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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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죽음의 역설인가,


삶과 죽음은 쌍둥이처럼 동전의 양면이나 명암과도 같이 늘 함께 움직인다. 다만 우리가 눈여겨 보지 않을 뿐, 어느 날 갑작스레 죽음이 다가왔다는 문학적 표현이 바로 그 느낌이다. 어제까지 내일을 생각하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퀴블러로스의 죽음의 5단계(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를 밟아간다는 건 일반적인 이야기다.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못 한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면... 실은 죽음이란 자체를 무의식 속에서 애써 지워버리려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날을 맞이한다는 게, 불안하기에 기억 저편 어두운 곳에 묻어버렸을 뿐이다. 인지 편향을 유도했다고나 할까, 아니면 뇌가 이런 걸 귀찮게 여겨서일까?, 어쨌든 죽음은 불안하다. 제아무리 준비해둔다고 해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장자는 아내의 장례를 치르면서 북을 치고 춤을 췄다고, 이 험한 세상에서 고생하다 이제 해방되어 편한 곳으로 갔다며 기뻐했다는 것인데 이는 “생사관” 죽음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다. 소크라테스 역시, 철학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데, 이 역시 삶과 죽음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유성호 역시, 죽음은 준비하는 것이라고, 귀천 구분 없이 평등하게 찾아오는 노화와 죽음, 단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래서 그는 “죽음을 떠 올릴 때 삶은 선명해진다”라는 표현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무소유의 법정대선사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 늘 주변을 단출하게, 꼭 필요한 것만, 소유욕이 생기면 번민이 생기고, 죽음과 삶의 자연 섭리 또한 바꿔보려는 과욕을 부리게 되니, 내일 죽더라도 오늘 정리를 깔끔히 해두었으니, 편히 갈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옛 한국인에게 죽음은 삶의 완성이었다는 점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책 구성은 세 개의 노트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노트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다’ 죽음은 섭리이며, 노년의 불가역임을, 죽음을 접하는 세 가지 관점이라는 인식, 2인칭 죽음에 필요한 대처, 죽음의 준비와 유한한 삶, 좋은 죽음 없이 좋은 삶은 없다는 명언을 남긴다. 두 번째 노트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 생사관, 죽을 권리, 딜레마, 마지막 선택, 존엄사 1과 2, 그리고 전환을 말한다. 세 번째 노트는 ‘삶을 기록하는 작업’에서는 유언, 명사의 말, 기록, 나의 장례식, 작별, 인생의 의미, 젊은 그대에게, 삶의 지침서다. 지침서는 오늘의 유언이 삶을 향한 다짐이 되는 것이다. 죽어서 남기는 후회와 바람이 유언이 아니라 앞으로 죽음에 이르는 그 날까지 나는 어떻게 살겠다는 자기 다짐이다. 

아무튼 이 책의 핵심은 “죽을 떠올릴 때 삶은 선명해진다.”라는 문장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읽는 이의 몫이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나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힘껏 살아가기 위한 동력이 되는 것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더 잘살기 위해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역설이 아니라 참이다. 


죽음을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마주하라. 나는 일 년에 한 번씩 유언을 쓴다 


지은이는 후회 없는 삶을 원한다면 죽음과 대면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한 해에 한 번씩 유언을 쓴다고 했다. 즉, 내 삶을 향한 다짐이랄까, 자기 성찰이기도 하다. 지난 세월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를 돌이켜 볼 여유가 없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돌이켜 볼 여유가 없었던 게 아니라 실은 두려워서다. 내가 내 모습을 자신 있게, 또 용기를 내서 돌아볼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되돌아보면서 반성하기보다는 변명을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노라고. 죽음 앞에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은 정신건강이다. 제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금 여기에서 죽는다는 마음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하면, 어떤 말을 담을 것인가, 바로 이 대목이 전환이다. 앞으로는 과거처럼 살지 않겠다든가 하는 따위의 말은 나올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이렇게 살겠노라, 예전에도 이렇게 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노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의 욕심도, 인색한 사랑도, 무한정 솟아나는 애정으로 그렇게 자중자애는 물론 주변을 사랑할 것이다. 배려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은이가 말했던 “나는 일 년에 한 번씩 유언을 쓴다”라는 것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자신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잡아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세 개의 노트는 “죽음에 관한 입문”으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독자의 연령층은 관계없을 듯하다. 보편적인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에 말이다. 


