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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틈이다
차이유린 지음, 김경숙 옮김 / 밀리언서재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관계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틈을 만드는 기술
지은이 차이유린은 기획의 악동이라 불릴 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관계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틈을 만드는 것”이라는 글의 사고방식이 신선하다. 즉, 사물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톺아보고 그 본질과 핵심을 탐색하는 태도의 반영이다.
이 책은 날카로우면서 정곡을 찌르는 과거의 독기를 깨뜨린 “나”라는 표현을 한다. 독기를 깨뜨린 게 아니라 모나지 않게 다듬었다. 아니 내공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 책을 내놓은 이유를 세상에 가장 따뜻한 감사를 돌려주고 싶었고, 삶과 사랑을 제대로 음미하라고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적고 있다.
책 구성은 4장이며, 38편의 깨우침을 담았다. 1장 ‘깨달음’에서는 ‘진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신경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지나친 노력, 관계에서 쉽게 얻는다는 것의 의미, 상호인정의 효과, 진정성은 사람 관계의 첫 번째 법칙, 관계는 선택, 너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관계의 시작과 결말도 타이밍, 일상적인 습관이나 자신만의 방식에 의존하지 마라. 이런 깨달음 속에서 2장 ‘관계의 틈’을 보자. 놓아버릴수록 더 많은 것이 다가온다는 말, 긍정적 사고, 나 자신을 모르면 사랑할 수 없다 등을 담았다. 3장 ‘전환’‘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에서는 내 삶의 중심으로 타인에게 넘기지 마라, 관계에도 쉼이 필요하다. 한 걸음 물러나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4장 ‘치유’ 다시 나답게,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나를 안다는 것
이 책의 핵심은 나를 완전히 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가수 김국환의 노래<타타타>“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로 들린다. 세상살이의 현명함은 소크라테스처럼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그만큼 나를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자기 성찰이, 지은이는 스무 살 이후의 인생은 자신이 써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흔의 얼굴은 자신이 만드는 것처럼,
내 삶의 중심을 타인에게 넘기지 마라
마음 다스리기, 자기 성찰,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남을 내 자리에 앉히고 끌려가는 삶은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의 부속물로 사는 것이다. 나를 위해 살아가고 싶다면 “바운더리(경계)”를 그어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에,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착각에 빠진다. 결국에는 가스라이팅의 당하여 자신 삶의 주인공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고, 그의 뜻에 따라 사는 삶이 된다. 내 삶의 바운더리를 세우라는 샤론 마틴의<그게, 선 넘은 거야>(에디토리, 2023)에서는 경계설정 공식 4가지와 함정을 각각 설명한다. 내 삶의 중심을 세우고 바운더리를 설정한다고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김현은 그의 책 <바운더리>(심심, 2014)에서 묻는다. “혹시 나는 지금 나 스스로 경계선 밖에 서 있는 건 아닌가?,”라고, 경계, 즉 바운더리를 세우지 못하는 이들은 의외로 이타적이며 근면 성실한 사람들이다. 지나치게 성실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보상심리로 강제하는 불균형이 역시 자기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 형이다.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위선적인 도덕형과 이성과 감정을 구분 못 하는 혼란형, 노력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는 자책형, 타인을 도구화하는 나르시즘형, 이도 저도 아닌 포기형 등, 이른바 바운더리 개념이 없는 유형들이다.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패트릭 킹은 그의 책<거절하지 못하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웨일북, 2025)에서 피플 플리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습관 바꾸기로 ‘나를 먼저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선을 긋는 것, 다른 사람과 적정한 거리를 두는 연습을, 이른바 바운더리를 설정을 끊임없이 해보라는 것이다. 내 핵심가치와 표면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 선을 정해야 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선을 긋는다고 그어지는 게 아니니... 다만, 나에게도 너그러워지라는 말을 기억해두자. 나에게 너그러워져야 상대를 받아들일 여유가 생긴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도 지켜야 할 경계선 “관계의 틈”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유유상종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고 또 들어줄 수 있는 상대가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은이의 촌철살인을 보자. “사실 당신의 대단한 공적이나 우울할 때의 부정적인 불평불만, 과도하게 사적인 비밀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딱 선을 지킬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미소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며,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소연하고 싶은 욕구 절제가 중요하다. 이것은 자신에게 퇴로를 남겨두기 위한 교제의 규칙이자, “관계의 틈”이다.
나다움을 움켜쥐고 온전히 내 인생을 살아가라
나를 용서하기로 하면 늘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고, 비로소 나를 위해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모든 관계는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때로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사소한 고민이나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세우며, 인연이 다가올 순간을 인내하며 기다리기 위해서다.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때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나일 뿐이다. 최악의 관계에서도 배울 것은 있다는 것처럼. 거절해도 멀어지지 않고, 다가가도 무너지지 않으며, 조금 떨어져도 서로 따뜻할 수 있는 관계 사용 설명서. "관계는 틈"이란 신박한 발상은 고정관념을 가차없이 깨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