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밥 먹여준다 -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의 첫 고백
김하종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방을정리하는 것이 사색과 수행의 시간이 된 지 오래다. 깨끗한 성수보다 설거지물에 두 손을 담근 적이 더 많았던 인생이다. 

그 시간 속에서 깨달았다. 흐르는 물은 슬픔을 씻어준다는 것을, 오늘도 흐르는 물에 나의 울적했던마음을 실어 내보냈다. 차분해진 마음의 수면 위로 말씀하나가 떠올랐다.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6장 9절 - P210

용기를 내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 구절은 성경에서 총 365번 반복된다. 몸과 마음의 배고픔도 365일 반복된다. 코로나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상황이지만, 나는 365일 용기를 내어 365일의 배고픔을 채워드리기 위해 오늘도 앞치마를 단단히 두른다.
- P2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이보그가 되다> 는 지체장애인 변호사 김원영 님 (이전 완독일기에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으로 소개한 적 있다) 과 청각장애인 sf 소설작가 김초엽님 (이전 완독일기에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으로 소개한 적 있다) 이 장애인과 기술의 관계를 블록버스터 속 ˝사이보그˝ 의 개념을 가져와 논의한다.

사이보그 하면 여러분 머리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아이언맨? 터미네이터? 뭔가 기계와 인간의 조합, 최첨단 과학기술의 상징 같이 나는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이 두 저자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장애인들의 삶에 사이보그 스러움이 이미 내재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예를들어 휠체어를 타는 김원영님은 휠체어가 없이 무용하는 모습이나 시상식에 가는 자신은 마치 ˝벌거벗은 것˝ 같은 느낌이다 라고 말한다. 비장애인 눈에는 장애를 보완해주는 도구로만 휠체어가 보인다면, 실제로 24/7 휠체어와 높이와 속도, 보폭을 맞추어 살아가는 지체/ 절단장애인에겐 휠체어, 혹은 의족은 신체의 일부인 것이다. 타고난 인간적인 부분이 아니기에 사전적 개념을 그대로 밀면, 사이보그인것이다! 여기서 원조 사이보그로 갈고리 의수를 낀 피터팬의 후크선장이 나올때 내 선입관이 와장창 깨졌다.

그렇게 사이보그가 생활밀착형 개념이 되니, 그들의 초점은 현재 장애인을 위해 개발되는 기술이 얼마나 장애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많이 반영하는가 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해선 김초엽님이 언급한 ˝따뜻한 과학˝ 기업광고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청각장애인에게 목소리 복원술로 말하는걸 비장애인 가족에게 들려줄 때,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그 메세지를 알 창구 (자막 등) 가 급 광고서 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비장애인 가족중 누구도 수화를 배우지 않고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언어체계에 기술의 도움을 받고 갔다는 데서 느껴지는 씁쓸함도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과 온전히 소통하기 위해 공감하고 동행할때 필요한 신중함과 정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공감지수가 뛰어나거나 사랑이 많아도 인간은 태생적으로 내 현재 환경과 여건을 당연히 옆사람도 가졌겠거니 하고 넘어갈때가 많다. 분명 ˝따뜻한 과학˝ 을 개발하고 시험한 연구소 분들은 좋은일 한 분들이다. 하지만 이왕 노력과 자본이 들어갔으면 장애인 당사자들의 일상속 불편함을 정말 해갈해주는 방향으로, 디테일한 부분들도 세팅되어야하지 않을까?

이 책은 내게 <실격당한...> 에 이어 대한민국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 이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실격당한..> 보다는 날 당황하게 한 극강의 윤리딜레마는 줄었다. 그대신 두 작가 님의 방대한 양의 크립 사이언스 관련 기술정보와 사회이슈를 문/이과 관점으로 한챕터씩 번갈아 가며 읽으니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무섭지 않게 읽으며 사색할 수 있어 좋았다.