죽음의 역설일까, 죽어야 산다는 말과도 같다. 지금에 있는 나를 죽이고 내일의 나를 태어나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후회없는 삶을 위한 삶의 지침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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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 인생, 마음, 가치관을 읽는 관상 수업
    길해 지음 / 온더페이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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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코스모스 도서 평가단>


    얼굴은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창

     

    이 책<내 인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의 지은이 길해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스타 채널 우수상을 받은 역술가다. 그는 누구나 이치를 깨닫게 되면, 인생을 알고, 사람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전문적으로 관상을 보는 관상가나 역술가가 되기 위한 입문이 아니다. 일반인이 관상에 관한 공부를 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담았다. 관상은 고정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라 살아온 인생에서 깨우치지 못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인생을 개척하는 데는 내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삶은 운명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상에 관한 원리 등 기본을 읽혀두면, 인간관계 물론 고정관념이나 관상의 그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관상이란 사람의 전체 모습을 보는 것이고, 나중에 이를 떼어내어 얼굴과 손 등으로 분화하여 세밀하게... 

     

    책은 8장으로 구성됐고, 1장 ‘누구나 쉽게 관상을 보는 법’에서는 관상학의 의미와 신체 부위별 의미 등 기초를 다룬다. 2장 ‘관인팔법:얼굴에서 느낌을 읽어라’에서는 상(相)을 본다. 청수지상을 비롯하여 일곱 개의 상(후중지상, 위맹지상, 고괴지상, 고한지상, 박약지상, 완악지상, 속탁지상)을, 누군가와 초면일 때, 상대에서 느껴지는 기운, 분위기, 아우라 등 여러 표현이 있지만, “감”이다. 3장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얼굴’에서는 눈썹과 머리카락에서 성격이 보이기도, 4장 ‘연애운을 끌어오는 얼굴’에서는 어떤 눈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할까? 등이 실려있다. 6장에서 8장은 재물, 숨겨진 얌양과 내면의 욕심을 드러내는 얼굴, 결혼상대자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얼굴, 처세에 도움이 되는 얼굴 등이 실려있다. 

     

    하루아침에 관상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당연한 말이지만, 내 얼굴과 주변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상인지,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처세에 도움이 되는 얼굴만 구별해도, 인간관계에서 낭패를 보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후인상도 눈여겨봐야, 인간관계가 고민이라면 우선은 이 책을

     

    우선은 기억해 둘 내용으로 사람에게는 체와 용(用)이라는 두 가지 모습이 있음을, 전자는 첫인상이고 용은 후인상이다. 첫인상과 겪고 난 후에 인상은 달라지기 마련인데, 사람의 성격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 평소 온화하던 사람이 화가 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다. 첫인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와 용 모두를 봐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 책은 관상을 공부해보려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인간관계를 잘 풀어내고 싶은 사람, 자꾸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는 사람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얼굴 구분법이라도. 익혀두자. 사주든 관상이든 단편적인 판단은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첫인상에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고 시간을 들여 드러나지 않는 모습까지 알아가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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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 상식과 통념을 부수는 60개의 역설들
    조지 G. 슈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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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생활에서 논리학, 문학, 정치학, 법학, 수학, 통계학, 물리학, 언어학 등에 이르는 다양한 역설, 상식과 통념을 깨는 60개의 역설, 새로운 인식론적 전망을 여는 모순, 우리의 사고력을 높여 줄 사고훈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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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 상식과 통념을 부수는 60개의 역설들
    조지 G. 슈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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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12개의 학문 영역에서 다루는 역설 60가지


    이 책<보이는 것 모든 것을 의심하라>은 2023년에 출간된 것이다. 지은이 수학자 조지 G. 슈피로 다양한 학문 영역과 분야에서 다뤄지는 역설 60가지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명제나 현상들에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부조리를 톺아봄으로써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유명한 제논의 역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답은 항상 뒤처지게 되므로 아무리 가까워져도 거북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이게 맞는 건가 싶다. 그래서 역설이다. 


