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신예식장 - SINCE 1967
한승일 지음, 백낙삼.최필순 주인 / 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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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신신예식장 (한승일, 2021)

마산 가구단지 의 어느 건물 2층에 있는 신신예식장.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약 1만 4천여쌍의 부부가 무료로 혼례를 치른 예식장.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기도 했던 예식장.

처음에 이 책이 출간되어 책방들 인스타에서 입고소식을 보았을땐 레트로도 저런 레트로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뉴트로가 대세라지만 저긴 컨셉이 아니라 정말 노후한데? 누가 저기서 아직도 결혼식을 하려나? 근데 심지어 무료예식? 수지가 맞나?

책을 읽으며 느꼈다. 이 책은 단순 신신예식장에 대한 가벼운 포토에세이가 아니란 걸. 신신예식장 자체는 이미 영화와 방송에서 자주 소개된 곳이었기에 소개되지 않은면을 알리고 싶었다는 작가는 무려 2년을 서울과 마산을 오고가며 백낙산 사장님과 최필순 이사님 부부와 예식장의 역사, 그리고 그들 부부의 역사에 대해 성실히 찍고 적어내려갔다.

놀라웠던건 예식장에 아직도 월 30쌍이 식을 올린다는 점. 리마인드 웨딩, 복고풍 기념사진 촬영 외에도 국제부부 결혼식, 가난한 부부의 결혼식 등 아직도 신신예식장은 성행하는 예식장이었다. 음향기기나 조명은 어디서 안쓰는걸 고쳐 쓸만큼 검소하지만 다양한 체형의 신부들이 유행에 맞는 웨딩드레스를 입게하고픈 마음에 여전히 한번씩 서울에 다녀와 드레스를 구비하는 마음씨에선 이 일에 대한 두부부의 여전한 진정성이 보였다.

자신들도 어렵게 자라고 가정을 꾸려 결혼식을 못한것을 기억해 건물주가 되어 성공했을때 건물 한층을 무료예식장으로 만들고 50여년간 성실히 그 공간을 운영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뜻밖의 여운을 남겼다. 바로 타인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이었다. 사실 다수 기성세대 어른분들의
결혼= 출산율= 미래인구= 사람의 도리 논리에 난 꽤나 질린 사람이다.
근데 90에 가까운 이 분들의 결혼에 관련된 태도는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왜냐면 이들은 50년을 행동했으니까. 돈을 안받고서라도 새로 시작하는 부부를 위해 최선의 식을 올려주고, 주례를 서주고, 예쁜 사진한방 남겨주고픈 그 마음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고 사니까.

이 책을 읽으며 결혼의 본 뜻과 의미가 다시 되새겨졌다. 그리고 왜 결혼식이 축하받아야 할 순간들인지도.

추억팔이 사진집일줄 알았다가 더 큰걸 많이 마음에 저장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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