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의 세계
듀나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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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설명하는 글이 아니고 보여주는 글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 작품은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각자의 과거를 책 한 권에 다 담으려니 거의 매 챕터마다 인물들의 과거가 설명문 식으로 펼쳐지는데... 지루하고 머리 아픔. 무슨 줄거리 요약본 읽는 느낌이다. 거의 매 챕터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나중엔 입에서 저절로 지겨워 소리가 나온다.


또한 몰입이 힘든 게, 그 '팩'이라는 애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건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알겠는데 범죄를 저지른다는 설명만 있고 나머지는 팩들 간의 전투 씬이지 실제로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묘사하질 않네. 그러니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 같기만 하고... 전투 장면 묘사도 뜬구름 잡는 소리의 향연이다. 그 소용돌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또 이 소설을 엉성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사람들의 초능력의 근원이 무엇이냐에 대해 아무런 과학적 설명이 없음. SF라고 우길 거면 최소한의 그럴 듯한 설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럴 거면 그냥 판타지 소설이라 부르지 왜 SF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안 됨. 과학 시간에 에너지 보존 법칙을 배웠다면 이 초능력자들, 특히 배터리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밝혀야지. 아, 나오긴 나오더라, 연구해도 밝혀진 게 없다고. ㅎㅎㅎ 필립 K. 딕 같은 SF소설가들이 초능력자들 나오는 소설 좀 썼고 그가 SF의 거장이라 칭송받으니 초능력자 나오는 소설 쓰면 당연히 SF라고 생각하는 건가? 오해는 마시길. 필립 K. 딕 무지 좋아함. 다만 그 시대는 지금보다 과학이 훨씬 발전하지 못 했고 그러니 초능력도 언젠가는 밝혀질 과학적 현상이야 하면서 덮어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나? 몇 십 년 전에 초능력을 과학으로 밝혀보고자 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왜냐면 초능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듀나 소설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본인만의 SF적 상상력, 과학적 기반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이미 존재하는 SF적 설정을 갖다 쓰면서 거기다 본인만의 감성을 입히는데, 그래서 자주 튀어나오는 게 스릴러 형식. 그런데 막상 뚜껑 열어보면 별 대단찮은 음모들이고 근데 등장인물들은 그게 뭐 엄청난 것처럼 거기 매달려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음모를 밝히는 과정도 두루뭉술해서 걍 독자 니가 대충 알아 먹어라는 식으로 표현되고. 인물들의 감성도 하나같이 냉소적이기만 하고, 이름만 다르지 똑같은 캐릭터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소설은 시간대가 뒤죽박죽이라 도대체 언제의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려서 더욱 몰입이 안 된다.


하도 듀나 듀나 그래서 듀나 소설 몇 편 읽어봤는데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무슨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도 아니고 사회적 문제를 들이파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있어 보이고 쿨하게 보이려고 쓰는 이야기들인 것만 같다. 거기서 SF는 그저 도구일 뿐. 듀나가 쓴 평론들은 읽을만한데 소설은 다른 거장 SF 작가들에 비하면 얄팍한 이야기만 써서 내 취향은 아님. 기본적으로 이 사람은 SF소설가가 아니라 영화 쪽에 추가 기운 것 같다. 소설들 읽어보면 다 무슨 영화 같은 데서 본 듯한 설정과 캐릭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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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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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소재와 주제이지만 등장인물들 간의 맛깔나는 대화와 주인공의 해학적이면서도 쿨한 심리 묘사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 결말도 만족스러웠다. 꼭 다 부수고 싸워야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주인공의 기지 하나로 대참사를 면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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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티켓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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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초강추하는 소설. 시대상을 생생히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캐릭터 묘사가 뛰어나다. 해학적이면서 냉소적인 유머들로 가득하고, 인간을 비판하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는 점이 좋다. 빨리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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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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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을 아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소설. 정말 결말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계속 던져주는 데에 도가 튼 작가이다. 번역도 이수현 씨 번역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중간 중간 어색한 문장들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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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제시카 발란스 지음, 최지운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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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직전까지는 아주 흥미로웠다. 내가 바르셀로나에 갔다 온 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때 생각도 나고, 각 캐릭터들의 대화나 그들 간의 관계와 심리도 현실적으로 잘 표현돼 있고. 음...근데 계속 보다 보니 범인이 누구고 그 놈이 지금까지 뭔 짓을 했는지 눈치를 채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건 그렇다 쳐도 마지막에 사건 해결하는 게 너무 후루룩 이뤄지는 느낌? 뭔가 전형적이랄까? 다 읽고 나니 재미는 있었는데, 나는 항상 이야기의 주제의식과 교훈을 찾는 편이라...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주제의식이 뭔가를 생각해 보면 글쎄... 뭐가 남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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