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지역에, 모스바나 정원을 가꾸던 이상한 노인들이 있었다는거야.
난 네가 이 이야기를 꼭 끝까지 파헤쳐줬으면 좋겠어.
우리 엄마는 네 글을 읽은 이후로, 매일 울고 있거든.

어떤 학자들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 혹은 관측으로부터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확한 분석을 거쳐 귀납적으로 하나의 이론을 이끌어낸다. 그것이일반적으로 과학이 수행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떤 기묘하고아름다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 현상의 근거를 끈질기게 쫓아가보는 것 역시 하나의 유효한 과학적 방법론일지 모른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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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조금
유진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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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거짓의 조금 (유진목, 2021)

책 제목은 <거짓의 조금> 이지만 사실은 저자의 진실, 혹은 진심의 조금이 책 표지에 있는 돌덩어리들만큼 각 페이지에 들어가있다고 생각한 시인 유진목님의 산문집.

내가 읽은 저자의 첫 책은 시집 <식물원>. 매우 흥미로운 시집이었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존 케이지의 4분 33초 같았다. 시집 초반에 식물원 입장안내멘트가 나오고 시집의 절반이 빈칸이다. (아니, 숫자는 매겨져 있다) 가끔 사진 몇개. 그 뒤 나오는 글은 고통을 회상하는 몇줄.
이런 형식도 시, 시집이 될 수 있나? 라고 생각하게한, 나름 파격적이라 생각한 시집. 그래서 이 산문집은 호기심반, 표지에 홀린거 반으로 찾아 읽었다.

짧게 말하자면 무거운데 절망적이지 않다. 무겁고 묵직하고 끊임없이 고통과 죽음에 대한 기억들, 나와의 끝없는 싸움에 대해 비선형적으로 말하고있는데 거꾸로 그래서 저자가 살고 싶은걸로 보이고 느껴진다.
작가의 말에 ˝덜 죽고싶었으면 좋겠다˝ 라는 문장부터 느껴졌다. 진짜 죽고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말이 생각안난다. (경험이다)

저자는 가족과, 종교단체와, 이전 결혼생활에서 많은 불화와 고통이 있어온 것 같다. 그리고 그 경험과 감정을 수많은 자기와의 싸움으로 나름 나신을 파괴시키지 않는 선에서 생각을 정리한듯 보인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우울증.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가 죽어야할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단상들은 역설적이게도 비슷한 고민으로 삶이 멈추어 있는 사람들에게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힘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울하고 삶의 의욕이 없을때만큼 가짜 위로나 값싼 밝음이 절망적일땐 없으니까. 되려 현재 나만큼 괴로워보고 지금도 고민하는 사람의 솔직한 말과글이 힘든이에겐 공감이 되고, 내가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할거라 생각한다.

만약 북토크라도 가게되면 작가님께 여쭤보고싶다. 왜 제목은 <거짓의 조금> 이 되었는지. 왜냐면 이 책에서 거짓과 과장은 한톨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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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만 하면좋겠다. 
- P4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멋지게 속이는 일에 대하여. 감쪽같이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가는 일에대하여. 그러니까 타인을 파멸시키기 위한 거짓말에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적당히 현실을 고치는, 고통을 덜어내는, 안식을 주는, 안전한 장치가 마련된 거짓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 P88

나는 새로 산 옷과 새로 산 구두가 처음으로마음에 든다. 새로 산 수영복을 입고 여름에는 바다수영을 하자. 나는 나와 약속한다. 삶을 너무 사랑하더라도 무서워 말자. 나는 나를 다독인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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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당신은 타인을 볼 때 무엇을 보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누리는 지를 주로 볼 것이다. 우리는 타인이 잘 지내고있다는 생각에,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린다는 생각에 고통을 받는다. 반면 타인을 볼때 그 사람이 지고 있는 무게를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의 고통으로 타인이 지고 있는 무게를 가능해보는 사람또한 드물다. 하지만 아주 큰 고통을 겪은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의 말은다르다. 그는 영혼에 바다를 품고 있는것이나 다름 없다. 이런 사람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그는 전설이다.
- P88

