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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참 힘이 들었다는 것부터 밝혀야겠다.
장성주 씨 번역을 좋아해서 믿고 고른 건데 흠...원전이 어려웠던 걸까? 번역가가 조금 피곤했던 걸까? 아님 출판사에서 충분한 시간을 안 준 걸까?
묘사가 대체로 비유와 은유로 이루어지는 데다가 문체마저 번역투이다 보니 두 세 문장조차 속도감 있게 이어서 읽기가 힘들고 자꾸 턱턱 걸렸다. 특히 편지 부분이 너무 지루했음. 이러다 아까운 책 버리겠다 싶어서 눈으로 대충대충 훑다가 주요 스토리만 집중해서 읽었다.
내용은...서양의 고전과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빠삭하다면, 즉 서양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좀 배웠다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책에 담긴 은유와 비유들을 즐길 수 있었겠지만 동양에서 나고 자란 나 같은 독자들은 글쎄.....?????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한국인 독자들은 진정으로 저 모든 문장을 이해하고 그러는 건가 진심으로 궁금하다. 수상작이라는, 출판사 마케팅을 보고 스스로를 속이는 건 아닌지.
타임리프 물로 보면 흔하디흔한 플롯과 반전이었다. 로맨스물로 보자면 이 역시 흔하디흔한 설정. 스릴러물로 보아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서간체 형식의 전개 방식과 (너무나) 풍부한 비유와 은유 때문에 점점 지루해지고 전개가 느슨해진다. 본격적인 사건이 분량 2/3 다 가서야 터지니 뭐..... 그냥 일반 sf물로 봐도 이건 뭐 온갖 sf의 클리셰는 다 갖다 넣은...새로울 것 없는 그런 작품이다. 한 마디로 조합이 좋다는 거지...
내 추측인데, 이 책이 미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그들의 역사와 고전과 문화를 아우르는 은유와 비유 때문이다. 즉 세련되고 현학적이고 지식욕을 마구마구 충전시켜 주기 때문. (또 하나를 언급하자면 퀴어물이라서?)
결론. 번역투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읽어볼 만한, 독특한 전개 방식의 타임리프물이다. 머리가 아프도록 쏟아지는 각종 묘사에 단단히 준비를 해 두시고, 대단한 플롯과 반전은 기대하지 말 것. 스릴도 기대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