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책 읽을 곳이 없다. 읽을 수는 있겠지만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이것은 독서라는 문화를 생각했을 때 너무 아쉬운 일이다.
하나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무성히 틔우려면, 그리고 그 무성한 잎을 생기 있게 유지하려면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장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 P129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 (2018년도)를 보면, "독서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한 답변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였다. 질문하는 쪽이나답변하는 쪽이나 ‘독서는 누구나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듯 보인다. 미디어에서는 독서 인구가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을수 있는 중요한 독서를 사람들이 멀리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떠들어댄다. 우습기 짝이 없다. 다른 취미에 대해서도 같은 소리를 해보라지.
"애니메이션 감상의 장점은?"
"뜨개질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 P51

 "책 읽는 게 어디든 다 똑같지. 자기 방이든 집 근처 카페는 어디서든 읽을 수 있잖아." 하지만 정말 그렇게 쉬운 일일까. 책의 세계에 몰입한 경우는 꽤섬세한 상태다. 책에는 영상도 소리도 없다. 오직 글자를 읽어야만들어지는 세계(더구나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꼭 붙들고 있는 상태다. 그 열띤 내면과는 반대로 독서를 하는사람은 고요하게만 보인다. 하는 일이라곤 가만히 종이를 응시하는 것뿐, 몸짓만 놓고 생각하면 명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방비하고 약하다. 명상이 그렇듯 자칫 잘못하면 금방 현실세계로 돌아오고 만다.
IT - P22

아무리 그래도 안내문이 좀 길다. 글자 수로 치면 약 1만 2000자에 달한다. 제정신으로 한 행동 같진 않다. 거의 강박에가까운 장황함이다. 이렇게까지 구구절절 실명하는 가게는 본적이 없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투박함‘이다.
- P169

 그러니 가게 콘셉트와 상관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제대로 매력 없는 가게로 만들어야 한다. 책 읽을 장소를 원하는 사람 외의 사람들은 확실히 불편해야 한다. 메리트가 없어야 한다. 협조를 구하는 몇몇 규칙도 요금 구조도, 어떻게 보면 상관없는 사람을 분명히 무력화하면서 이곳에 올 이유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그것을 관철하여 미움을 받더라도 좋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타깃이 아닌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 쾌적하게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만족도를 떨어프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 P179

유기하그나저나 조금 전의 리뷰는 이렇게 끝난다. "언제까지 이런콘셉트를 지키며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곧 콘셉트를 바꾸거나 폐점을 하리라고 넌지시 말하는 이 리뷰를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가끔 떠오를 때마다 지키기는커녕 더 엄격해졌는데? 아직 유지하고 있는데2호점도 냈는데 어쩌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뒤끝 있는 스타일).
- P180

멋진 카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재미가 없다. 진검승부를 하자.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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