나는 ‘귀가 배지근해지다‘라는 말 자체에도 매료되었다.
‘귀가 배지근해지다‘는 다른 말로 하면 눈뜨고 살다‘이다.
의미 있는 말은 눈을 뜨게 만들어줄 수 있다. 좋은 목소리는 늘 내게 말한다. 
눈 좀 떠봐! 
- P56

그때 잠시 땀을 닦으면서 당신을 당신으로 만든 이야기를 들려달라. 당신이 멈추지 않기 위해 필요로 했던 이야기도 들려달라. 두꺼운 고독을 뚫고 나오게 했던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달라. 당신의 고유한 기쁨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나는 살아 있는 자의 귀로 듣겠다.
- P263

이 추모관은 자기의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에요.
그래서 이 추모관은 사랑이고 이타심이에요. 
저는세월호 소식을 알아요. 대부분의 희생자가 살 날이훨씬 많았던 아이들이란 것을 알아요. 그래서 더더욱그 아이들을 명예롭게 하고 아이들의 삶을 우리들의이야기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 P194

연대 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일로 알게 된 모든 것을 당신께 알려드릴게요. 온 힘을다해 당신을 도울게요. 당신은 나보다 덜 슬프도록요.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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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예식장 - SINCE 1967
한승일 지음, 백낙삼.최필순 주인 / 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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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신신예식장 (한승일, 2021)

마산 가구단지 의 어느 건물 2층에 있는 신신예식장.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약 1만 4천여쌍의 부부가 무료로 혼례를 치른 예식장.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기도 했던 예식장.

처음에 이 책이 출간되어 책방들 인스타에서 입고소식을 보았을땐 레트로도 저런 레트로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뉴트로가 대세라지만 저긴 컨셉이 아니라 정말 노후한데? 누가 저기서 아직도 결혼식을 하려나? 근데 심지어 무료예식? 수지가 맞나?

책을 읽으며 느꼈다. 이 책은 단순 신신예식장에 대한 가벼운 포토에세이가 아니란 걸. 신신예식장 자체는 이미 영화와 방송에서 자주 소개된 곳이었기에 소개되지 않은면을 알리고 싶었다는 작가는 무려 2년을 서울과 마산을 오고가며 백낙산 사장님과 최필순 이사님 부부와 예식장의 역사, 그리고 그들 부부의 역사에 대해 성실히 찍고 적어내려갔다.

놀라웠던건 예식장에 아직도 월 30쌍이 식을 올린다는 점. 리마인드 웨딩, 복고풍 기념사진 촬영 외에도 국제부부 결혼식, 가난한 부부의 결혼식 등 아직도 신신예식장은 성행하는 예식장이었다. 음향기기나 조명은 어디서 안쓰는걸 고쳐 쓸만큼 검소하지만 다양한 체형의 신부들이 유행에 맞는 웨딩드레스를 입게하고픈 마음에 여전히 한번씩 서울에 다녀와 드레스를 구비하는 마음씨에선 이 일에 대한 두부부의 여전한 진정성이 보였다.

자신들도 어렵게 자라고 가정을 꾸려 결혼식을 못한것을 기억해 건물주가 되어 성공했을때 건물 한층을 무료예식장으로 만들고 50여년간 성실히 그 공간을 운영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뜻밖의 여운을 남겼다. 바로 타인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이었다. 사실 다수 기성세대 어른분들의
결혼= 출산율= 미래인구= 사람의 도리 논리에 난 꽤나 질린 사람이다.
근데 90에 가까운 이 분들의 결혼에 관련된 태도는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왜냐면 이들은 50년을 행동했으니까. 돈을 안받고서라도 새로 시작하는 부부를 위해 최선의 식을 올려주고, 주례를 서주고, 예쁜 사진한방 남겨주고픈 그 마음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고 사니까.

이 책을 읽으며 결혼의 본 뜻과 의미가 다시 되새겨졌다. 그리고 왜 결혼식이 축하받아야 할 순간들인지도.

추억팔이 사진집일줄 알았다가 더 큰걸 많이 마음에 저장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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