    인생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모든 일이 늘 타당하거나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일상에서 역설이라는 키워드로 하나둘씩 찾아보면 의외로 의심조차 하지 않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지나친 것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논리학, 수학, 철학, 통계학, 법학, 경제학, 정치학, 언어학, 문학, 신학과 일상생활 영역까지 12개의 분야의 역설을 각 장으로 배치했다. 1장 ‘일상의 수수께끼’에서는 우정과 엘리베이터, 쾌락주의 역설을 소개한다. 팁, 지금 주어야 할까, 아니면 나중에 주어야 할까는 좋은 서비스의 역설이다. 이런 사소한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것인데, 이 역시 역설은 역설이다.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없다는 운동의 역설 또한 흥미롭다. 2장 ‘언어는 까다롭다’에서는 중요한 것은 당신이 말하는 바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듣느냐다. 랭퍼드-무어의 역설 장미는 장미는 장미다 등이 실려있다. 3장 ‘거짓말 같은 진실’ 4장 ‘수학적으로 생각하라’ 5장 ‘물리학적으로 사고해보자’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6장 ‘확률의 가능성’ 7장 ‘자유분방한 철학’ 8장 ‘이상한 순환 논리’ 9장 ‘신앙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전능과 금욕의 역설 등을 다룬다. 10장 ‘법적 책임’ 11장 ‘뜻밖의 경제학’ 12장 ‘수수께끼의 정치’ 등 60가지 역설이 담겨있다. 





    팔면 팔수록 이윤은 제로가 된다- 베르트랑의 경제학 역설


    베이글을 구울 수 있는 커피메이커 제조판매사는 세계에서 A와 B 이 두 곳 밖에 없다(복점상태). 제품 1개당 들어가는 생산과 유통비용은 100달러. A가 시장에 먼저 진출하여 제품가격을 115달러로 한다. 제품당 15달러 이윤을 남긴다. B는 110달러에 내놓아 10달러의 이윤을, A, B의 경쟁으로 제품가격이 100달러까지 떨어지면 이윤은 제로가 되고 그럼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 베르트랑의 역설이다. 그런데 실제로 사업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현실에서는 쿠르노 모델에 따르기에... 경제학의 초기 연구는 이러했다, 나중에 신고전주의 경제학자 쿠르노와 베르트랑이 수학적 방법론과 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의 일, 물론 20세기 후반 행동경제학 등장으로 또다시 판은 뒤집히지만, 역설은 이렇게 된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민주주의라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 울하임의 역설-


    시민들이 법안에 찬성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데 표를 던진다(B 상황)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만약 개표결과로 법안이 부결되거나 상대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는다(이 상황을 ~B라 부르자)면, 딜레마가 생긴다. 법안 지지자인 시민들은 B를 원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자이기도 한 시민들은 ~B 역시 원한다. 어떻게 한 사람이 같은 것을 동시에 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울하임은 민주적인 유권들의 내적 갈등을 “민주주의의 역설”이라 불렀다. 


