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넘어 외진 길에서 꼬마 아이가 울고 있었다. 우는 모양새가 안스러워 나도 모르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 왜 여기서 혼자 우니? 

낯선 사람이 무서웠는지 아이는 내밀었던 손을 내치고는 저쪽으로 달아나 버린다. 아이 입장에서는 낯선 사람의 손길이니 그럴 수 있었겠다 싶다가도 괜히 내밀었던 손이 서러워 진다. 낯선 아이에게 내밀었던 손길이 내쳐져도 이토록 시려운데. 재산 문제로 집안이 시끄럽다가 결국 아들에게 내쳐져 서울에 어떤 요양원으로 들어갔다던 노부부는.. 얼마나 서러웠을까.   

봄이 된다. 겨울철 한가한 농촌을 지내면서 젊은 아들들들은 무엇을 했는지 봄만 되면 종종 들려오는 이야기들이다. 뉘집 아들래미가 땅을 팔아가지고 도망 갔다더라, 뉘집 아들래미가 어미를 때렸다더라, 뉘집은 형재끼리 재판장에 선다더라. 올해도 여지없이 한가한 농촌 마을에 이런 소식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중 한 노부부가 아들 등쌀에 못이겨 땅을 내주고 요양원으로 갔다한다. 제법 넓은 땅을 농사 지으셨다던 노부부가 요양원에  들어갈 때 아들이 쥐어준 돈은 기백만원 정도.. 부족한 비용은 지금 살고 있는 조그마한 텃밭 딸린 집을 파신 돈이라고. 그래도 아들 욕먹이는게 싫어 동네 챙피스럽다고 한번도 떠난적 없는 고향을 등지고 요양원으로 가시는 길을 택했다고 말씀하시는 우리 시할머니의 얼굴도 어둡기 그지 없다. 이사가시기 전에 자주 드르시던 경로당에 아들이 내는거라며 떡까지 해 오셨단다. 불편하게 왜 시골서 사느냐고 아들 성화에 편한곳으로 간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들래미가 그동안 땅 때문에 속썩인건 쉬쉬하면서도 모두 아시는 사실이라고.

주말이라고 아들내외에 손주내외까지 둘러 앉아 나오는 이야기가 어둡다. 부모님이 가지신 땅이나 재산을 탐내 본 적 없다. 그것은 내것이 아니다. 부모님께서 다 쓰시고 가신다고 하셔도 할 말이 없고, 사회에 환원하시겠다 하셔도 그 뜻에 반대할 마음이 없다. 아니 자격이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내가 스스로 간혹 기특할때도 있는데 변하지 말아야지 싶었다. 나중에 내 살림이 어려워 진대도 가진거 나눠쓰자면서 염치없이 덤벼들지 않는 내가 되도록 스스로 단도리를 해 본다.  

책장 한구석에 꽃혀진 시집을 펴들었다. 하도 열었다 접었다를 해서 겉표지가 이젠 제법 낡았다.

<가난하다는 것은>
                                이상국 

세사 어머이를 이렇게 패는 눔이 어딨너 

돈 내놔, 나가면 될 거 아냐 

연탄재 아무렇게나 버려진 좁은 골목 담벼락에다                                                                아들이 어머니를 자꾸 밀어 붙인다 

차라리 날 잡아 먹어라 이놈아   

누가 아들을 때어누가 아들을 떼어내다가 연탄재 위에 쓰러뜨렸데                                         어머니가 얼른 그 머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높다라는 뜻 입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높다라는 뜻이라는데, 때론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살림살이가  사람을 낮게 만드는 것은 맞나보다.  

가진것 없어 벽에 내쳐지지면서 아들을 끌어 안는 어머니와 가진것을 전부 내주고도 내쳐지면서도 아들을 위해 변명하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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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7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 가슴에 품을래요~^^

따라쟁이 2011-03-02 13:57   좋아요 0 | URL
요새, 계속 생각해요. 시인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잘잘라 2011-03-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가슴에..

따라쟁이 2011-03-03 18:06   좋아요 0 | URL
여러분 가슴에 시가 피어나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