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를 만나다 - 구토 나는 세상, 혐오의 시대
백숭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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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사르트르와 인터뷰


실존철학자 사르트르, 이 책<사르트르를 만나다>은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 백승기가 사르트르를 현재로 소환, 보통사람과 인터뷰를 주선했다. 설정은 공론장인 사르트르 살롱이며, 이곳에서 가상의 인물 “중년의 신사”와 나와 혹은 너, 우리일 수도 있는“청년 P”가 만나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열일곱 개 이야기를 장으로 나누었고, 장 끝에는 사르트르의 명언을 일상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생 조언을 붙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각자도생, 초개인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불안정, 불확실하여 굳건한 믿음마저 흔들리는“액체사회”라고, 재독철학자 한병철의“피로 사회”라고 정의한다. 출판업계의 “데칸쇼”열풍, 앞다퉈 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어의 책을 내놓는다. 이런 현상은 바우만과 한병철의 현대 사회 인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책은 사르트르와 대화를 통해 불안한 미래 속에 삶의 방향을 상실하고 표류라는 막다른 골목에 선 사람들에게 자기중심을 다잡아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3부 체재이며, 1부 ‘Day1, 사르트르와 만남’(다섯 번째 골목까지)에서는 ‘나는 존재하도록 던져진 것’이며, ‘타인은 지옥’, ‘타자의 시선이 나를 엄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나”는 누구이며, 타인이란 존재는 나에게 또 무엇이란 말인가? 2부 ‘Day2, 사르트르와 대화(열한 번째 골목까지)에서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 ’선택하지 않는 것, 그것 또한 선택이다.‘ ’불통은 모든 폭력의 근원이다. ‘가 실려있다. 3부 ’Day3, 사르트르와 동행‘(열일곱 번째 골목까지)에서는 ’우리는 자유를 그만둘 자유가 없다.‘’죽은 자로 있는 것은 산 자의 먹잇감이 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신은 인간의 고독이다.‘,’참여는 행동이지 말이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태어나 연약함으로 삶을 이어가다가 우연히 죽는다.”(사르트르)


청년은 비참하다고 했다. 

신사가 말하기를, 이 명제는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의 삶을 묘사한 것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사회 밖의 삶은 고독하고 궁핍하며, 불결하고, 금수와 같고 덧없다. 

청년은 묻는다. 인생을 염세적이고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닌가?,

신사는 에른스트 블로호는 이런 인간의 속절없는 삶을 ’개 같은 인생‘에 빗대기도 했으니 그나마 사르트르가 나은 편이 아닐까?.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인생,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사르트르가 보기에는 우리 삶은 이유 없이 태어나 빌빌 기어 다니다가 에프킬라를 맞고 장렬히 죽는 벌레처럼. 


”철학적으로 매우 진지한 문제는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사르트르)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하는 이유로 잘 죽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철학자들이 삶과 죽음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이방인은 ’부조리한 인간’을 말한다. 인간이란 존재의 목적도 원인도 없는 부조리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뜻이다.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힘을 빼지 마라


매슬로 욕구의 네 단계가 인정욕구다. 누군가에게 그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다. 관종역시, 유튜버들이 몸을 날리며, 자신을 자학하면서 그리고 '좋아요'를 받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유명인이 되고 싶은 욕구보다 앞서는 게 바로 ”돈“, 소유에 관한 욕구다.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선택이다.” 사르트르는 노벨상과 관련하여 자신을 후보명단에 올리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올라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이야 주면, 아니 목메게 바라는 바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게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금전적으로 사회적 명성도 물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 삶에 방해가 된다면,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선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몇 군데 골목길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가 하는 데 도움을 줄 대목들이다. 이 책의 결론이라고도 생각되는 열일곱 번째 골목길, 진짜 막다른 골목길이다.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 나,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의 본능은 정치적


”참여는 행동이지 말이 아니다. 라는 사르트르의 명제다. 모든 것이 숫자와 돈으로 치환되는 시대(물신주의, 돈이 주인이 세상, 모든 가치의 척도는 ”돈” 그리고 명예와 사회적 지위), 인생 제1의 목표가 돈이라고 말하는데 아무런 천박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대중이 뭐만 하면 모든 것을 비용편익분석으로 돌려보는 게 효율과 경제성이란 이름으로 칭찬받는 요즘, ’가성비‘인생을 꿈꾸며, 인간 아기 대신에 강아지를 키우고 혼인 대신 비혼을 선택한다. 물론 비혼주의에 관한 이유는 제각각이니 그저 그렇다는 말이다. 핵심은 돈이 새로운 신분과 계급이 됐고 행복은 돈과 계급으로 살 수 있는 재화가 됐다. 경쟁에서 밀리면 서민이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 선민이 된다. 


정치란 자연스런 인간 행동이니


신자유주의 정책이 뿌리내린 인력시장과 부동산 시장에는 대물림된 기득권이 새로운 신분인 것처럼 시민에게 자격을 나누고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한다. 이렇게 대놓고 불편함을 호소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소수아 약자, 가난한 사람, 재산이 없는 사람은 국가 경책에서 사회적 비용이나 경제적 부담으로 취급당한다. 생산성 없는 장애인은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이들로, 공공 임대아파트나 장애인 특수학교는 주변 부동산값을 떨어뜨리는 혐오 시설로 본다. 신분이 갑질하던 시대에서 돈이 갑질하는 시대로, 감에게 감히 대들지 못한 을은 또 다른 을의 멱살이나 붙잡는다. 나는 왜 대의가 아닌 사소한 것에 분노할까?


실존은 철학은 정치다. 사회참여라는 것 자체가 정치 행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의 의미는 정치적 동물이라는 뜻이다. 호모폴리티쿠스, 정치적 인간이 인간의 기본값이다. 무리 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바르게 잡아 이를 다스리는 것 자체가 필수이니, 정치란 곧 그런 것이다. 다만, 직업정치인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치를 왜곡한 탓, 그래서 참여는 행동이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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