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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파괴자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친밀한 파괴자- 가스라이팅의 실체-
가스라이팅이란 단어를 만든 로빈 스톤, 가스라이터란 상대를 정서적으로 조종하는 가해자를 의미하는데, 요즘은 이 단어로 넘쳐난다. 도널드 트럼프도 가스라이터라고 불릴 정도이니 말이다. 요즘, 가스라이팅의 가스라이터(가해자)가 가스라이티(피해자)를 마치 꼭두각시나 인형극의 인형처럼 줄로 조정한다고 정의하는데, 지은이의 생각을 따르면,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티는 공동 책임을 진다고, 가스라이티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가스라이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가해자가 상황이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피해자가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가스라이팅의 일차적 원인이지만, 피해자 역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가해자가 봐 주길 바라고 그의 인정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도 지나칠 수 없다. 이 대목은 양비론이다. 어느 한쪽이 냉철한 사고를 하면 가스라이팅은 성립되지 않는다. 아예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우리는 “양비론”이란 사고에 의아해한다. 가해자가 있으면 피해자가 있게 마련인데,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니... 하지만, 이게 “가스라이팅”의 구조다. 지은이는 가스라이팅이란 용어를 오래전 연극<가스등>이 1944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가스등>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사기꾼인 남편은 아내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사기 결혼을 한 것인데, 아내는 자신이 진짜로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닌가 싶어 현실감과 판단력이 흐려지게 된다. 마치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말처럼 거짓말로 백 번 하면 진짜가 돼버리는 것처럼. 여기에서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여기서 핵심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상대방에게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일수록 가스라이팅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여러 명의 사례가 주된 흐름을 이룬다. 젊고 친절하고 사람들에게 다정한 ‘케이트’,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전문직 여성인 ‘로즈’, 젊은 청년 미첼, 대기업 시장분석가 멜라니, 이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눠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좇아간다. 이들은 어떻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게 되는가?, 이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으로 자신을 항상 형편없이 취급하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특별한 인물이 포함돼 있다. 당신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기 쉬운 타입인가를 확인하는 20개의 항목을 올려놓고 읽는 이에게 답을 달게 해 본다.
책 구성은 7장이며, 1장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인가’에서 가스라이팅의 세 단계와 유형, 가스라이팅이라는 병, 어떻게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나, 이 책의 총론 격으로 문제 제기와 결론을 담고 있다. 2장 ‘가스라이팅을 만드는 것들’ 에서는 장단 맞추기, 왜 가해자에게 맞추려는 걸까, 감정 이입의 덫을, 3~5장에서는 1~3단계(불안과 혼란,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모두가 내 잘못이라는 순서로 옮아가면서 가스라이팅은 완결된다. 6장에서는 가스라이팅 차단하기, 7장 이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8장 가스라이팅에서 자유로운 삶을 찾는 방법을 조언한다.
자신의 감정 이해하기
가스라이팅의 1단계의 특징은 ‘불신’이다 가해자의 지적에 피해자는 자기 생각이 혼란해지고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2단계에 들어서면 ‘자기방어’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증거를 찾고 그가 잘못을 인정하도록 지나칠 정도로 말다툼을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피해자는 자주 괴로움을 느끼거나 절망을 느끼고 상대와의 관계에 일말의 희망을 품는다. 3단계 ‘억압’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전적으로 가해자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그래야만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플 플리져(친절 강박자)를 다룬 패트릭 킹의<거절하지 못하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웨일북, 2025)에서도 바운더리를, 차이 유린은 그의 책<관계는 틈이다>(밀리언서재, 2025)에서 마음 다스리기, 자기 성찰,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남을 내 자리에 앉히고 끌려가는 삶은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의 부속물로 사는 것이다. 나를 위해 살아가고 싶다면 “바운더리(경계)”를 그어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에,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착각에 빠진다. 결국에는 가스라이팅을 당하여 자신 삶의 주인공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고, 그의 뜻에 따라 사는 삶이 된다고 말한다.
자기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 가스라이팅 예방
김은주의 책<자기 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쌤앤파커스, 2025)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 가스라이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핵심은 나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정말 제 뜻인지, 자기 결정성이 강화되면 가스라이팅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관계성 향상 7가지 전략, 첫째, 사람들은 행복감 높은 사람에게 자석처럼 끌린다. 불행하고 외로운 이들에게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삶은 공평하지 않다. 감정은 전염력이 강해서, 행복하고 친구도 많은 사람 주위에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둘째, 관계는 먼저 깊어진 후에 넓어진다. 셋째,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접는다. 다섯째, 늘 정중하게 사람을 대한다. 여섯째, 공감하고 또 공감하기, 일곱째, 새로운 사람에게만 친절한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존중’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인정요구가 있어, 호감, 인정받고 싶어 한다. 또한, 사랑과 존중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여서 한쪽이 강해지면 다른 한쪽이 약해진다는 고정된 관념이나 편견이 있다. 실은 사랑과 존경은 서로 촉매작용을 하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공감 또한 그렇다. 공감해주는 훈련도 필요하다. 행복이란 고정되거나 항구성을 갖는 감정이 아니라서 늘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활동, 즉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 성찰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