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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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는 왜 그것을 옳다고 여기는가?

김웅의 두 번째 책<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당대의 철학자에게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철학을 하는 이유였으니, 자살을 할 수 없었던 시대에서 그의 선택과 대중의 확신이 맞아떨어졌다. 젊은이들을 망친 노인네는 죽여야 한다고, 대중이 원했다. 소크라테스를 죽인 것은 독배가 아닌 대중의 확신이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정의”는 상대적임을 알 수 있다. 절대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인류의 4천 년 역사 속에서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어 사는 호모사피엔스와 법의 관계다. 지은이는 “형사사법제도”를 기원전 함무라비 법전의 유명한 문구 “눈에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법을 약자 보호의 논리라 해석한다. 당대에는 약육강식, 힘으로 지배하는 시대, 법이 없다면, 어떤 보복을 당했을까, 죽지 않을 가벼운 상처에 보복으로 목숨을 거둔다면, 공정한가, 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리고 실제 이는 물질 보상의 길을 열어두었다는 점을 함께 들여다본다면, 인류가 깨달은 효율성임을 알게 된다.

지은이는 인간을 선, 악의 이중성을 가진 존재로 본다. 우리가 모인 대중은 남의 잘못을 집어내어 트집 잡고, 사납고 모질다고 평한다. 이른바 집탈:執頉) 하고 그악스럽다는 것이니 이른바 중우(衆愚)인 셈이다. 우리가 만든 대중이나 우리는 늘 대중에게 쫓긴다. 그 긴장은 힘없는 개인에 대한 무자비함으로 표출된다. 그래서 우리는 두렵고 불안하며, 늘 외롭다. 우리 안에 있는 선량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이런 인간상을 전제로 “형사소송제도” 또한 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을 향해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때로는 정체되고, 심지어는 퇴행하기도 하지만, 늘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인다.

이 책은 27장에 걸쳐 “형사사법제도”의 역사를 그리스, 로마법, 그리고 마그나카르타(대헌장), 마녀사냥이 판치던 중세의 신판 혹은 마녀재판, 십자군 원정, 대항해시대와 자연법, 왕정과 공화정, 그리고 종교의 자유와 자본주의로 이어지는 근대와 현대(대륙법계와 영미법계)의 법 존재 모습을 좇으면서 법이란, 형사법이란, 규문주의,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 미국의 헌법, 배심원제도(대배심과 소배심) 등 인간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법의 변천 과정, 정의와 인권, 적법절차, 미란다원칙의 의의 등을 되짚어보고 곱씹어본다. 특히 21장부터 27까지 우리 사회의 현상을, 검찰개혁, 사법 통제와 검찰 직접수사, 수사권조정을 둘러싼 공수처 비판, 한국형 FBI까지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법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며, 어떤 사회를 이루려 한 것인가? 하는 등의 인문학적 사유가 각 장 곳곳에 실려있다.

지은이는 MZ세대가 자주 쓰는 말도 곧잘 쓴다. 게이머들이 쓰는 말도, 우리의 속담을 적절하게 빌려와 의미전달을 풍부하게 해준다. 아마도 그의 전작<검사내전>(TV 드라마로 방영)의 익숙한 문제처럼, 촌철살인과 경계선에 선 비유의 혼란함은 몰입도를 높이기도 하고 집중을 흐트러뜨리기도 한다. 생소한 낱말의 뜻과 사용법을 확인해야 하는 수고도 귀찮지 않다.

지은이의 인문학적 소양으로 고대 철학자의 인간 본성에 관한 아포리즘과 형사사법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여러 연구자와 전문가의 견해를 조심스레 다룬다. 순식간에 4천 년의 역사를, 그것도 동서고금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입체적으로 설명, 우리 이해를 돕는다. 형사사법제도는 죄지은 사람들을 위해서 설계된 것일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나라라면 범죄를 엄격하게 수사하고 징벌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렇다면 안전한 사회란 무엇일까? 범죄로부터 안전하기만 하면 좋은 사회일까? 국가나 사법기관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그 힘에 순종하기만 하면 안전을 보장받는 나라가 좋은 걸까? 강하게 처벌하면 범죄로부터 안전해질까? 이런 문제의식이 이 책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최근 사법개혁의 논점과 방향

조선 시대의 고을 원님은 행정, 사법의 기능을 모두 가진 규문주의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고문이 따르는데,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춘향가”에서 보이는 변학도와 춘향, 그리고 이몽룡의 관계에서 보이는 형사법 적용의 사례, 당대의 대중의 법 감정이 녹아있다. 검찰개혁, 특수부의 개혁, 검찰 직접수사, 수사권조정과 사법 통제 그리고 한국형 FBI 제안까지 형사소송에서 적법절차를 보장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배심제와 당사자주의, 그리고 미란다원칙을 눈여겨봐야

최근 대사회개혁을 논하면서 사법 분야에서 배심제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지은이는 배심제는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독일, 일본 등)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미란다원칙에 관한 우리의 생각, 인권이란 최저, 최소한의 범주가 어디인가를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 대목은 헌법의 기본권과도 연관된다. 지은이는 영미법의 기본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소개한다. 영국에서 발달한 배심제의 배경은 왕권과 영주 사이의 세력다툼이며 상호 불신에서 비롯됐다. 범죄혐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16~23명)과 사실관계를 따지는 소배심(16명 이하)으로 나누어 형사소송을 진행했는데, 당사자주의를 기본으로 삼았다.

인터넷 시대의 논점과 마녀재판 그리고 적법절차

중세 마녀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인터넷 시대의 집단사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다. 유튜브, SNS를 떠도는 가짜뉴스는 단지 개인의 일탈, 돈을 좇는 물질 만능의 현상 바탕에는 ‘적법절차에 대한 도전 의도가 숨겨져 있다.’ 국민은 언제나 옳다‘와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말 속에 숨겨진 것 의도 말이다. 대중과 그들을 조정하는 새마녀재판관의 등장이다. 적법절차의 역할은 대중의 분노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영화배우 이선균의 마약사건, 결국 그는 죽었다. 그리고 그렇게 끝났다. 왜 이런 게 가능한 걸까?, 이런 관점에서 형사사법제도를 들여다본다면 보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이 책은 우리에게 정신 차리라고 조언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 대중에게 있지만, 대중은 늘 군중심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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