    울하임은 만약 유권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면서도 민주적 가치에도 충실하기를 원한다면, 어떠한 선택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언론이나 정당 같은 민주적 장치들이 ~B에 대한 선호를 가리키는 것이 확실할 경우, 언제든 B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포기할 준비가 된 유권자라면, 사실상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B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충분히 많은 다른 사람이 나처럼 B를 선호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이러한 경우라면 이 유권자는 ~B에 표를 던지거나, 아니면 실제로 아예 기권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그는 민주주의에는 충실할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솔직하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 역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울하임은 직접적 원칙(살인은 잘못됐다와 같은 정책)과 간접적 원칙(국민의 의지로 이루어진 결정은 옳다와 같은 결정 절차)을 구분, B와 ~B는, 만약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면, 다른 수준에서 작동하므로 서로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울하임은 명확히 답하지 않는다. 철학자의 소견으로 모순되지 않음을 입증했으니, 나머지는 유권자의 몫이란 말인가, 


    미국의 철학자 콰인은 역설(파라독스)을 처음에는 부조리하게 들리지만 그렇게 주장할만한 어떤 논거를 가진 모든 결론이라고 정의했다. 역설적 진술 중에는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부조리가 드러나는 일도 있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역설은 통념으로 인식된 상식과 세계관에 도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식론적 전망을 밝히는 데 도움이 돼왔다. 역설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학적 질문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 이래로 사상가들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왔으며, 오늘날에도 사상가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소크라테스 역설"도... 


    우리 일상에서 그리고 무심코 지나쳐온 것 중에서 모순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끊임없이 생각함으로써, 고정된 것들, 통념이라 여겨진 것들 안에 숨겨진 모순을 찾아내고 따져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작업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적지 않다. "모든 것"을 의심해보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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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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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결혼에 관한 불편한 진실, 물신숭배와 “결혼”이라는 수단


    박소해, 김재희, 한수옥, 한새마 작가의 “결혼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다룬 엔솔로지 소설 <시소게임>, 시소게임은 균형을 잡는 것이다. 발을 굴러온 힘을 실어 누르면 반대쪽은 올라가고, 또 내려오고 하면서 티키타카처럼 말이다. 

    4명 작가의 소설의 주제는 “속고 속이는 게임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흥미로우면서, 소름이 돋는 장면들, 작가들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배반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도 않는, 인간 본성의 깊은 심연까지 꿰뚫고 있다.


    결혼, 혼인이란 무엇인가?, 


    불안, 불확실의 시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경력단절, 구조적 차별과 배제의 2차 노동시장, 혼인의 순결 서약, 충실의무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이혼을 보는 주변과 한국 사회의 시각, 이 소설집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TV 역사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정략결혼”,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얼굴도 보지 않고 집안 어른들의 결정으로 정해진 혼인,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 효령은 며느리를 고르기 위해 후보 여인들을 만났다고, 삼강오륜의 도를 넘었다고 비판받기도, 경주 최씨 역시 양반가와 통혼을 위해 그 집안 남자들에게 적어도 “진사시”는 합격해야 한다고...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부부별성을 부러워한다. 여성을 독립된 존재로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본은 결혼과 함께 가족이 되기에 같은 성씨 즉 집안이 되지만, 한국 부부별성제 실제 이유는 지배계층의 질서 유지를 위한 순혈주의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에서 비롯됐고, 이를 보장하는 게 “족보”이며, 보학이다. 여성은 혼인하면 출가외인이고, 시가의 귀신이 돼야한다. 여성이 낳은 자식에게는 집안 사람으로 인정 “성씨”를 주는 것이다. 결국, 부부별성은 여성을 철저하게 국외자로 취급한다.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인정이라 인식은 애초부터 없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 박소해의 ‘사마귀, 여자’, 김재희의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한수옥 ‘설계된 죽음’과 표지소설 한새마의 ‘시소게임’이다. 


    부부란 또 무엇이고,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속이려는 심리는 어디서... 소설의 전개는 시사다큐, “그것이 알고싶다” “스모킹 건”에서 소개하는 사건이 떠오를 정도다. 



