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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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흥미로웠으나 뒤로 갈수록 진부해진다. 기본적으로는 세대우주선에 대한 이야기인데 기존의 여러 작품을 짬뽕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엔더의 게임, 설국열차, 그 외 스포일러가 될까 봐 언급할 수 없는 어떤 작품... 캐릭터도 하나같이 평면적이고, 은근한 맛이 없다. 죄다 분노조절 안 되는 인간들뿐... 플롯도 좀 이해가 안 간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항해부가 벌인 일이 특히...왜 그런 일을 한 건지??? 그냥 파국이라는 결말를 내기 위한 억지 춘향처럼 보일 뿐이다. 이러다 보니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뭔지는 알겠으나 그걸 이 감상평에서 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위와 같은 점에서 솔직히 대상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장들도 때때로 멋진 문장들이 있지만 태반은 부사의 과다 사용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리뷰를 수정하는 김에 몇 가지 첨언하자면 작품 내에서 인물들이 상위계급이니 하위계급이니 칭하는 말들이 너무 직설적으로 들려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나 다른 어느 나라 역사를 봐도 계급은 항상 존재해왔는데 각 계급의 이름들이 분명 존재했다. 양반, 상민, 천민 이런 식으로... 작품에서도 각 계급에 고유의 이름을 부여했다면 작품이 더 세련돼 보이고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더, 작품을 읽다가 몰입감이 확 떨어지는 부분이 우주선 출발하는 부분이었다. 액션 영화를 보면 자동차를 대기시켜놨다가 주인공들이 아슬아슬하게 타고 탈출하는 장면들이 더러 나오지만 이건 자동차가 아니라 우주선이다. 글에서도 언급되지만 조그만 거 하나라도 잘못되면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오는 게 우주선 출발이다. 사전에 엄청난 리허설과 준비를 완벽에 가깝게 해 놓고 출발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우주선이 출발하려는 찰나에 문이 열려 가까스로 올라탄다는 게 말이 안 되고,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우주인들은 우주복과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출발하게 돼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맨몸으로 착석해 있다는 묘사가 돼 있어서 의아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어떤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이건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느낌이 나서 그것도 몰입감이 떨어졌다. 또 하나는 K가 자유를 부르짖으며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가족을 상대로 협박하는 부분에서 K의 매력이 뚝 떨어진다. 결국 상위계급과 별 다른 게 없는 존재였다는 거. 작가가 의도한 건지, 문제 해결 방법으로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 좋은 얘기만 잔뜩 써 놔서 죄송한 마음...... 마지막 반전은 좋았고,(비슷한 부류의 반전이 존재했음에도 소설 가장 첫 부분과 연결되는 수미상관 구조랄까? 그 부분이 좋았음.)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섬세히 잘 됐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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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녕 2022-09-1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의 김준녕 작가입니다. 우선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어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한국과학문학상의 참가 자격은 ‘sf로 공모전 입상 경력이 없고, sf를 온라인, 오프라인 매체에 발표 또는 단행본으로 출간한 지 2년 미만이라면, 기성 작가도 참가할 수 있다.‘라 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제가 낸 작품은 sf가 아니라 한국 일반 소설로 분류되어 참가 자격에는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 받았습니다. (응모 관련 정보는 허블 출판사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은 피드백에 감사드리며 더욱 좋은 작품으로 다가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1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렇군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그렇다면 응모 자격에 대해 논한 부분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리뷰를 올려 죄송합니다. 제 리뷰를 보고 얼마나 가슴이 덜컹하셨을지... 작품 읽자마자 날것 그대로의 리뷰를 올려 이렇게 됐네요. 아무튼 오해를 바로잡아 주셔서 감사하고요. SF 애독자로서 앞으로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