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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후의 심판 + 두 개의 세계 + 삼사라 + 제니의 역 +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한이솔 외 지음 / 허블 / 2023년 5월
평점 :
1. <최후의 심판> : 대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이 인류 정복을 꿈꾼다거나 혹은 완전히 그 반대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거나 그런 류의 이야기를 혐오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과는 다른 존재이며 그러면서도 인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 하는 한편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이해하고 또는 어느 면에서는 이해하지 못 하는 복잡한 존재로 그리는 것이 맘에 들었다. 다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걸 꼭 이렇게 유서와 첨언의 형식으로 풀어나가야 했나? 화자가 아들 얘기 하는 부분이 별 공감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나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는 논리는 엄지를 치켜세울 만 하다.
2. <두 개의 세계> : 이 책에서 가장 재미없었고 솔직히 읽는 내내 너무 지루해서 좀 짜증도 났던 작품이다. 설정 설명만 가득하지 서사가 없다. 설명도 앞에서 한 설명을 뒤에서 중언부언 또 하고 있고, 독자를 바보로 아는지. 무슨 기승전결이라 할 만 한 이야기 자체가 없다. 그저 사람이 나무로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설명과 그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계속해서 설명한다. 정말 너무 지루했다.
3. <삼사라> : 이 책에서 <최후의 심판>과 함께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영혼이니 윤회니 하는 것은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설정이 SF에 나오는 것이 조금 맘에 걸리기는 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무리 없이 전개 되고 설득력 있으며 작가가 직조한 배경 설정 안에서 이해 될 만한 반전도 존재하고 결말도 맘에 들었다. 다섯 작품 중에 가장 이야기다운 이야기였다고 생각된다.
4. <제니의 역> :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주 여성과 로봇의 연대를 약간의 미스터리 형식으로 다룬 작품. 다만 이야기가 좀 너무 주제의식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선인이고 남자들은 모두 악인인 것처럼 묘사하는 점도 이 작품을 걸작의 반열에 올리지 못 하는 이유다.
5.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 <두 개의 세계> 보다 아주 약간 덜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작품. 이 작품도 중반까지 설정 설명으로 채워지는 통에 지루하기 짝이 없었으나 중반 이후부터 서사라고 볼 만한 것들이 전개되어 최악은 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맘에 안 드는 게, 뇌 개방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 작가는 이 이야기의 중심 소재인 뇌 개방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하는데 그건 자기도 뭔지 잘 모르는지 두루뭉실하게 넘어가 놓고(솔직히 한 사람의 뇌로 우주선 전체를 돌릴 에너지가 나온다는 게 아무리 SF라도 말이 되는가?) 그 주변의 것들, 이를 테면 본은하니 오방 은하니 테라포밍이니 그런 상황(대부분의 SF 독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만한 설정)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고 있다. 따라서 이야기 초반이 지루해지고 읽기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반전이라는 것도 잘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반전이다. 이렇게 사방팔방으로 테라포밍하러 사람들을 보내는데, 그러면 당연히 이쪽 저쪽에 있는 사람들이 연락을 주고 받을 텐데, 다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 채 테라포밍을 하러 간다고? 애초에 선장이 자기 뇌 개방에 대해서도 뭘 잘 모르는 것처럼 주인공한테 뭘 자꾸 묻는 부분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게 뇌 개방이 중요하다면서, 자기 몸과 우주선의 구동 원리에 대해 제대로 교육 받지 않은 자가 어떻게 선장이 된다는 건가? 이건 다 독자들이 이걸 모르겠지, 하고 작가가 지레짐작해서 설명을 과하게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제발 작가들아, 독자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지 말자. 설명을 하지 말고 서사를 보여주자. 이야기를 쓰자. 설명문을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