다보며 정면으로 애도를 거치지 않고는 회복은 있을 수 없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진정한 애도를 거치고 성장하고 살아나가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항상 사랑한다. 세 인물 모두 서울, 제주, 홍콩 어디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공감가능한 아픔을 가지고 있고 열심히 살아나가며 거기서 자신의 속도로 나오려는 사람들이라 빠르게 몰입하며 읽었다. 그러면서 곳곳에 제주 2공항 이슈, 홍콩시위 이슈 등을 충분한 자료수집 뒤에 넣은 작가의 세심함도 보였다.

이렇게 쓰니 매우 건조한 소설같지만, 사실 <완벽한 생애> 는 매우 감수성 뿜뿜한 소설이다. 분량 대부분이 세 안물이 자기 눈 앞 풍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상, 기억하는 과거, 그리고 생생히 묘사하는 감정들이라 정적인듯 감수성이 풍부하다. 가을날과 잘 어울리는 소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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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경기 개풍에서 태어난 박완서 작가는 마흔이 되던 해소설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마흔에 등단.
 나는 그 부분에 밑줄을 쳤다. 프로필만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니.

"그 후 오늘날까지 꾸준히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쓰지 않고 보통으로 평범하게 산 동안이 길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 P215

세상에 태어나 희곡을 써 본 적 없는 사람이, 그것도 두 사람이나 새로운 희곡을 탄생시키다니. 내가 쓴 희곡에는 창작을자극하는 놀라운 무언가가 숨어 있음이 분명했다. 별 시원찮은글이 누군가에게는 ‘나도 쓸 수 있다‘는 대단한 희망을 선사한것이다.
- P254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것은 얼마나 분명한 경지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하는 평범한 사람의 일을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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