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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러 ㅣ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리사이클러, “재활용 인간” 인간의 삶 욕망에 관한 보고서
작가 이기원의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죽음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영원한 삶을 욕망하는 가진 사람들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투쟁을 모티브로 한 <쥐독>-<사사기>-<리사이클러>로 이어지는 이야기, 마치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은 1993년 영화<데몰리션맨>를 떠올리게 한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기한 경찰관 스파르탄, 동료들은 그를 데몰리션맨(파괴자)이라 부른다. 냉동 감옥에 동면상태로 뜨개질 배우기 프로그램이 그의 뇌에 새겨지고, 악당의 등장과 함께 그를 냉동 감옥에서 세상에 풀어놓는데, 그가 접한 세상은 음식 대신에 정제 두 알만 먹어도 되고, 욕설하면 벌금이 내야 하는 곳, 섹스 없이 정신적으로 즐기며, 임신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 아이들이 태어나는 세상, 이들에게 반항하는 지하세계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빵을 만들고 고기를 구워 먹고 사는데... 이른바 문명인에 들에 대한 반격이 시작된다.
2153년, 인류의 마지막 생존 지역 ‘서울’의 새 이름 뉴소울시티, 정치 권력을 장악한 대기업연합이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 과학기술의 급진적으로 발전으로 매미가 탈피하듯, 이들은 이렇게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어진 기묘한 유토피아, 이에 의문을 품는 한 청년이 절대 악에 대항해 폭주를 시작하는 <쥐독>, 쥐들은 서로를 잡아당기며 누구도 쥐독에서 탈출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사사기> 구약성서의 사사기에서 따온 이름, 2097년 인공지능 판사의 혁신적인 치안 서비스로 범죄율 제로를 이뤄낸 뉴소울시티, 어느 날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도를 읽어낸 조사관은 대기업연합을 의심하는데... 그리고 2120년 뉴소울시티의 비상대응특수팀 소속 청년은 쓸모없어진 하층민의 육체로 만든 재활용 인간 ‘리사이클러’를 배정받지만, 그 리사이클러를 통해 지난날 저지른 끔찍한 죄악을 떠올리고 혼돈에 휩싸인다. 이렇게 씨줄과 날줄로 엮인 “뉴소울시티”의 사람들, 딱 이 대목이 영화 데몰리션맨의 장면들과 겹친다.
뉴소올시티는 조지 오웰의 소설<1984>의 체제 감시자 빅브라더가 지켜보는 세상을 보든 듯하다. 자본주의의 끝은 결국 인간의 삶의 영속성, 즉 무한한 생명을 갖는 것임을... 1구역은 선택받은 자들, 즉 전기련 관련자만이 살 수 있는 곳이다. 부를 가진 자는 영원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은 분각(화폐단위로 ‘분과 초’다, 영화<인타임>처럼)에 목숨을 걸고, 영화<엘리시움>는 하나의 인류, 두 개의 세상 버려진 지구와 선택받은 1% 세상 '엘리시움' 최후의 시간 5일 모든 것이 그에게 달렸던 것처럼. 버려진 자들의 생존이 걸린 전쟁으로 이어지는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의 결론,
<리사이클러>는 죽음이 없는 세상은 정말로 낙원일까?, <사사기>의 인공지능 시대가 끝났을 때, 전기련은 뉴소울시티의 시스템을 바꿨다. 인력부족으로 고심하던 전기련, 생명 공학 기술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냈다. 바로 리사이클러다. 재활용 인간을 만들어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겠다는 발상, 1구역의 가진 자들을 위한 것들이다. 2구역, 3구역에 사는 이들에게 리사이클러의 유족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결국에는 돈 없는 하층민의 채무자는 죽어서도 빚을 갚아야 했고 돈을 벌어야 한다. 죽은 이들의 뇌에 프로그래밍한 생체 로봇, 관리자의 명령에만 따르는 로봇 노예와 비슷한 리사이클러 이들은 3D업종의 위험한 일을 떠맡는다. 건설 현장에서 자재 나르기, 외벽 설치, 송신탑 수리, 화재현장에서 인명구조나 불 끄는 일, 도시 외곽에 흐르는 폐수의 강에서 벌이는 수중 작업, 용광로 일 같은 것들이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안전과 업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리사이클러를 사야 했다.
주인공 곽동운은 비상대응특수팀의 헬기 조종사이면서 현장 활동도 하는 요원으로 췌장암 말기다. 신체검사에서 병이 밝혀지면 계약해지다. 남아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1구역으로 가면, 이른바 육체를 건강한 상태로 바꿀 수 있는 ‘착복식’을 할 수 있다. 그는 각성제와 진통제로 버티면서 일을 한다. 먹고 살아야 하고, 약도 사야 하니,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의 조수 리사이클러 디오(D5)는 이제 수명이 다했다. 새로 리사이클러를 산다. 지금까지 그를 거쳐 간 다섯 번째 리사이클러 5개, 이제 6개째인데 디육(D6)이란 이름 대신 기한이라 부르기로 했다.
어느 날 동운은 1구역에서 일어난 빌딩화재현장에 투입되는데, 누군가가 불길에 쌓인 복도에 금속 케이스를 들고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그것이 2구역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착복식 장비가 든 아타셰케이스임을 알아채고, 그에게서 케이스를 빼앗는데...
새로 들인 기한이란 이름의 리사이클러는 화재현장에서 케이스를 동운에게 빼앗겼을 때, 그 사내가 동운을 저주하며 퍼부었던 말을 내뱉는다. “벗어날 수 없어. 절대”라고, 이미 몸은 죽었고 영혼마저 프로그래밍이 된 기한의 입에서 나온 말, 마치 살아있는 듯,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듯한데...
어찌 됐을까, 동운은 과연 췌장암 덩어리인 몸뚱어리를 새로 바꿨을까, 영생의 몸뚱이로, 그 케이스 안에는 착복식 장비 대신에 이미 몸을 바꾼 이들의 줄기세포만 들어있었다. 그렇게 찾던 그 케이스 안에는 그저 영생의 몸으로 바꾼 흔적을 기념하고자 남겨준 세포만이 들어있었다. 그날 그 화재현장에서 일어났던 아타셰케이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를 훔쳤던 강도도 이 강도한테서 다시 케이스를 빼앗았던 동운도, 인간의 생명에 관한 욕망의 끝은 신기루였다.
한쪽에서는 전기련에 대항하는 세력들의 봉기, 이른바 블랙컨슈머데이가 끝나고, 전기련은 리모델링을, 인공지능 시대가 저물자, 생명 공학의 마지막 기술로 재생 인간을 만든 리사이클러, 이 역시 종말을 고한 것인가, 전기련은 저항세력은 또 다른 악마와 독재자의 모습으로 2구역을 손에 넣으려 했다고 홍보한다. 어떤 사내가 아타셰케이스를 안고 숨져있었다. 그는 리사이클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