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을 휘리릭 넘겨보는 순간 알게 되었다. 
어설픈 토핑이나 음료 쿠폰으로 때우지 않는 이 정직하고 성실한 쿠폰북이야말로 하이디라오의 정수였다. 5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 과장은 아니었다.
쿠폰 구성을 살펴보자.
- P44

훠궈는 지역마다 특색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광둥스타일‘ 또는 ‘홍콩 스타일‘로 불리는 훠궈란 바로 이러한 해산물 훠궈를 말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광둥 지역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재료는 바로 해산물이고 그 해산물을 맛있게 먹으려면당연히 신선도가 중요하다. 홍탕은 없이 백탕으로만맑게도 먹는다. 나중에 점점 잘 알게 되었지만 홍콩에서 제대로 된 훠궈를 먹는다는 건 바로 살아 있는해산물을 갖춘 훠궈집에서 살아 있는 해산물을 먹는다는 것이다. 수조가 있는 식당을 선택해야 하고, 시가의 두려움을 넘어야 한다.  - P54

다들 어떤 이유로 이 시간에 이곳에서 훠궈를 먹고 있을까? 어디에서 놀다 오셨나요? 어디에서 일하다 오셨나요? 나 역시 때때로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이 되면서, 어느 시간이나깨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들지않은 사람들이 도로를 달리고, 시장한 속을 음식으로 채운다. 무엇을 하다 온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지금 이 시간에도 편의점의 차가운 음식이 아닌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P33

한자가 젬병인 나도 촨촨샹(串串香)의 간판을 알아볼 수 있는데, 한자의 기원을 알려주듯 ‘꼬치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촨(串)‘이라는 글자를 볼 때마다 넓적한 부산어묵 꼬치를 생각한다. 어묵 두 개를 가로로 한번에 꿴 형태가 아닌가. 이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촨촨이라는 글자를 알아볼것이라고 생각하니 기쁘다. 부디 부산어묵 두 장을잊지 마시길.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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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죽는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171쪽

세상에 어떤 일을 해야 자다가 죽어도 후회가없을까요? 제 삶을 저만의 시간으로 보내다 보면,
저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 P16

하지만 기꺼이 세계의 조각을 확대하고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일을 하고 또 하다.
보면, 아무것도 쓰지 않을 때보다 나를 이해하고타인을 받아들이는 품이 조금은 넓어지는 것도같아요.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책 읽기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편협함을 확인하고 어떤 존재의 풍부함을 깨닫는다. 97 - P35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첫 문장을 써봅다. 가주한숨 쉬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어요.. 강염처럼속이 쥐어짜듯 아프기도 했고요. 이 책은 그런책이에요. 사람을 불편하고 심란하게 만들죠..
빌리고 읽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어요.  - P59

무슨 일을 하든 염증을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더 크게 되어야 한다는강박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요. 정신의소모를 알아챘을 때 언제든 초심을 꺼내 새것처럼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순전히 내 호기심과 즐거움 때문에시작했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아요. 그래야 하는데…

저를 잘 다독여 보려고요. 

뭐, 영 재미없으면그만하면 되죠! 

뭘 하든 하지 않든, 그 속에서스스로를 잃지 않고 지켜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 P112

색스가 삶을 기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생일을 앞두고 수은이 나오는 꿈을 꿨는데, 이일로 여든 살이 되는 것을 일깨웠다고 썼잖아요.
수은이 주기율표에서 80번 원소이기 때문이죠.
열 살 때 주기율표와 친구가 된 후로 스트레스를겪을 때마다 늘 물리 과학으로 귀향했다는 그는,
원자번호를 알게 됐을 때부터 생일과 원소를하나로 엮었대요. 열한 살 때 "난 나트륨이야."라고말하는 식이었죠. (나트륨은 11번 원소) 여든한 살 때는친구들이 생일선물로 81번 원소 탈륨을 보내줬고,
그 옆에는 여든두 살 생일을 기념해 82번 납을뒀죠.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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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것 같았고, 20대에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으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나를 미워했다. 그렇다면 30대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지 않을까. 열등감이나 패배감에 잠식되지 않은 건강한 마음으로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 이제 나는 특별한 사람보다 그런 사람이 되기를꿈꾼다.
이건 나는 게 아니라 멋지게 추락하는 거야.
흔들림 없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는 버즈는 오히려 바로 그 순간 가장 반짝였다.
- P90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있을 만큼 가까운 동시에 바다 건너만큼 멀 수도 있었다. 허물없이 장난을 주고받고 귓속말로 비밀을속삭이다가도 돌아서면 금세 데면데면해졌다. 어른이 된 뒤에도 관계는 여전히 골치 아픈 숙제였다. 사람이 어려울 때면 사람으로 태어난 게 이 생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 같았다. 어쩌면 나는 고양이나 흰수염고래의 영혼을 가진 채로 인간이 된 게 아닐까?
- P137

