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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무녀전 ㅣ 조선의 여탐정들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월
평점 :
감찰무녀전
역사 새롭게 읽기, 김이삭 작가의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위트와 웃음, 밝은 빛이 나는 작품이었다. 이번 소설<감찰무녀전>은 전작 <한성부, 달 밝은 밤에>의 스핀오프인데, 무대, 시공간 자체가 조선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언저리인 듯하다.
"왕신"과 "두박신" 산 사람을 위해 죽은 이를 묶어두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도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아니한 사회질서에 항거하는 이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두려움을 앞세웠다.
무격이 어떻게 함께 어우러질 수가 있었는지(사찰 내 마련된 칠성당 등 신선적요소 등을 생각하면), 거기에 넘쳐나는 소재와 배경은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도성에 있었던 동, 서활인원이 나오고, 불교의 다리니도, 궁궐의 여관, 상궁, 감찰 상궁과 궁정 상궁, 정5품관은 1명이요, 종5품관이 2명인데, 그럼 따로 제조상궁 있었단 말인가, 이에 관해서는 언급은 없다. 비구와 비구니도 등장, 조선시대각 신분계층에 속하는 인물군이 모두 동원된 셈이다.
가격(家格=집안의 품격, 문벌), 무격(巫覡=무당과 박수)신앙과 불교 신앙, 괴력난신(怪力亂神=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다), 귀신이 등장하고, 여기에 쓰인 용어들도 생경한 표현이 많다. 남성을 남인이라 부르고, 임금을 주상 대신에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초기까지 불렀음직한 '성상', 양반은 사족이라 부르는 등, TV 사극 드라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귀에 익지 않은 것들이다.
작가가 책 끝에 이런저런 책을 참고하였노라 하며 적어 놓은 것이 있기에 그런 줄 알겠지만, 소설 속 지문에 나오는 진언, 다라니도 조금은 틀리다. 애초 이 소설은 불교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렴 어떠하리, 괴력난신을 다루는 것이니,
인간의 삶을 얽매는 신분이란 것과 신분사회에 저항하는 이들
주요 등장인물, 감찰 나인인 무산은 어릴 때, 생각시로 들어와 궁정 상궁 순금을 어미처럼 따르며 성장했다. 또 한 명의 궁녀 의령, 마치 소나무처럼 고통을 참아내며 의지를 꺾지 않는, 꺾이지 않는 대들보로 크게 쓰일 인물이었지만, 궁궐 생활을 헤쳐나가기에는 힘들기는 마찬가지, 결국 의령은 어떤 사건을 조사하면서 젊은 궁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순금은 자진하면 죄인이 되기에 누군가가 죽였다고. 결국 대나무 같은 성품을 지닌 무산은 세밀한 관찰과 합리적 사유와 추리로 범인을 찾아내는 능력을 귀신의 도움으로, 즉 신이 들렸기에 가능했다는 '카더라' 통신, 가짜뉴스를 퍼뜨려, 궁에서 쫓겨난다. 또 여기에 등장하는 주요인물 벽사를 하는 유생, 서자 출신의 설랑과 무산과 친구처럼 지내는 장님 판수 돌멩, 죽은 자의 운명인지 산자의 그것인지 헷갈리는 김윤오라는 사헌부감찰, 전농시의 벼슬아치 등
두박신의 정체, 인간의 욕심
어느 날 궁궐을 긴장하게 만든 사건이 터진다. 두박신앙이 경기와 도성 안에 급속도로 퍼진다. 두박은 뒤짚다 즉 원수를 갚는다는 "복수의 신앙"이다. 무산은 신이 들렸다는 거짓말로 궁을 떠나와 무당골에 살게는 됐지만, “두박신”의 출현으로 정국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다분히 정치적 판단을 해야 했던 왕은 두박신을 섬기는 것을 목격했다는 전농시 소윤과 무산에게 사건의 전모를 조사하라고, 그리고 이 복수의 신앙이 나랏일에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를 판단하라는 임무를 궁정상궁을 통해 무산에게 내린다. 무산은 애초부터 신기도 없이 그저 궁을 벗어날 요량으로 신병이 들었다고 둘러댄 것이, 부메랑이 된 셈이다.
무산은 무당골에 살면서 판수 돌멩의 특별한 능력과 감찰나인 시절에 익힌 지식을 무기삼아 탐관오리 사족들에게 접근하여 벽사(귀신 쫓아주기)를 미끼로 재물을 등쳐먹은 게 다 제 잘난 연기 때문인 줄 알았다. 이른바 작전은 늘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듯,
또 한 축의 스토리, 벽사의 유생 설랑의 고모가 되는 이가 제 처녀적에 죽은 동무를 잊지못해 집안의 왕신으로 모시고, 솔거노비들과 함께 살아간다. 설랑의 사촌 형인 가주는 왕신을 없애려 하고, 그 어미닌 지키려 한다. 도대체 무슨 연유가 있었던 것일까?, 조선 시대 농업경제는 노비가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족들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노비법을 만들고 이에 따라 아비가 노비이며 자식도 노비가 돼 주인재산으로, 아비가 노비 어미가 양인이면 공노비로 관아에 귀속된다는 체제때문에 사족들이 기생충처럼 노비의 피를 빨아먹어야 살 수 있고, 또 사회가 굴러가는 가운데서 신분의 벽을 넘어서려는 희망은 짓밟히고. 그 위로 뿌려진 비극의 씨앗이 평생 이들을 옭아매는데, 이런 계급모순을 안고 있는 사회에서 신분해방에 이르기까지는 앞으로도 한 참을 기다려야 한다.
소설의 행간에 감춰진 것들
이 소설은 신기 없는 무녀와 귀신을 보는 유생의 수사 활극이라는 가벼운 흥미보다는 당시 백성들의 삶의 모습이 투영된 그리고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제도적 문제였음을 짚어주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인간의 삶에 귀신이 끼어들 수 있는 것은 절대 바꿀 수 없었던 세상을 바꿔보려는 소망이다. 귀신은 곧 소망이며, 희망을 끌어주는 매개다.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는 것 또한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인간과 귀신이 타협하고, 귀신이 인간을 해 하는 것만 하는 게 아님을, 살아있는 지옥과 생후의 지옥이 무엇이 다른 건지, 이 소설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