페이커에게 시즌끝나면 보내볼까 하고 고민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월모일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트를 봄, 여름, 가을 겨울 로 나누고 저자가 어느날 그 계절에 느낀 정서나 겪은일 속 작은 행복을 적어나간 소박한 에세이. 저자가 시인이다 보니 시적인 시각으로 평범한 것을 해체하고 다르게 보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곳곳에 내겐 좀 과잉감정같고 곳곳에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계절감 느끼며 읽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없던 오늘 -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광고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코로나 시대 1년반을 지나가며 스스로의 일상 속에서 얻은 성찰을 연료삼아 아래 4가지 질문에 답했다.
(1)오늘, 우리는 예전의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2)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변치 않을까?
(3)앞으로,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까?
(4)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생각의 힘으로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단련해야 할까? (p.287)

<없던오늘> 속 4개의 메인파트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저자가 반복되게 출퇴근하며 집, 직장, 그리고 온라인세계에서 접한 생각들을 단정히 정리해서 자신만의 답을 들려준다.

일단 내용적으로 많이 공감했다. 코로나가 빼앗아간 것에 집중하지 않고 빼앗기고 남은자리에 우리가 얻은 새 능력에 집중한 것. 이를테면 ‘음미력‘ 이나 ‘취향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인맥‘, ‘세상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메트로늄 대신 나의 소신대로 움직이는 미트로늄‘ 등. 저자가 자신의 감각을 사용해 개인적으로 느낀 뉴노멀의 정체를 카피라이터라는 직업특유의 재치있는 말로 바꾸어 풀어준게 특별히 좋았다.
거기에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험없을 가치들 과 포스트 코로나에 필요할 본질적 가치로 꼽은 것들, 그리고 예시로 든 사례들 모두 공감했다. 디지털이 더 기본이 될수록 사람만 할수있는 아날로그의 삐뚤빼뜰함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는 해석이나 지금 우리에겐 우리의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과 시스템(의료진, 배달노동자 등)을 향한 존중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 그리고 이 모든 의견이 날카롭고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톤이 아닌, 독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우리 ‘이딴 바이러스‘ 에게 지지말고 계속 잘 살아보자˝ 같은 느낌의 격려톤이라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과의 만남이 내게 이 시점에서 의미있었던 건 이 책이 글을 다루지만 문학으로서가 아닌, 비지니스로서 인 사람의 글이여서였다. 최근 에세이에 편중되어 정체되었다고 생각한 내 독서는 사실, 특정한 지역의 특정한 직업군의 책을 편식해서 생긴건 아닌가 싶었다. 난 사실 아직도 경제, 경영, 마케팅 색체의 책이 낮설다. (그 유명한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 외 유명책도 한권도 안읽었다). 하지만 이 책을 완독하려고 읽어나가며 코로나 시대를 바라보고 읽어나가며 글을 쓰는 시각이 카피라이터일때 또 완전 다른, 신선한 언어와 문법이 나오는구나 라는 생각에 반성했다.
고작 1년정도 책을 좀 진하게 읽었다고 독서에 질렸다고 생각했다니. 얼마나 오만했던가.

책에 질리기에 내 독서는 아직 좁고 얕다. 갈길이 멀다. 그리고 멀어서 천만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혜화동에서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이자 시인인 저자의 책방 이야기. 사실 작년부터 적지 않은 수의 책방이야기 에세이를 봐와서 제목에 혹해 책을 지른 나의 첫 인상은 아....또.... 였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며 나의 의구심은 걷혔다.

이는 책방을 지키며 손님들을, 벗들을, 사물들을, 주변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깊게 사유한 저자의 시선 덕이다. 시인들 특유의 다각도로 살피고 뜯어보아야만 보이는 것들을 곱고 다정한 단어를 입고 문장이 되었을때 평범해보였던 작은 시집 서점은 내게도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을 읽으며 생각난 인물은 세이 쇼나곤이었다. 얼마전 읽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서 나온 일본의 궁녀. 그녀의 철학적 재능은 주변에 있는 사소한 아름다움을 절대로 놓치지 않고, 예쁜 이름을 붙여주며 마음껏 즐거워하는거였다. <없던오늘> 속 표현을 빌리자면, 저자는 ˝음미력˝ 이 좋다. 그 음미력이 시적인 언어를 만나 저자가 풍부히 느끼는 희노애락이 좋게 전달되어, 읽으며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위트 앤 시니컬은 이전에 온라인 책주문만 해보고 아직 가보지 못했다. 이책을 읽으니 서점에 꼭 직접 가보고 싶다.

살롱드북을 통해 먼난, 또 하나의 좋은 책.

덧: 같은 책방 이야기인데 완전 반대편의 하드보일드 하이퍼리얼리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숀 바텔의 <서점일기> 와 비교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