나는 알면서도 열심히 모른 척한다. 하나뿐인 딸의미래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러나 정말로 알수가 없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방식이 사랑하는 사람을 슬프게 할 때,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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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 성찰 주체는 불평불만을 하거나 행복을 전도하거나밖으로 나가서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냉정하고 냉철한 비판적 성찰력을 가지고 은폐되어 있는 객관적 권력들을 통찰해내고, 동시에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도성찰하면서 사안을 선정주의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는 주체죠.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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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소년의 정신 - 하루키 읽는 법 세계문학공부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유유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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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평: 나처럼 하루키 문학이 그냥 싫었다면 읽어볼만한 하루키 입문서

하루키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번역가의 말처럼 번역가의 시대에도, 그 제자의 시대에도, 지금도 ˝유행하는 작가˝ 다. 하루키에 영감을 받은 사람도 많고 심지어 하루키 소설에 나온다고 인기있는 술도있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일단 인기있으면 버틴다. 안읽고 버틴다. 특히 겉멋, 난교, 그리고 것멋들리고 난교하는 철없는 남자가 주인공이면 약간 믿고거른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내 서가엔 하루키가 있어본적이 없다. 유일한 ˝유사˝ 하루키는 <아무튼, 하루키> 뿐 (하루키의 팬인 한국의 일본책번역가의 에세이, 역시 하루키가 쓰지않음). 그럼 이 책은 왜 읽었을까? 하루키 문학에 알레르기 돋은자가 <하루키 읽는법> 이라니?

그 이유는 ˝이해하고 싶어서˝ 였다. 난 사실 배타성이 매우 강한 사람인데 30대가 되고, 또 특히 책을 파가며 하나 결심한게 있다. ˝어떤것도 믿고 거르지 말자˝. 윤리를 거스르고 법을 어기는 것만 아니라면,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 좋아하지 않는책을 쓰는 사람도 그 이유라도 알자. 이지수 님의 <아무튼 하루키> 가 하루키 문학의 개인적 영향력을 알려주었다면 양자오 님의 <하루키 읽는법> 은 하루키 문학이 내가 싫어하는 코드로 찰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하루키 개인적 이유를 좀더 거시적 차원에서 설명해준다.

저자는 <노르웨이숲> 이 대만에서 인기였을때 소위 ˝짝퉁하루키˝ 스타일로 나온 소설들을 비판해서 ˝안티하루키˝ 오해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 오해를 풀고자 이 책을 쓰셨다는 참신한(?) 의도가 살짝 귀여웠고, 이분이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외에도 하루키의 초기단편을 마치 빅데이터 속 키워드와 알레고리를 언급해가며 작품들에 연속되는 어떠한 메세지를 분석하시는데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너무 진지하고 친절한 분석이라 짧은 책 안에 한 챕터를 통째로 백그라운드 지싣 인듯한 오이디푸스 신화얘기, 프란츠 카프카의 각종 단편해설, 혹은 오에 겐자부로의 시대적 애매함에 할애할때는 ˝뭐 이렇게까지 다 알고싶진 않았지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되게 신기하게도, 들어있는 지식의 밀도에 비해 가독성이 좋다.

책을 읽는 목적이 인문학적 지식을 다양히 얻는거라면 굳이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아도 짧고 쉬운 인문, 현대문학 강해서 로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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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8-07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하루키 안 좋아하는 독자는 저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되게 반갑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하온북 2021-09-26 16:22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오프라인에서는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