    ‘사마귀, 여자’ 출세욕을 채워줄 배경을 가진 성도착증의 여성과 결혼한 남성


    박소해의 ‘사마귀, 여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아내를 칼로 찔러죽였다. 남편은 가정폭력으로 여러 차례 경찰서에 불려가기도 했던 전력, 이번에는 왜 살인을 했을까?, 이 사건을 조사한 형사 차민우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부싸움이 일어났던 아파트의 옆집에 사는 수수께기의 여성 채윤, 경찰서 내에서 평소 잘 어울리는 선배 경찰의 갑작스런 권총자살, 목격자 진술을 얻기 위해 채윤의 집을 방문, 그녀가 내어준 차를 마시고...그녀와 격렬한 신체접촉을, 차민우는 신혼부부로 아내는 쌍둥이를 임신중이다. 민우는 채윤과 밀회를, 이때 채윤집 초인종이 울리고, 그녀는 남편이왔다며 숨으라는데, 민우는 인기척이 사라진 뒤 거실로 나와보니 그녀가 죽어있다. 과연 누가 그녀를 죽였을까? 반전이 흥미롭다.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유책배우자로 만들어 이혼하려는 남편


    나는 불륜녀라고 시작하는 김재희의 소설, 성형외과 의사인 남자 주인공과 전직 간호사 출신인 아내, 병원비용을 줄일 요량으로 코디네이터 일을 맡아서 왔는데... 신혼 초 이후, 부부는 각방을 쓴다. 서로의 취미생활을 하면서, 나는 불륜녀라는 SNS에 공개된 글, 한의사, 성형외과 의사가 상간남으로 나오는데... 남편은 아내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아내는 남편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 서로서로 감시하고 유리한 이혼의 증거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데... 그 끝은 반전이다. 



    설계된 죽음, 기생충 남편과 상간녀 너희에게 복수를 해주마


    한수옥의 이야기, ‘설계된 죽음’ 죽음은 어떻게 설계된 것일까? 119구급대 팀장 소방관 형석은 저수지에 처박힌 승용차에서 운전자 강도경을 차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놀란다. 급히 CPR을 하지만 이미 숨졌다는 주변 소방관의 말을 듣고도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압박을 한다. 119에 신고 전화를 했던 동승자 남편 김재우는 아내 강도경이 운전을 하다 저수지에 빠진 것이라고, 안전띠가 고장 났으니, 자신을 먼저 나가라고 해서 차 밖으로 나왔다며 사고라고 강조하는데, 형석은 경찰에 남편이 범인이라고 알리는데, 이 사건은 어떻게 설계된 죽음일까?, 담당 형사 최이현은 순해 보이는 재우와 재우를 범인으로 지목한 김형석, 자살했을지도 모를 강도경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엮인 관계였는지,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시소게임, 아내의 사망보험금 노리고 국제결혼을, 한국에 들어와야 할 목적 때문에 결혼을 


    한새마의 소설, ‘시소게임’ 주인공 재수, 나는 90억을 보험금을 탈 거야... 빚투성이의 밑바닥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계획된 아내의 죽음이 필요하다. 투자와 보험금,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 여성,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한국말을 모르면 모를수록 좋고, 그리 영리하지 않은 여성이 필요해, 어차피 그녀 앞으로 생명보험을 넣고 사고를 일으키면, 여성 라이따이한인 ‘안’은 베트남 건설산업현장에 파견 나온 한국인과 클럽에서 일했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는데, 아버지를 찾으려 색바랜 사진 뒷면에 쓰인 희롱하는 내용의 주소표시... 아버지를 잡기로 한 “안”, 재수와 안은 그렇게 서로의 목적실현을 위해 결혼을 하고, 안의 아버지는 베트남여인에게서 태어난 아이 존재를 알게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데,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몰입도가 높다. 시사 다큐멘터리프로그램에서 소개됐던 사건처럼 상식초월이다. 그럴 수 있을까?, 소설의 행간에 깔린 물신숭배의 가치, 서로의 필요에 따라, “결혼”이라는 수단을 통해 각자 꿈꾸는 목적, 그 결말은 놀랍다. 사회파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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