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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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창비에서 가제본을 제공받고 작성되었습니다.

155. 엄마 (우사미 린,2009; 한국번역판 2021)

<최애, 타오르다> 로 올해 내게 가장 강한 첫인상을 남긴 젊은 일본소설가 우사미 린의 19세 데뷔작. 우사미 린의 작품은 이게 고작 두번째지만 거기엔 벌써부터 선명한 특징이 보인다.

하나는, 자신 혹은 자신 나이대의 사람 (10대 후반 여성) 의 일상에서 제일 중요할 만한 것에 대한 면밀한 상황 및 심리묘사다. <최애....> 에서는 덕질하는 아이돌, 그리고 그와 관련된 커뮤니티였다면 <엄마> 에서는 자신의 가족, 특히 엄마 와의 관계이다. <엄마> 를 읽으며 난 사실 자주 괴로웠다. 분명 가독성 좋고 주인공 우짱이 가는 여행도 궁금하고 그랬는데, 우짱과 엄마의 징글징글한 애증관계가 너무 피부에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짱은 엄마를 보며 오만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할머니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못한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 그 사랑을 대체해줄까 싶어 만난 아빠의 폭력성과 그로인해 깨진 결혼으로 심신이 미약해진 엄마에 대한 연민과 한심함. 그리고 나를 온전히 관심가지고 사랑해주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 일반화는 안하겠지만, 사실 한국의 딸들도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며 마냥 한가지 감정만일 사람이 그리 많을까. 마냥 좋거나 마냥 밉거나 가 아닌, 이현주 님의 책제목처럼 엄마가 <나의 가련한 지배자> 인 딸들이 얼마나 많을까. 꼭 가정에 불화나 드라마틱한 설정이 없어도 가족은 생각보다 미성숙한 사랑과 혈연으로 묶인 집단일때가 많다. 특히 그 안에서 엄마와 딸은, 서로가 가련하면서도 징그러울때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짱이 알게되는 ‘아기가 생기는 방법‘ 과 연결되는데, 거기서 우사미 린 유니버스의 두번째 특징이 나온다.

둘째, 사춘기 소녀가 듣고 받아들이는 성에 대한 돌직구적이지만 충분히 문학적인 묘사. 우사미 린의 두 소설에선 생리를 하는 여성과 ˝다리 사이 금붕어˝ 라는 메타포 가 등장한다. 그리고 <엄마> 에선 <최애...> 보다 더 직접적으로 우짱이 자신이 아빠와 엄마와의 육체관계를 통해 태어난 존재임을 자각하고 그로인해 괴로워하는것을 자세히 서술한다. 거기에 우짱이 엄마를 같은 여성으로 보고 엄마의 순결을 뺏어 나온게 나, 그리고 말미에 신께 빌어서라도 엄마를 임신해서 내가 낳아 잘 키워주고 싶다 라고 까지 한다. 이건 여성으로서의 깊은 연대에 비롯한 사랑이 아니면 나올수 없는 말 같았다. 그리고 우짱 말고도 우짱의 sns 친구들의 대화속 성인식을 보여주며 우리가 박제하고 싶었던 10대 소녀의 성 이라는 인식을 와장창 깨부수고, 그 소재를 되려 더 주체적으로, 문학적으로 그린게 인상적이고, 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난 <엄마> 가 딸이 엄마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가 보통 주입된 모성애보다 더 깊을수도 있음을 이 소설이 알려준게 반가웠다. 이것도 인간관계이기에, 어떤 집은 자식이 부모보다 더 성숙한 사랑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학과 미디어는 부모의 내리사랑, 특히 모성애에 아직 너무 고정적인 모습만 그려온다. 조금 더 자주, 그리고 다양히 그 모성애를 넘어선 가족의 사랑과 관계군상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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