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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3년 12월
평점 :
젠더살롱, 다른 시대를 열어갈 이야기
박신영 작가가 격주로 2년 넘게 한국일보에 연재한 “젠더살롱”코너에 실은 글 54편 중, 20편을, 2부로 나누어 이 책에 실었다. 책 이름도<젠더살롱>이라 붙였다.
작가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나를 2등 인간으로 취급한다”라고 말한다. 촌철살인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여기에 실린 글들을 잘 소화시켜 차별과 억압 구조를 제대로 파악한 후 사회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으로 나눠서 산뜻하게 대처하길 희망한다고 적고 있다. 이른바 실천 지침서인 셈이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성 평등의 의미도 여성차별이라는 인식조차 없음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미 사고체계에 여성차별은 당연한 것으로 DNA에 각인된 때문이다. 시몬느 들 보부와르의 제2의 성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이 책은 가부장제 이야기로 지배하는 방법,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의 글은 마치 거침도 막힘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쑥 넘어가는 여름 날의 사이다처럼 시원하다. 실린 글의 제목 또한 래디컬하다.
결혼할 때 남자가 집 장만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 차별?
백마 탄 남자는 재산이 없다. 장자가 아니기에 이른바 장자상속권이 질서였던 사회에서는 부자인 아내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것이다. 이제껏 우리는 백마 탄 왕자를 만나면 인생 전환, 신세가 풀릴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 민법 개정으로 배우자 1.5 자녀1로 평등하게 나눈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작가는 왜 결혼할 때 남자가 집 장만하는 게 여성차별이 될까? 상속제도의 목적은 집단 생존과 부모의 노후 봉양이다. 지금의 부모가 아들이 결혼할 때 집을 통해서 미리 상속해주는 것도 봉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부모를 모시는 일은 아들이 아닌 며느리의 몫이다. 결국, 부모는 며느리의 노동력을 사는 대가로 아들에게 집을 주는 셈이고, 남성은 배우자인 여성이 일하는 대가로 여자 형제들보다 미리 더 많이 상속받으니 여성차별 아닌가? 소를 데려와서 밭을 갈게 하기 전에 외양간부터 짓는 격이다.
이제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해야 할 시대
작가는 상속제도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결혼 후 여성만 아늑한 방에서 자고 남성은 베란다에서 자는 것도 아닌데…. 이는 젠더역할론에서 비롯된다. 지금처럼 맞벌이가 당연한 시대가 오기 전에는 여성은 출산과 육아 그리고 자녀교육, 가사, 부모돌봄의 역할을 그리고 남성은 사회 경제활동을 통해서 소득을 얻는다는 남녀 역할론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시대가 변한 건지 여성이 더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인지, 홀벌이로 가족을 건사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적 활동이 당연시되는 시대, 가사도 돌봄도 분담을 해야 할 텐데, 여성의 역할은 70년대 산업화 시대, 전업주부론에 머물러 있으니, 여성은 여전히 2등이고, 제2의 성일 수밖에, 밖에 나가 돈도 벌고 가사, 육아, 부모 돌봄까지 독박을,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여성이 구조적인 차별의 벽을 뚫을 수 없다. 이제는 거침없는 하이킥을 해야 할 시대다.
제 딸한테도 그러나, 딸 같아서 마구 만지고 그러나
작가의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은 심각하고 웅장하며 구조를 질타하는 언어가 아니다. 경쾌하고도 알기 쉽게 마치 귀에 속속들어오는 강의라 할까, 딸처럼 생각한다며 마구 만져대는 건 어떤 논리, 근친상간의 논리인가?,
도쿄 올림픽 때 여자양궁 국가대표 선수 안산이 여자대학 재학 중이고 쇼트커트를 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고 몰아붙였다, 내 기억으로는 이제까지 여성 운동선수가 머리가 짧든 길든 페미니스트라는 논란은 없었다. 뭘 근거로 이런 말이 나온 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가 이상하리만치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성차별과 혐오를 시인하고 있는 셈이자 그 방증이지 않을까 싶다.
아침부터 여자가 재수 없게 목소리가 담벼락을 넘는다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가해자에게는 미래가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과거가 없다?”라는 인식 자체가 차별인데, 이런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균형이 맞지 않는다. 법에도 남녀가 존재하는지?
가성비 좋은 혐오와 차별의 정치
윤석열 대선후보 홍보 방송,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 신입사원 면접 장면 면접관 3명 중 여성 2명, 남성은 환하게 웃고 있는 여성 면접관을 보고 위축된다. 남성은 면접장을 나오면서 가슴에 찬 수험표를 잡아떼는 장면, 이때 흐르는 해설과 자막은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고”, 기막힌 장면이다. 이대남의 표심을 잡기 위한 홍보물인가, 여성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에게 후한 점수를 준 것처럼,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노무현 정권 때, 오죽했으면 여성쿼터제를 도입했을까,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따기,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니, 우리의 위대한 대한민국이 남성주의 사회임을 광고하는 것이다.
윤석열을 비롯한 남성들은 “세상에 성차별은 없다”라고 말한다. 성차별은 물론 없다. 왜?, 애초에 여성차별은 공정이고 상식이기에 이를 바로잡으려는 게 무너진 공정과 상식이 된다. 독법(읽는 법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남성보다 높다. 그런데 여성의 지위는 왜 낮을까? 꼬꼬무이며 결론은 미스터리다. 성별임금격차는 OECD국가 중 1위, 성격차 지수는 세계경제포럼에 속한 156개국 가운데 102위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다. 그러니 미스터리일 수밖에
아무튼, 이 책<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은 모든 남성이 읽어야 할 남성학 교재다.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든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의 이야기다. 여성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전제되어야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젠더가 인권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