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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오늘 -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광고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코로나 시대 1년반을 지나가며 스스로의 일상 속에서 얻은 성찰을 연료삼아 아래 4가지 질문에 답했다.
(1)오늘, 우리는 예전의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2)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변치 않을까?
(3)앞으로,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까?
(4)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생각의 힘으로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단련해야 할까? (p.287)
<없던오늘> 속 4개의 메인파트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저자가 반복되게 출퇴근하며 집, 직장, 그리고 온라인세계에서 접한 생각들을 단정히 정리해서 자신만의 답을 들려준다.
일단 내용적으로 많이 공감했다. 코로나가 빼앗아간 것에 집중하지 않고 빼앗기고 남은자리에 우리가 얻은 새 능력에 집중한 것. 이를테면 ‘음미력‘ 이나 ‘취향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인맥‘, ‘세상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메트로늄 대신 나의 소신대로 움직이는 미트로늄‘ 등. 저자가 자신의 감각을 사용해 개인적으로 느낀 뉴노멀의 정체를 카피라이터라는 직업특유의 재치있는 말로 바꾸어 풀어준게 특별히 좋았다.
거기에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험없을 가치들 과 포스트 코로나에 필요할 본질적 가치로 꼽은 것들, 그리고 예시로 든 사례들 모두 공감했다. 디지털이 더 기본이 될수록 사람만 할수있는 아날로그의 삐뚤빼뜰함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는 해석이나 지금 우리에겐 우리의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과 시스템(의료진, 배달노동자 등)을 향한 존중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 그리고 이 모든 의견이 날카롭고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톤이 아닌, 독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우리 ‘이딴 바이러스‘ 에게 지지말고 계속 잘 살아보자˝ 같은 느낌의 격려톤이라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과의 만남이 내게 이 시점에서 의미있었던 건 이 책이 글을 다루지만 문학으로서가 아닌, 비지니스로서 인 사람의 글이여서였다. 최근 에세이에 편중되어 정체되었다고 생각한 내 독서는 사실, 특정한 지역의 특정한 직업군의 책을 편식해서 생긴건 아닌가 싶었다. 난 사실 아직도 경제, 경영, 마케팅 색체의 책이 낮설다. (그 유명한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 외 유명책도 한권도 안읽었다). 하지만 이 책을 완독하려고 읽어나가며 코로나 시대를 바라보고 읽어나가며 글을 쓰는 시각이 카피라이터일때 또 완전 다른, 신선한 언어와 문법이 나오는구나 라는 생각에 반성했다.
고작 1년정도 책을 좀 진하게 읽었다고 독서에 질렸다고 생각했다니. 얼마나 오만했던가.
책에 질리기에 내 독서는 아직 좁고 얕다. 갈길이 멀다. 그리고 멀어서 천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